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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태양, 로맨틱 코미디의 모든 비밀은 사랑으로 마무리된다

Shain 2013. 10. 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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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나 유령이란 소재는 로맨틱 코미디와는 상극으로 여겨지던 소재입니다. 물론 '고스트 위스퍼러(2005)'처럼 아름다운 외모의 미디엄이 영혼을 위로하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의 멜로 드라마도 있습니다만 그 드라마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침착하고 차분한 편이죠. '고스트 위스퍼러'의 여주인공은 남편과 사랑에 빠져 인물이나 유령 이야기는 어딘가 모르게 우울하다는 고정관념을 그리 벗어나지 않는 편입니다. 어떻게 보면 '주군의 태양' 시즌 2가 나온다면 잔잔한 분위기의 태공실(공효진)이 믿음직한 남편 주중원(소지섭)이 '고스트 위스퍼러'같은 분위기의 드라마를 찍지 않을까 싶습니다.

로코물에는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은 귀신을 선택했던 만큼 홍자매 작가의 이번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환상의 커플(2006)'부터 지금까지 드라마의 재미 하나는 확실하게 보장했던 필력의 작가들인 만큼 새로운 소재와 로코물도 훌륭하게 결합시키지 않을까 생각했던거죠. 결론만 놓고 보자면 로코물로서는 성공이고 '귀신'을 선택한 드라마로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네요. 지금까지 쌍둥이 차희주(한보름)와 한나의 비밀, 태공실이 영혼을 볼 수 있게 된 비밀, 그리고 주군이 방공호가 된 비밀을 잘 버무려왔던 것에 비해 결말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출발은 미스터리한 귀신이야기였지만 마무리는 확실한 로맨틱 코미디였던 '주군의 태양'. 비밀은 사랑이었다.

'주군의 태양'의 첫 시작은 미스터리하고 신비로운 귀신이야기였지만 결말은 '로코물'의 기본공식인 사랑으로 마무리된 셈입니다. 사랑지상주의자(그것도 그냥 사랑이 아닌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 적응하기 힘들거란 말이 맞기는 맞는 것같더군요. 태공실이 주중원에게 닿았을 때 찌릿했던 이유도 운명적인 인연이었기 때문이었고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약속했던 태양에게 주군이란 방공호가 생긴 것도 두 사람의 사랑 때문이었단 이야기. 그들 사이에 '사랑' 말고는 특별한 비밀이 없었습니다.

밀고 당기던 사람들, 사랑하던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진다. 로맨틱 코미디다운 결말.

원래 어떤 드라마든 마지막회가 방송될 때 쯤 되면 그 완성도를 놓고 아쉬움이 남기 마련입니다. 특히 해피엔딩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나라 드라마에서 모든 커플이 사랑을 확인하고 미혼이었던 커플들은 제 짝을 만나는 내용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죠. 그러나 '주군의 태양'은 태공실이 영혼들에게 태양처럼 환하게 빛나는 비밀을 비교적 대충 마무리한 반면 등장 커플들의 사랑은 확실하게 끝맺음해주는, '로코물의 여왕'다운 면모를 선보입니다. 태이령(김유리)과 강우(서인국)가 레드카펫 위를 걷는 장면은 유쾌하기까지 했죠.

특히 전혀 예상치 못한 캐릭터에게서 '사랑'에 대한 결론을 마무리짓는 의외의 설정을 선택했습니다. 주군과 태양은 서로가 서로 밖에 보이지 않는 마법에 걸린 상태라 달달한 장면만 찍으면 팬들도 커플도 대만족인 상황이었고 뭔가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할 상태는 아니었죠. 오십줄의 나이에 아이를 가진 주성란(김미경)과 도석철(이종원) 커플은 생각지도 못한 아이를 갖고 주성란은 자신에게 아이는 무리라는 생각에 남몰래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번지점프에 경비행기를 타며 여행하자는 도석철의 여행제안을 받아들이기까지 했죠.

'주군의 태양' 마지막회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는 주성란.

'선택을 하고 뭔가를 지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막상 선택을 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사랑으로 누군가를 품는다는게 언제나 행복을 낳아주는 건 아니다'라는 공실의 대사는 아기를 두고 망설이는 주성란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공실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귀신이 보인다는 이유로 혹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남들의 눈이 두려운 탑스타라는 이유로 사랑을 포기하는 것 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사랑을 선택하는게 훨씬 나은 이유는 바로 그때문이란 이야기죠. 주성란은 아이를 낳기로 하고 그 순간의 행복을 선택합니다.

일만 하며 살다 뒤늦은 나이에 결혼을 선택한 주성란은 공실과 주중원의 사랑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였으나 '폭풍우 치는 밤에'를 읽고 눈물을 글썽거리고 공실이 중원을 살렸다는 말에 마음을 바꾸는 등 로맨티스트같은 면모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남들이 말리는 도석철을 남편으로 선택한 성란이라면 좀 더 어른스럽게 공실과 중원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격려를 해줄거라 생각했는데 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어린아이처럼 망설이고 걱정하게 되는게 사람인가 봅니다. 공실이 주성란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이 드라마 마지막회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 였죠.

 

 

 

 

 

 

호감을 가진 상대에게 설레이고 사랑을 느끼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완성할 때까지 두근거리는 마음은 그 어떤 기분과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공실이 말한 것처럼 그 선택이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미련이 남았던 많은 사연 속의 귀신들처럼 사랑이 늘 연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수많은 신데렐라에 대한 고전 동화들이 '해피엔딩' 뒷 이야기를 전해주지 않는 것은 사랑을 완성하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는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어버리라는 배려인지도 모릅니다.

귀신들의 비밀은 좀 아쉬웠지만 사랑에 빠진 배우 소지섭의 연기는 보기 좋았던 '주군의 태양'

'주군의 태양'은 전체적으로 에피소드 단위의 이야기가 이어져 꽤 짜임새있는 구조로 전개되어 왔습니다만 끝부분에 두 사람이 잠시 이별했다 다시 만나는 과정을 좀 질질 끌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1회 연장으로 인한 시간늘이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사랑 빼면 시체인 '로코물' 치고는 두 사람의 로맨스가 매우 짧았던 드라마로 기억될 듯 합니다. '귀신'이라는 새로운 소재 덕분에 더욱 그랬겠죠. 이왕 연장을 하려면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모습까지 연출하면 좋았을 텐데 마지막회의 급한 '밀땅' 보단 마지막 키스신이 더 생각이 날 거 같아요.

결국 이렇게 아쉬움이 담긴 '후기'를 적는다는 자체가 더 이상 '주군의 태양'을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티저광고에서 설정한 것처럼 고스트 해결사를 업으로 삼은 태공실과 그 옆에서 함께 해결사 노릇을 하며 능청스럽게 데이트하는 주군의 모습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바람도 조금쯤 듭니다. 뭐 어쨌든 로맨틱 코미디에 뭔가 거창한 비밀을 바라는 건 무리라는, 그런 현실적인 교훈을 준 만큼 달달한 로맨스에라도 올인했으면 좋았을 걸 그런 기분이네요. 이런 아쉬움은 공블리 공효진이야 로코의 여왕이지만 언제나 진지했던 배우 소지섭의 로코물은 이번에 처음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소지섭씨 이런 모습 또 보고싶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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