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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뚝딱, 불편하지만 가장 든든한 지원군 유나를 얻은 정몽희

Shain 2013. 8. 1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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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안되는 일이 어딨냐는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검찰과 경찰이 재벌가에게는 솜방망이, 서민에게는 철방망이를 휘두른다는 비아냥을 듣는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도 못했던 비상식적인 일이 돈이면 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하다 못해 평범한 서민 가정의 질서도 경제권을 쥔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금나와라 뚝딱'의 박순상(한진희)이 엄마 다른 세 아들과 두 아내에게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것도 남부럽지 않은 돈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윤심덕(최명길) 가족도 남편 정병후(길용후)에 비해 윤심덕의 입김이 더 세지요.

아무도 못 말리는 정몽희의 쌍둥이 유나. 그녀의 등장으로 몽희는 자신이 입양되었음을 알게 된다.


윤심덕의 시어머니 김필녀(반효정)가 극성스럽게 심덕을 나무라고 위장이혼까지 하면서 윤심덕을 괴롭힌 이유도 네가 돈 좀 번다고 내 아들을 무시하냐는 뜻이 더 컸습니다. 박순상의 가족은 영리한 장덕희(이혜숙) 여사나 교묘한 잔꾀로 박순상을 요리할 뿐 다른 가족들은 어느 누구도 박순상을 거스를 수가 없었죠. 첫째 며느리 유나(한지혜)는 그런 박순상을 상대로 거의 동등한 위세를 과시하던 유일한 인물입니다. 돈에 약한 박순상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유나가 가진 돈 뿐이었고 그 돈의 힘 덕분에 유나가 속시원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그런 당당한 유나가 어제 방송분에서는 약간 안쓰러워보이기도 하더군요. 누구에게도 꿀릴 것없고 거침없이 하고싶은 말을 내뱉은 유나는 시쳇말로 싸가지없고 건방진 성격이나 알고 보면 상처받은 속내를 감추기 위한 위장술 같은 것입니다. 누가 봐도 독해 보이는 짙은 화장에 기세등등한 옷차림 어딜 가든 허리를 꼿꼿이 펴고 고개숙이지 않는 유나에게 함부로 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남편 박현수에게 호감이 있지만 애정표현이 서툴렀고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론 세상에 의지할 곳 하나 없던 유나는 과장된 행동과 꾸밈으로 자신을 과시했던 것같습니다.

입양의 상처를 안고 있는 유나는 정몽희를 위해서 뭐든지 해주겠다며 박현수에게 경고한다.


그런 유나가 남편 박현수(연정훈)가 오랫동안 헤어진 어머니의 행방까지 포기할 정도로 정몽희(한지혜)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도 질투하지 않습니다. 박현수를 윽박지르고 이혼하고 싶다며 박순상에게 대들던 평소의 그녀라면 온갖 모진 말로 몽희를 상처주고 괴롭혔을 법도 한데 분노하기보다는 정몽희가 입양되었는지를 훨씬 궁금하게 생각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양부모에게 쌍둥이의 존재를 확인한 유나가 박현수에게 정몽희를 건드리지 말라며 경고할 정도로 몽희를 아낀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유나에게는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혈연이 중요하단 뜻입니다.

사실 아무리 삼십 평생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쌍둥이 자매를 만났다고는 해도 지금 상황이 정상은 아니죠. 오랫동안 가출했다 돌아온 유나는 정몽희가 박현수와 제법 오래 한 집에서 동거했고 부부행세를 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둘 사이의 감정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 각종 적나라한 감정들이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거기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쌍둥이 자매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게 인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그런 문제는 아니죠. 언니의 남편과 결혼하는 걸 법이 눈감아준다 쳐도 윤리적으론 손가락질 받을만 합니다.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몽희의 충격 유나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유나는 그런 꼬인 관계와 추스리지 못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몽희를 먼저 돌봅니다. 입양되었다는 걸 알리지말라며 박현수를 압박하고 비싼 선물을 사주는가 하면 정몽희를 괴롭히지 말라고 성은(이수경)의 사무실 직원들에게 경고하기도 합니다. '착하게 잘 컸다'던가 '먹고 싶은게 없냐' 또는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말하는 유나는 이미 남편과 정몽희 사이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앙칼지게 할퀴고 상처주던 고양이가 따뜻한 안식처를 만나 갸르릉 거리 듯 유일한 핏줄을 만났다는 게 세상 전부를 얻은 것처럼 기뻐보입니다.


