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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인기를 끌었던 홍콩 영화들 중 비극적인 결말로 기억되는 두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영웅본색2(1987)'와 '천장지구(天若有情, 1990)'입니다. '영웅본색2'가 장국영이 부른 서정적인 OST와 공중전화박스에서 죽어가면서 전화한 장면으로 사람들을 울렸다면 '천장지구'는 한 건달과 귀한 집 아가씨의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로맨스, 죽어가는 아화(유덕화)를 찾아헤매는 죠죠(오천련)의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엉성하고 거친 줄거리고 해피엔딩에 달달한 로맨스를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 취향은 아닌지 몰라도 그때 그시절은 그런 '감성'적인 연출이 먹히는 시대였죠.
어제 드라마 '투윅스'에서 간만에 '천장지구' 비디오를 봤습니다. 집에 들어와 식사를 마친 장태산이 '천장지구' 비디오를 보더군요. 그 영화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는 웨딩드레스입은 오천련과 코피흘리는 유덕화가 오토바이를 타고 함께 달려가는 장면입니다. 양아치도 건달도 아닌 '반달' 장태산(이준기)은 노름하고 나이트 삐끼 노릇을 하며 보육원 동생 고만석(안세하)와 함께 삽니다. 태산은 나사가 두 개쯤 빠진 인간이지만 언제 어느때 누굴 만날지 모른다는 이유로 양복을 차려입는 일 말고는 삶의 의욕도 목적도 없는, 그냥 삼류 건달입니다. '반달' 장태산의 핸드폰 벨소리가 '천장지구' OST라는 것 어딘가 의미심장하지요.
그것은 '천장지구'라는 과거에 묶여 사는 건달 장태산의 과거가 '천장지구'의 아화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되고 별볼일없어 보이는 이 삼류 건달 '형님'에게도 아화 못지 않은 추억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조폭 두목 문일석(조민기)을 대신해 두 번이나 감옥에 다녀왔다는 장태산 앞에 어느날 갑자기 서인혜(박하선)가 나타납니다. 갑자기 백혈병 걸린 딸 이야기를 하며 골수 검사를 해달라는 인혜는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했고, 아이를 떼라며 병원 안으로 인혜를 밀어넣던 태산의 기억과는 달리 싸늘하고 독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천장지구'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는 장태산에게 서인혜가 아무 의미가 아니었던 것같진 않습니다. 죽음을 예감한 아화가 죠죠를 끌고 웨딩드레스 샵의 유리를 깨고 그 웨딩드레스를 죠죠에게 입히고 남몰래 단 둘이 결혼식을 올리던 그 장면처럼 장태산에게 인혜는 '목숨'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던 것같습니다. 의미없이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더욱 그랬다는 생각이 들죠. 태산이 아이를 떼라며 인혜를 모질게 수술실로 떠밀었던 것은 꼭 떠나야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 아화는 친구와의 우정과 의리 때문에, 복수를 위해 죠죠를 떠났는데 장태산은 왜 이별을 선택해야했던 것일까요.
'주먹'으로 먹고 사는 건달들의 세계는 일반인들이 잘 모릅니다. 그러나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는 것이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의리와 우정, 순정이 살아있는 곳이기 보다 훨씬 위험하고 불안정하다는 세계라는 곳이죠. 자칫 잘못했다간 생각지도 못한 범죄에 연류되고 다칠 수 있습니다. 잘 사는 집 아가씨 죠죠와 건달 아화의 사랑은 처음부터 비극이 예정되어 있던 로맨스였습니다. 아화가 죽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죠죠가 밤거리를 헤매다니는 장면은 아무리 사랑해도 벗어날 수 없는 비극과 운명을 보여주는 듯해서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투윅스'는 마치 영화 '천장지구'의 뒷이야기같습니다. 사랑을 잃은 태산은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고 아이 때문에 새 삶을 살게 된 인혜는 과거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간신히 상처에 딱지가 앉고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만나 태산이 없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백혈병 때문에 과거의 기억을 되돌리게 됩니다. 인혜는 죽어가는 아이 때문에라도 더욱 장태산이라는 과거를 잊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아이 아버지의 골수 때문이라고 아이가 살아날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된거라고 생각하다가도 악을 쓰며 아이를 떼라고 하던 태산이 떠올라 편하게 대할 수가 없습니다.
