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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남주나, 서민 드라마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려나

Shain 2013. 10. 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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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제작되는 드라마들을 보면 사극에 '고증'을 바라는 것이 무리가 된 것처럼 드라마에 현실성을 바라는 것도 재벌이 아닌 서민의 삶을 묘사해달라는 바람도 판타지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몇몇 드라마 팬들은 '드라마는 원래 현실과 다른 판타지' 또는 '드라마 제작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이런 지적 자체를 말도 안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PPL를 받기 위해 재벌이 등장해야 하는 드라마 제작 현실을 감안해도 90퍼센트가 넘는 대한민국의 서민들이 전체 국민의 0.1퍼센트가 될까 말까한 부유층의 연애사를 보고 있다는게 말이 되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재벌에 대한 판타지로 미디어를 낭비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랑해서 남주나'는 공감가는 서민의 삶을 보여주려나. 1, 2회 방송으로 화제가 된 여러 상황들.

드라마 속 인물들의 감정에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막장 판타지가 늘어나고 김운경 작가의 '서울의 달(1988)'같은 드라마는 선호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었습니다. 어느새 TV에서 '서민 드라마'가 실종되고, 무언가 현실감있는 드라마를 보고 싶단 생각에 요즘은 한두가지 공감 장면만 나와도 어쩌면 이 드라마는 괜찮지 않을까 기대 해보게 됩니다. 지난주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사랑해서 남주나'는 직장이 없는 30대 남자와 계약직 여자의 사랑을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전체적인 구조는 부모 세대의 사랑과 자식 세대의 사랑이 겹치는 구조에 부자집 딸이 끼어드는 내용입니다.

 

몇몇 언론에서 재벌가의 재산 싸움 보다 가족들의 각기 다른 입장과 소외되어온 노년층의 사랑을 다룬 '사랑해서 남주나'를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며 칭찬한 글을 읽었습니다만 이 드라마도 흔히 우리가 '막장드라마의 특징'으로 꼽는 불륜이라던가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돈많은 재벌가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은하경(신다은)의 집안에는 하경의 아버지 은희재(최정우)를 노리는 미혼모 신수정(최수린)은 이 드라마 최고의 갈등요인이 될 것같은 느낌이죠. 거기다 유라(한고은)는 이미 유부남 윤철(조연우)과 불륜 관계에 있습니다.

가족들을 추스리면서도 고민하는 큰딸과 아버지가 미우면서도 똑같이 불륜을 선택한 작은딸.

그러나 1, 2회에서 보여준 남녀주인공의 갈등과 재혼가정 그리고 혼자 남은 아버지와 가족들의 갈등은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공평하게 가족들을 대하는 것 같지만 아버지 정현수(박근형)가 밖에서 낳아온 아들 재민(이상엽)을 아닌척 냉대하는 큰딸 유진(유호정)의 태도나 아버지가 어머니를 배신했다는 사실에 배다른 남동생을 원수보듯 대하는 유라, 그리고 그런 누나들과 거리감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모르는척 가족에 섞이려 애쓰는 재민이나 아들이 백수로 지내면서 결혼하겠다고 하자 호통을 치는 정현수의 입장이 아주 잘 드러났죠.

특히 자식교육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유진과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자식 때문에 포기해야하는 남편 강성훈(김승수)의 입장차이. 취직시험을 보러가는 아들을 챙겨먹이려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오고 직접 계란후라이를 부치고 조기를 구우며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아버지와 직접 아침상을 차리는 아버지가 내심 고마우면서도 자기 마음대로 안되는 취직 문제와 결혼문제 때문에 자신을 단도리하는 아버지 때문에 화를 내는 재민의 갈등 은 어디서 많이 본 장면입니다. 대한민국에 그런 문제로 갈등해보지 않은 가정은 드물겠지요.

결혼이라는 현실에 냉정할 수 밖에 없는 미주와 자신의 이혼이 미안하기만 한 엄마 순애.