사실 시청자들 중에는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 몽희와 현수의 사랑이 탐탁치 않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몽희가 유나와 박현수 부부의 결합을 도와주는게 맞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많습니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자매가 한 남자와 맺어진다는게 영 껄끄럽죠. 평생을 윤심덕 가족을 위해 희생한 몽희가 답답한 것도 답답한 거지만 어쩐지 매력적인 유나가 화끈하게 박순상 가족을 뒤집는 모습이 훨씬 보기 좋다며 호감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읽은 내용으로 봐선 '금나와라 뚝딱' 제작진이 박현수와 정몽희를 무리없이 연결시킬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던데 어떻게 해도 불편합니다.

어느 쪽으로 봐도 용납할 수 없는 둘의 관계. 쌍둥이 언니의 존재는 더욱 강력한 장애물이다.


그러나 정몽희를 향한 유나의 이런 반전은 자신이 윤심덕 가족에게 자신이 입양된 쌍둥이임을 알게 된 정몽희와 몽희를 위해 떠나기로 한 박현수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멀리 떠나려는 박현수의 의중을 알게 된 몽희가 박현수를 잡으려하자 윤심덕은 입양 사실을 폭로합니다. 한마디로 박현수와는 절대 안되는 사이니 그만두라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많은 걸 포기했던 정몽희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박현수를 버려야하는 상황입니다. 부려먹을대로 부려먹다 이제 와서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는 윤심덕이 참 얄밉더군요.

세상에 나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핏줄이 있다는 건 굉장히 특별한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예전에 어디서 읽은 내용 중에 어릴 때 각각 다른 집으로 입양됐던 세 쌍둥이가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단 내용이 있었습니다.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공포에 가까운 전율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극중의 유나와 몽희 역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는 배우 한지혜가 느끼는 기분과 비슷할 겁니다.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가 있다는 건 자기 자신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고 대답하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약은 먹지 않을거라'는 유나. 시댁에 들어간 유나는 정몽희를 위해 어떤 일을 벌일 작정일까.


촬영할 때는 유나 역과 몽희 역을 따로 찍어 합쳤을텐데 몽희가 유나 흉내를 낼 때는 몰랐는데 한 화면에서 확실히 구분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 인해 한지혜씨가 상당히 고생했겠구나 싶더군요. 드라마 한편 출연 분량의 대부분이 한지혜가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세상에 나 혼자라고 생각했던 유나의 마음 속에 따뜻한 기운이 솟아나오는 기분을 이해 못할 것도 없습니다. 동시에 정몽희의 입장에서는 인간관계가 서툴렀던 유나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남자 박현수를 자신이 빼앗는다는 죄책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유나는 마음 먹기에 따라 이 드라마의 모든 상황을 뒤집고 몽희, 현수 커플을 응원하는 열쇠를 쥐고 있는 셈입니다. 제작진이 생각해뒀다는 '묘안'이 어떤건지는 모르지만 유나의 깔끔한 성격과 돈이라면 정몽희도 형부(?)와 결혼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말이겠죠. 가장 불편하면서도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쌍둥이 유나가 어떤 식으로 복잡한 실마리를 풀어갈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박순상과 함께 살며 장덕희와 기싸움을 할 예정인 거 같던데 어느 쪽이 이득이 되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안면을 바꾸는 이 박순상 가족. 과연 누가 이기나 두고보는 재미가 있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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