장태산은 오래된 '천장지구' 비디오 테잎을 놓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영화같은 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죠. 문일석이 자신의 죄를 장태산에게 뒤집어 씌우며 장태산의 삶을 가지고 놀아도 말로는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뒤에서 흉보는 조폭 세계 동생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대로 당하는대로 그렇게 쉽게 살아왔습니다. 인혜와 사랑했던 '영화'같은 시간이 끝나는 동시에 삶도 끝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딸아이 수진(이채미)을 만나고 다시 뛰기 시작한 그의 심장은 장태산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이제 '천장지구'를 잊을 때도 되었단 뜻이죠.
그러나 검사 박재경(김소연)의 스파이 노릇을 하던 오미숙(임세미)의 죽음은 장태산의 인생을 다시 한번 뒤흔들어놓습니다.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딸아이 수진은 어떻게 된 일인지 한눈에 아빠 장태산을 알아보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죽음'이란 걸 잘 알지도 못할텐데 죽기 싫다고 울기 보다 아무렇지 않게 죽는다는 말로 엄마 속을 뒤집어놓던 아이 수진은 털있는 인형 팅팅이를 태산에게 맡깁니다. 태산은 수진에게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해준 적도 없고 그럴 기회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딸아이를 살리고 싶어졌습니다. 수술 날짜까지 앞으로 이주일 투 윅스만 잘 버티면 딸아이는 무사히 살아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시청자들이 알 수 없는 사연으로, 아이를 낳을 때는 인혜 옆에 있어주지 못했지만 이주 뒤에 아이를 살리기 위해 수술대 위에 무사히 오를 수 있을 때까지. 장태산과 문일석, 조서희(김혜옥)의 숨가쁜 싸움이 시작됩니다. 영화 '천장지구'의 사랑은 슬픈 죽음으로 끝났지만 '투윅스'의 사랑은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 궁금해지네요. '투윅스' 첫회를 본 소감은 오랜 만에 본 '천장지구'의 여운이 깊게 남았다는 것. 그리고 역시 이준기다 하는 생각, 조민기와 김혜옥의 악역(나쁜 시어머니 역은 했지만 이런 잔혹함은 처음이네요)을 참 오랜만에 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약간 거칠고 원색 적이긴 해도 이런 스타일 드라마는 간만이라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천장지구'에서 죽었던 아화가 살아 있다면 이런 모습으로 살지 않았을까. '투윅스'의 장태산.
어제 드라마 '투윅스'에서 간만에 '천장지구' 비디오를 봤습니다. 집에 들어와 식사를 마친 장태산이 '천장지구' 비디오를 보더군요. 그 영화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는 웨딩드레스입은 오천련과 코피흘리는 유덕화가 오토바이를 타고 함께 달려가는 장면입니다. 양아치도 건달도 아닌 '반달' 장태산(이준기)은 노름하고 나이트 삐끼 노릇을 하며 보육원 동생 고만석(안세하)와 함께 삽니다. 태산은 나사가 두 개쯤 빠진 인간이지만 언제 어느때 누굴 만날지 모른다는 이유로 양복을 차려입는 일 말고는 삶의 의욕도 목적도 없는, 그냥 삼류 건달입니다. '반달' 장태산의 핸드폰 벨소리가 '천장지구' OST라는 것 어딘가 의미심장하지요.
'반달' 장태산은 '천장지구'를 보며 과거 속에 빠져 살고 있다. 핸드폰 벨소리까지 '천장지구' OST.
그것은 '천장지구'라는 과거에 묶여 사는 건달 장태산의 과거가 '천장지구'의 아화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되고 별볼일없어 보이는 이 삼류 건달 '형님'에게도 아화 못지 않은 추억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조폭 두목 문일석(조민기)을 대신해 두 번이나 감옥에 다녀왔다는 장태산 앞에 어느날 갑자기 서인혜(박하선)가 나타납니다. 갑자기 백혈병 걸린 딸 이야기를 하며 골수 검사를 해달라는 인혜는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했고, 아이를 떼라며 병원 안으로 인혜를 밀어넣던 태산의 기억과는 달리 싸늘하고 독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천장지구'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는 장태산에게 서인혜가 아무 의미가 아니었던 것같진 않습니다. 죽음을 예감한 아화가 죠죠를 끌고 웨딩드레스 샵의 유리를 깨고 그 웨딩드레스를 죠죠에게 입히고 남몰래 단 둘이 결혼식을 올리던 그 장면처럼 장태산에게 인혜는 '목숨'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던 것같습니다. 의미없이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더욱 그랬다는 생각이 들죠. 태산이 아이를 떼라며 인혜를 모질게 수술실로 떠밀었던 것은 꼭 떠나야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 아화는 친구와의 우정과 의리 때문에, 복수를 위해 죠죠를 떠났는데 장태산은 왜 이별을 선택해야했던 것일까요.
