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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제국, 최고의 명장면 '회장님 오십니다'에 숨겨진 비밀

Shain 2013. 7. 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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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이 방송되기 시작한 이후 이 드라마가 특정 재벌을 모델로 한 내용이 아닌지 검색해보는 분이 늘었습니다. 과거에는 특정 재벌의 영웅적 면모를 강조한 드라마도 만들어지곤 했으나 요즘은 특정 기업인 가족을 모델로 만든 드라마는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행여 드라마로 인해 특정 재벌이 이미지 손상이라도 입게 되면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려야할 수도 있고 당장 제작비 지원이 끊기는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정 재벌을 언론이나 드라마에서 언급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간단한 검색만으로 쉽게 알 수 있죠. 그러니 '황금의 제국'이 모델로 한 특정 기업은 없다고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동남아 외환위기 우습게 볼 거 아니라는 최원재의 충고에도 한성제철 인수를 추진한 최서윤.

 

'황금의 제국'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최동성(박근형) 회장의 사장단 회의 출석 장면은 말 그대로 제국의 위엄을 느끼게 하기 충분한 장면이었습니다. 치매 증세를 보이며 과거로 퇴행하는 최동성 회장은 둘째딸 최서윤(이요원)에게 그룹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마지막 힘을 끌어모읍니다. 순간적으로 깜빡깜빡하는 기억력을 끌어잡으며 사장단을 호령하는 최동성 회장의 카리스마는 전율을 느끼게 할 만큼 인상적이었죠. 죽음을 앞둔 늙은 호랑이의 포효같기도 했고 제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회장님 오십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시작된 특별한 의전은 그대로 최서윤이 물려받았고 최민재(손현주)와 최원재(엄효섭)는 서윤의 오빠들임에도 불구하고 부회장 최서윤이 출근할 때 마다 마중을 나와야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이 '의전' 장면은 실제 특정 대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로 회사 소속 경호팀이 일사불란하게 호위하는 것은 물론 회장님이 몇분 몇초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분 몇초에 전략기획실과 회장실로 들어가는지 꼼꼼하게 체크합니다. 외국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반드시 부회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마중, 배웅하는 것이 룰입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의전 수준을 넘어선다고 평가합니다.

 

'회장님 오십니다' 한마디에 간부들이 마중을 나오고 수십명의 수행인원이 동행한다.

 

이런 '의전 스타일'은 기업별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회장님은 조문을 할 때 미리 언급없이 비서진 한명만 대동하고 장례식장을 방문하는가 하면 어떤 회장님은 조문 행렬이 도착하기 두 시간 전에 미리 의전팀이 도착해 현장을 살피고 미리 대기해놓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장례식장에 입장합니다. 드라마에서 최동성 회장이 '회장님 오십니다'란 안내방송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과 건물 현관으로 들어서는 장면을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마치 홍해가 열리듯 길이 열립니다. 조문 한번 하자면 수십명의 사람들이 회장님을 둘러싸기 때문에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소모되곤 하죠.

마치 왕실 의전을 연상케하는 대기업의 특별한 행보는 검찰 조사를 비롯한 법적 처분을 받을 때도 유효합니다. 검찰 조사를 비롯한 검사실 소환도 비교적 조용히 처분되고 그들이 압수수색을 당하거나 증인으로 출석할 일은 흔치 않습니다. 관련 기업에선 사실이 아니라며 부정했지만 특정 대기업 회장을 소환조사할 때 특별히 마련된 방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대기업이라는 제국의 왕좌에 오른다는 뜻은 대통령이나 장관도 무시할 수 없는, 우리 나라 최고 자리에 오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첫회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1997년 이후론 모두 성진그룹 뱃지를 달고 있다.

 

가끔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꼼꼼하게 배치된 소품을 보며 감탄할 때가 있는데 8회 첫장면에서 회장이 된 최서윤은 조선 백자 하나를 누군가에게 증여합니다. 금박이 박힌 화려한 보자기로 싼 백자를 선물하는 건 그 당시 유행하던 뇌물 증여 방법이기도 합니다. 조선 백자 자체가 뇌물의 증거가 될 수도 있기에 경매장에 되팔아 깔끔하게 돈세탁하는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실제로 갤러리와 고가의 문화재는 특정 대기업이 돈세탁법으로 자주 이용하던 것으로 최서윤이 고맙다며 자기를 건내준 인물은 국회의원입니다. 우측에 달고 있는 국회의원 뱃지로 신분을 드러냈죠.

'황금의 제국' 첫회는 1990년대 배경이라 아무도 성진그룹 뱃지를 착용하고 있지 않지만 4회부터(1997년) 성진그룹의 직원들은 제국 소속이란 뜻으로 뱃지를 달고 있습니다. 회장 최동성과 부회장 최서윤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뱃지를 달고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취업준비생들 중에는 모 대기업의 뱃지를 달아보는 것이 인생의 꿈인 사람들이 많지요. 회사에 대한 소속감 나아가서는 충성을 의미하는 뱃지를 착용한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 최서윤에게 허리굽혀 인사하는 모습은 90년대 초반 보다 훨씬 오너 중심적이 된 기업문화를 뜻하는 듯합니다. 지주회사 전환의 결과라면 결과일 것입니다.

 

누구든 한성철강을 차지하는 쪽이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어쩌면 최민재에게 절호의 찬스.

 

지주회사 전환과 순환출자를 통해 오너 가족의 주식 보유량은 훨씬 줄어들었는데 기업에 대한 장악력은 훨씬 강화되고 그들의 왕국은 더욱 튼튼해졌다는 이 웃지 못할 현상은 언론에선 입다물고 있으나 황제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공공연한 비결입니다. 사실 특정 대기업이 사적인 감정으로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겠다며 그룹의 위기를 조성했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전에 실제 있던 이야기입니다. 또 극중에서 최서윤과 최민재가 서로 차지하겠다며 가지고 노는 한성철강은 IMF 외환위기 때 제일 먼저 부도처리된 한보철강일 것입니다.

지금은 현대철강이 된 한보철강 부도 사태를 시작으로 공포스런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당시 전경련 소속 재벌들은 금융실명제를 포기해야한다는 희한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최동성 회장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최민재와 최서윤 어느 쪽이든 한성철강을 인수하는 쪽이 기업경영에 부담을 지게 될 것입니다. 철강회사를 갖는 것이 아버지의 소원이라서 한 회사의 자금 위기를 조성하고 몇천억 몇조원의 돈을 아무렇지 않게 게임하듯 가지고 노는 그들로 인해 서민들에게는 비정규직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황제'이기 때문에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다는 건 두말할 것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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