송미주(홍수현) 가족이 보여준 캐릭터도 꽤 공감이 갔습니다. 자기 밖에 모르는 송호섭(강석우)은 어린 아내가 허리를 다쳐가며 돈을 벌어도 손수 밥한번 차려먹지 않는 가장입니다. 첫아내인 순애(차화연)와 이혼하고 미주와 병주(서동원) 두 남매를 연희(김나운)와 키웠지만 고생은 연희 혼자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희와 낳은 딸 은주(남보라)는 경제적 문제로 휴학을 반복하며 대학을 다니지만 호섭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미주는 엄마 순애와의 관계도 관계지만 어딘가 모르게 부담스러운 송호섭의 재혼가정이 불편해 보입니다. 미주가 딱히 못된 것도 아니고 연희나 은주가 미운 것도 아닌데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미주의 심리 가 잘 드러났죠.

무엇 보다 눈길을 끈 것은 백수 정재민과 계약직 은행직원 송미주의 이별 입니다. 소위 '삼포세대'인 그들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취업해봤자 계약직인 요즘 젊은이들의 삶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입니다. 취직도 못한 놈이 무슨 연애냐는 말이 듣기 싫은 정재민과 마찬가지로 정규직 채용 가망이 거의 없는 미주는 서로 애인 사이라는 걸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길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재민을 봐도 미주가 모른척하고 재민 쪽에서도 미주를 아는체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사귀는 사이답게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처지를 이해하지만 미래를 두고 말다툼하고 괴로워합니다.

 

 

 

 

 

 

 

 

송미주의 친구들은 호텔방을 잡고 란제리 파티를 할 만큼 부유한 반면 송미주는 애인이 백수에 집안에서 도움받을 수 없는 처지입니다. 미주는 남이 말하는 된장녀도 아니고 허영떠는 성격도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려면 어느 정도 남에게 맞춰야한다는 눈치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방한칸 마련할 수 없는 처지에 사랑만 믿고 결혼했다간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엄마 순애를 보며 뼈저리게 느꼈던 미주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늘 엇갈리고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는 정재민을 거절해야한다고 판단 합니다. 미주는 결혼에 대해 이성적이고 신중한 결정을 하고 싶은거죠.

직접 당해보기전에는 이해하기 힘든 백수 남자와 계약직 여자의 현실적 고민들.

늘 노력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정재민은 집안 문제로 꽤 오래 고민했던 것같습니다.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 속에는 가족 때문에 괴로워했던 그의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가족 보다 위로가 되는 미주를 가볍게 대한 적 없고 누나처럼 엄마처럼 의지했지만 자신이 밖에서 낳아온 아들이란 말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습니다. 언제 어느때 결혼하자는 약속도 없이 깊은 연애를 하고 점점 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면 혼기가 꽉찬 미주에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 속마음으론 그냥 잠깐 사귀는 여자가 아니라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잡고 싶은 미주인데도 그걸 드러낼 수 없는 처지입니다.

미주와 재민은 극중에 등장한 다른 어떤 캐릭터 보다 사실적인 커플이죠. 가족이 있어도 외롭고 힘든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는 건 정현수나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미 한 가족을 꾸리고 배우자와 자식들을 책임지는 어른들의 모습은 애틋해도 그런가보다하지만 사랑해도 결혼 하기 힘든 젊은 세대들의 고통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미주가 겉멋이 들거나 돈 밖에 모르는 여자라서 재민을 거절하는 것도 아니고 재민이 돈없는 처지에 분수도 모르며 결혼하겠다고 우기고 돈드는 이벤트를 하는게 아니잖아요.

막장의 요소를 숨기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출발한 '사랑해서 남주나'. 두 사람의 인연이 어떻게 될까.

드라마에서 돈많은 부자를 보며 대리만족하는게 시청자의 심리라지만 알고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야 말로 훌륭한 드라마입니다. 드라마라는 미디어에서 서민의 삶을 이해한다는 건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일이구요. 물론 몇가지 '막장'의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1, 2회의 전개 방식이라면 '사랑해서 남주나'를 기대해볼만 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건 그렇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만 1969년에 외국에서 쌍둥이 자매와 쌍둥이 형제가 서로 결혼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는데 흥미롭게도 쌍둥이들의 엄마 아빠까지 결혼해서 족보가 꼬이는 일이 실제 있었다는군요. 우리 나라에서도 비슷한 전설을 읽어본 적 있습니다. 이 드라마와 관련이 있을 것같단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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