장태산에게 선명하게 남아 있는 상처 서인혜. 왜 장태산은 아이를 지우라고 했던걸까.
'주먹'으로 먹고 사는 건달들의 세계는 일반인들이 잘 모릅니다. 그러나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는 것이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의리와 우정, 순정이 살아있는 곳이기 보다 훨씬 위험하고 불안정하다는 세계라는 곳이죠. 자칫 잘못했다간 생각지도 못한 범죄에 연류되고 다칠 수 있습니다. 잘 사는 집 아가씨 죠죠와 건달 아화의 사랑은 처음부터 비극이 예정되어 있던 로맨스였습니다. 아화가 죽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죠죠가 밤거리를 헤매다니는 장면은 아무리 사랑해도 벗어날 수 없는 비극과 운명을 보여주는 듯해서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투윅스'는 마치 영화 '천장지구'의 뒷이야기같습니다. 사랑을 잃은 태산은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고 아이 때문에 새 삶을 살게 된 인혜는 과거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간신히 상처에 딱지가 앉고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만나 태산이 없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백혈병 때문에 과거의 기억을 되돌리게 됩니다. 인혜는 죽어가는 아이 때문에라도 더욱 장태산이라는 과거를 잊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아이 아버지의 골수 때문이라고 아이가 살아날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된거라고 생각하다가도 악을 쓰며 아이를 떼라고 하던 태산이 떠올라 편하게 대할 수가 없습니다.
처음 만난 자신의 딸아이 때문에 심장이 아픈 장태산. 그의 삶이 새로 숨쉬기 시작한다.
장태산은 오래된 '천장지구' 비디오 테잎을 놓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영화같은 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죠. 문일석이 자신의 죄를 장태산에게 뒤집어 씌우며 장태산의 삶을 가지고 놀아도 말로는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뒤에서 흉보는 조폭 세계 동생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대로 당하는대로 그렇게 쉽게 살아왔습니다. 인혜와 사랑했던 '영화'같은 시간이 끝나는 동시에 삶도 끝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딸아이 수진(이채미)을 만나고 다시 뛰기 시작한 그의 심장은 장태산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이제 '천장지구'를 잊을 때도 되었단 뜻이죠.
그러나 검사 박재경(김소연)의 스파이 노릇을 하던 오미숙(임세미)의 죽음은 장태산의 인생을 다시 한번 뒤흔들어놓습니다.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딸아이 수진은 어떻게 된 일인지 한눈에 아빠 장태산을 알아보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죽음'이란 걸 잘 알지도 못할텐데 죽기 싫다고 울기 보다 아무렇지 않게 죽는다는 말로 엄마 속을 뒤집어놓던 아이 수진은 털있는 인형 팅팅이를 태산에게 맡깁니다. 태산은 수진에게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해준 적도 없고 그럴 기회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딸아이를 살리고 싶어졌습니다. 수술 날짜까지 앞으로 이주일 투 윅스만 잘 버티면 딸아이는 무사히 살아날 수 있습니다.
수술날까지 이주일(투윅스)만 버티면 되는데.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두 명의 악역.
지금은 시청자들이 알 수 없는 사연으로, 아이를 낳을 때는 인혜 옆에 있어주지 못했지만 이주 뒤에 아이를 살리기 위해 수술대 위에 무사히 오를 수 있을 때까지. 장태산과 문일석, 조서희(김혜옥)의 숨가쁜 싸움이 시작됩니다. 영화 '천장지구'의 사랑은 슬픈 죽음으로 끝났지만 '투윅스'의 사랑은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 궁금해지네요. '투윅스' 첫회를 본 소감은 오랜 만에 본 '천장지구'의 여운이 깊게 남았다는 것. 그리고 역시 이준기다 하는 생각, 조민기와 김혜옥의 악역(나쁜 시어머니 역은 했지만 이런 잔혹함은 처음이네요)을 참 오랜만에 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약간 거칠고 원색 적이긴 해도 이런 스타일 드라마는 간만이라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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