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KBS TV 수신료, 인상해서 강제 징수하려고?

Shain 2013. 12. 1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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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에서 TV 수신료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단 뉴스를 읽었습니다. 현재 2500원에서 무려 1500원이 인상된, 4000원의 TV 수신료를 매달 내야한다는 것입니다. 가족수가 적고 매달 사용하는 전기사용량이 적은 편인 집에서는 4000원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을 것같습니다. 특히 케이블 없이는 TV를 전혀 볼 수 없는 지역의 사람들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TV를 집에서 없앤 사람들, 스마트폰이나 PC로 다운로드 서비스로 TV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욱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신료 현실화 방안을 결정한 KBS 이사회. 앞으로는 매달 4000원을 내게 된다(이미지 출처:KBS 뉴스).




TV 수신료는 일종의 세금 성격이라 케이블을 쓰든 TV를 보든 보지 않든 무조건 내야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TV는 의무가 아닌 서비스이기에 그 혜택을 보지 않으면 TV 수신료를 내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TV가 없는 가정이나 난시청지역인 경우 한국전력공사나 KBS 수신료문의처(1588-1801)에 전화해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잘못 납부한 TV 수신료를 반환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하더군요. 전기요금에 통합징수되는 TV 수신료는 거의 반강제적인 세금이 되어버렸습니다.

20여년전처럼 TV 수신료를 따로 낼 수 있었다면 일단 납부 거부라도 할 수 있을텐데 94년부터 전기요금과 TV수신료를 함께 징수하게 된 이후론 납부 거부는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수신료를 내지 않겠다고 납부거부를 했다간 당장 전기가 끊길테니까요. 그 부작용으로 TV가 집에 없어서 납부 거부 신청을 했다가 자신도 모르는새 TV 수신료가 부과되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읽을 수 있고 난시청지역으로 케이블 방송없이 TV를 전혀 볼 수 없는 가정임에도 10년 넘게 TV 수신료를 내왔던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대표적인 난시청 지역으로 안테나를 설치해도 TV가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케이블에 가입했습니다. 20여년전에는 수신료 납부를 거부해 난시청 지역임을 인정받았지만 94년부터는 은근슬쩍 TV 수신료가 전기세에 통합되어 있었고 부모님도 그 부분을 잘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도 가끔씩 케이블이 끊기면(시골이라 태풍이나 폭설로 가끔 고장납니다) MBC는 커녕 KBS는 전혀 잡히지 않았고 난시청지역이니까 당연히 내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계속 납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난시청 지역은 수신료 납부 면제지만 안테나 설치 후 흐릿하게 방송이 나오면 인정받지 못한다?


KBS 수신료 인상도 인상이지만 공공서비스인 공중파 방송의 혜택을 제대로 누려본 적이 없는 지역임에도 20년 동안 꼬박꼬박 수신료를 냈다고? KBS의 뻔뻔함에 짜증이 났습니다. 우리 나라의 인구수로 볼 때 한달 수신료 수입만 500억원쯤 될 것이란 추산이 가능합니다. KBS가 수신료 인상에 기를 쓰는 이유에는 케이블, MBC, 종편 보다 확실한 재원을 확보하고 싶은 복잡한 정치적 속셈도 섞여있겠죠. 통합징수로 눈먼 돈까지 긁어갔으면서도 좀처럼 배가 부르지 않은 모양입니다.

수신료를 지불하면서도 케이블 방송 사용요금을 20년 넘게 내온 우리 집. 이 지역 사람들 중에 케이블 방송을 보지 않는 가정은 없을 것입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 환경이 케이블 방송 이용을 '의무화'시킨 셈입니다. 남들 다 보는 TV, 우리 집에서도 보려고 어쩔 수 없이 케이블을 썼고 그나마 2500원 밖에 안되는 수신료를 안내도 된다는 점에 개미똥같은 만족을 느끼며 살았다는 이야기지요. 어쨌든 지금까지 내온 TV 수신료가 아깝지만 생각난 김에 KBS 수신료문의처에 전화를 했습니다.



저희 지역이 난시청지역이고 요즘도 케이블 방송이 끊기면 전혀 KBS가 잡히지 않으니 TV 수신료를 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상담원은 갑자기 안테나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혹시 안테나를 설치하고 수신해봤냐는 말이었는데 상담원 말로는 우리 지역은 이미 난시청지역이 '반' 해소가 되었고 중계기나 안테나를 설치하면 TV가 정상 수신이 되니까 수신료를 내야한다고 말하더군요(지금 생각해보니까 언제부터 '반' 난시청지역이었냐는 질문은 못했군요 - 잘못 납부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은 셈입니다).

당신이 수신료 납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억울해도 거의 반강제적인 납부 시스템.


말하자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시청자가 안테나 설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TV가 나오지 않는 것은 KBS의 책임이 아니니 수신료를 내야한다는 것이죠. 이 지역에 살아보지도 않은 상담원의 자신만만함이 너무 황당해서 상담원과 언성을 높힐 뻔했습니다만 일단 점검 나와보라고 신청하고 끊었습니다. 잘못 징수한 건 돌려줄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돈벌레 방송국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짜증이 나더군요. 그리고 인터넷으로 '직접수신가구'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지상 9m 이상 높이의 안테나를 달아서 수신이 안 되면 수신료 면제 대상이 된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기사를 읽고 실소가 날 수 밖에 없었는데 시골 지역은 대부분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전봇대 높이 보다 높은 안테나를 잘 설치하지 않습니다. 시골 지역의 상식이라면 상식인데 여름에 천둥번개가 치면 벼락의 타겟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층 높이의 가정집임에도 전봇대에 내리친 벼락 덕분에 PC가 고장난 경험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시청 지역이라는 이유로 이미 케이블 보급(?)이 완료됐는데 수신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안테나를 설치하라는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 완전 해소도 아니고 '반' 해소라면서요.

KBS는 무엇을 위해 수신료를 인상하는가. 뻔뻔한 기업에 단돈 1원도 주기 싫다.


이 지역은 정작 '난시청 지역 해소' 사업이 필요할 때는 소외된 곳으로 그 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TV를 보며 즐거워할 때도 바람불면 흔들리며 지직거리는 TV 안테나를 원망하고 시대에 비해 다소 비쌌던 케이블 이용료를 내고 TV를 보던 지역입니다. 주민들이 알아서 이용할 때는 아무 도움을 주지 않고 TV 수신료 납부도 자동면제해주지 않던 KBS. 이제 와서 TV 수신료 징수가 필요해지니까 '반' 난시청 해소 지역이니까 수신료를 내야한다니.

거기다 KBS는 우리 시대의 공영방송으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진실을 외면하고 못본체 하는 언론이 수신료 납부에는 기를 쓰며 억지부리는 모습이 기가 막힐 밖에요. 인위적 난시청 지역이든 자연적인 난시청 지역이든 높은 안테나를 설치해서 다소 흐릿하게라도 TV가 잡히면 수신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징수 대상으로 인정한다고 하니(사실은 케이블 쓰는 거 다 아니까 수신 상태 따위 관심없겠지요) 이게 강제 징수가 아니면 뭔가요? 이런 KBS에게는 단돈 1원도 주기가 싫은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정신차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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