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황금의제국, 장태주씨 혹시 '뱀술 괴담'을 아시나요

Shain 2013. 8. 13. 15:20
728x90
반응형
지금부터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아주 어릴 적에 동네 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 혐오스런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 비위가 약하신 분이나 무섬을 타시는 분들은 건너뛰셔도 됩니다. 20-30년전만 해도 종종 동물로 술을 담궈먹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약용 뱀술을 담그려고 독사 한마리를 잡았습니다. 보통 뱀술은 위에 숨구멍이 있는 소주병에 뱀을 넣고 2, 3년 정도 땅 속에 묵혀 만드는거라는데 담아본 사람만 아는 요령이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람도 소주병에 뱀을 넣고 땅에 묻은 뒤 몇년을 기다렸다 이제는 먹을 수 있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땅을 파봤다고 합니다.

윤설희의 선택으로 브레이크를 잃어버린 장태주 .지켜주어야할 것도 도망칠 핑계도 남지 않았다.


그 뒤의 내용이 좀 섬찟합니다. 그 언니는 전혀 믿기지 않는 괴담을 전해주었는데 땅을 판 남자는 병이 깨지지도 않았는데 술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음을 알게 됩니다. 뱀술을 파묻은 장소는 그 남자만 알고 아무도 파본 흔적이 없는데 술병 안에 술도 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뱀이 술은 모두 다 마시고 배가 고팠는지 자신의 몸을 꼬리부터 잘라먹어 머리만 남아 있더라는 겁니다. 이 남자가 깜짝 놀라 뚜껑을 열었더니 갑자기 뱀이 튀어나와 남자를 물고 달아났다나요?


이 뱀술 괴담 즉 땅에 묻은 뱀이 몇년간 살아 있었다는 내용은 전혀 불가능해 보이고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만 뱀이 술을 좋아한다는 것과 뱀이 종종 자신의 꼬리를 물어뜯는다는 내용은 사실입니다. 애완용 독사가 자기 꼬리를 물어 병원으로 치료받으러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니까요. 복수는 했지만 자신의 몸까지 모두 잃어버린 뱀이야기. 얼마나 분했으면 자신의 몸을 뜯어먹을 정도로 분노하고 그 치명적인 독으로 자기 자신까지 다치게 하는 것인지 꼬리를 먹는 뱀 이야긴 목적을 잃고 결국 자기 자신을 잃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듯합니다.

김광세를 죽인 장태주는 거울 속에서 처음의 목적을 잃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태양의 제국' 장태주(고수)는 재개발 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어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성진그룹에 모든 걸 다 거는 장태주에게는 최민재(손현주)에게 분노하고 최서윤(이요원)을 이겨보겠다고 했던 처음의 목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현대판 노다지 부동산에서 2평 땅 알박기로 얻은 돈으로 판돈을 마련하고 이제는 10억 달러라는 엄청난 돈으로 성진그룹을 먹겠다고 덤볐습니다. 그러나 결혼해서 성진그룹을 나누자는 최서윤의 제안을 받고 장태주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김광세(이원재)와의 비리가 터진 지금 멈춰야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윤설희(장신영)가 장태주에게 운명적인 사랑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돈이 필요할 때 윤설희를 만났고 윤설희는 한때 태주를 조필두(류승수)에게 팔았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함께 하면서 멈춰야한다며 태주를 만류하고 위기 상황에서 절대 태주를 배신하지 않는 윤설희는 태주의 동반자 자격이 있는 여자였습니다. 꼬박꼬박 선배라고 부르고 존대하며 가까이에서 믿음을 쌓았고 필리핀으로 도주할 때도 함께 떠나고 싶었고 무슨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보호해주고 싶은 여자가 윤설희였습니다. 장태주를 멈출 브레이크로 윤설희 만큼 좋은 핑계도 없습니다.

도피하려는 장태주의 발목을 잡은 최서윤과 최민재. 그들의 다툼은 더욱 지독해진다.


최민재, 최서윤과의 도박에서 한번도 '다이'를 선언한 적 없던 태주가 처음으로 물러나기로 작정합니다. 이대로 최서윤과의 결혼을 선택하고 죽음의 레이스를 계속한다면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음 아파하던 장태주는 더 이상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잘 나가는 명문대 학생이던 태주가 왜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었는지 사랑하는 엄마(선우은숙)와 동생 희주(윤승아)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 장병호(남일우)로 인해 상처받은 장태주의 과거를 알고 있습니다. 필리핀행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장태주는 폭주기관차를 멈출 수가 없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러나 최민재가 장태주가 출국하지 못하도록 하고 최서윤이 김광세 의원에게 건설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사퇴하지 말라며 하고 한정희(김미숙)가 다시 김광세의 사퇴를 종용하고 숨막히는 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윤설희가 장태주를 보호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장태주는 자신을 멈출 수 있었던 유일한 브레이크가 고장나자 미친듯이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김광세 의원을 잡기 위해 윤설희에게 몸로비를 지시하기도 합니다. 첫회에서 윤설희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우며 모진 소리를 퍼부었던 장태주의 광기는 이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단 둘이 결혼식을 올리는 최서윤과 장태주. 서윤은 장태주의 피묻은 손을 보며 흠칫하지만 악마처럼 웃음지는 장태주의 폭주는 이제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이제 장태주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자신의 꼬리를 물기 시작한 뱀처럼, 수많은 동료들의 희생을 뒤로하고 아마존을 향해 더욱 더 깊숙히 들어간 그들처럼 장태주는 멈추지 못합니다. 엘도라도를 향해 떠났던 그 사람들과 서부 개척시대의 총잡이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미 그곳으로 오기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기 때문이었습니다. 되돌아갈 수 없었던거죠.

살인과 희생자와 피묻은 손에 끼워진 반지. 되돌아올 수 없는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전재산과 투자를 받아 배를 만들고 수많은 사람이 오지에서 죽은 마당에 모험을 그대로 멈추면 영원한 죄인이 되지만 노다지를 찾아내면 성공한 사람이 됩니다. 골프채를 휘두르는 김광세를 피해 얼떨결에 살인을 저지른 장태주는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다 우연히 거울을 보게 됩니다. 칼을 들고 거울 속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얼굴은 낯설고 끔찍하기만 합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피묻은 손과 장태주라는 이름의 또다른 사람. 이제는 정말 예전으로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던 장태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맙니다.

사람은 때때로 자신이 무엇 때문에 분노하기 시작했는지 어째서 그 일을 시작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꼬리를 물어뜯어먹는 뱀처럼,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하던가요. 장태주는 최민재나 최서윤과 다르다고했지만 결국 그들과 별다를 것 없었습니다. 살인을 저지르고 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한정희 복수의 이유를 잊고 최서윤이 아버지의 뜻을 잊고 최민재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저 멀리 두고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장태주, 최민재, 최서윤, 한정희가 버려야할 것은 아직 많습니다. 그들의 전쟁이 갈수록 아슬아슬한 것은 이런 한계를 넘는 아슬아슬한 스피드 때문이겠죠.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