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예전같지 않은 '나혼자산다' 김광규에게 시선집중

Shain 2013. 12. 14. 10:49
728x90
반응형

사람에게는 매일매일 책임져야할 일상이 있고 때로는 잠깐의 여유 조차 누리기 힘들 만큼 바쁩니다. 주말에 잠시 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매주 반복하는게 평범한 사람들이죠. 일주일의 피로가 몰려드는 동시에 쉴 수 있다는 해방감에 여유로운 금요일.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하고싶은 것과 해야하는 일들이 한꺼번에 떠오르지만 우선 딱딱하게 굳은 머리를 비우고 하고 싶었던 일은 토요일부터 하자 그렇게 마음먹곤 합니다. 덕분에 혼자 사는 사람들의 금요일밤은 '불타는 금요일'이 아닌 그냥 누워서 TV를 보는 조용한 금요일 인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형과 티격태격하며 옷을 사러간 김광규. 그의 일상을 유난히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나 혼자 산다'

 

요즘은 정치권 뉴스를 보면 이게 우리 나라인가 싶어 답답하기만 하고 서민드라마가 실종된 TV에선 굴지의 재벌 자식들이 연애놀음을 하고 전남편과 현재의 남편이 같이 산다는 - 도무지 공감가지 않는 이상한 캐릭터가 픽픽 죽어나가니 정신적인 휴식 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입니다. '나혼자 산다'는 원래 그런 지루한 금요일 밤에 딱 어울리는 예능 프로그램이었죠. 무지개 회원들의 소소한 일상생활에 흐뭇하게 웃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나혼자 산다'의 재미가 예전같지 않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나 방송된지 육개월 쯤 지나면 재미가 떨어지게 사실이지만 '나혼자 산다'의 경우는 그런 지루함과는 좀 다릅니다. 초기 방송 때 시청자들이 좋아하던 장점이 많은 부분 사라지고 흔한 연예인 사생활 프로그램으로 전락한게 아닌가 싶은거죠. 시청자들이 '나혼자 산다'에 호응하며 좋아했던 부분은 '아 연예인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저렇게 사는구나'였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초반부터 함께 했던 이성재 마저 떠난다고 알려진 '나 혼자 산다' 예전같지 않다.

'나혼자 산다'에서 가장 공감을 얻은 출연자가 바로 김광규 회원입니다. 유부남으로 기러기 아빠가 되어 혼자 살고 있는 이성재와 동거견의 에피소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혼자 사는데 익숙하다 못해 홈쇼핑 전문가가 되고 엄마에게 결혼 재촉 잔소리를 듣는 김광규는 평범한 솔로남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고생했던 이야기, 집안의 막내로 홀로된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 전세집을 얻어 효도하는 모습 하나하나가 시청자를 뭉클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었죠.

대한민국의 솔로 남녀들 중에는 집안 형편으로 결혼을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열악한 경제 상황이나 조건 때문에 결혼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연예인의 '화려한 싱글 라이프' 보다는 오랫동안 고생한 김광규의 일상이 훨씬 더 애틋할 수 밖에없습니다. 거기에 게임을 좋아하는 데프콘의 취미 생활이나 번데기 캔만 뜯어먹는 김태원의 별난 생활, 어떻게 해도 눈에 띄는. 노홍철의 평범치 않은 일상이 양념처럼 재미를 주었죠. 초기 멤버들은 볼거리나 공감 면에서 말 그대로 적절했습니다.

 

 

 

 

 

 

 

반면 새로 들어온 멤버들은 전체적으로 연예인이라는 티가 확실히 나죠. 안 그래도 연예인이란 직업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사람들 입니다. 탑스타면 탑스타인대로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고 패션감각이 특이한 배우들은 어딜 가나 주목받습니다. 연예인의 삶이 독특한 건 별로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몰랐던 일도 아닙니다. 화려한 탑스타의 외로움이라던가 30대 후반 남성이 세탁기 하나 못 돌리고 고기 굽는 법이나 기차 타는 법도 모르는 연예인은 시청자들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형제와 가정형편 때문에 포기했던 것들. 시청자들이 공감한 건 화려한 삶이 아니다.

 

기존 멤버들에서 한둘 정도 추가되어 양념 역할을 했더라면 그럭저럭 전체 분위기에 묻혀갈 수 있었을텐데 서인국, 김태원에 이어 이성재까지 나가고 나면 남은 멤버들 중에 원조 무지개 회원은 김광규, 데프콘, 노홍철 밖에 없습니다. 화려한 패셔니스트 김민준의 독특한 생활도 흥미롭고 낭만적인 멋쟁이 싱글 김용건의 삶도 웃음이 나지만 '나 혼자 산다' 첫방송에서 느꼈던 그런 재미와는 많이 다르네요. 반면 그럴수록 김광규에게 자꾸 눈길이 갑니다.

어제 방송에서김광규는 자신처럼 혼자 사는 둘째형과 함께 티격태격하며 옷을 사러갑니다. 이제 돈도 벌만큼 벌었으면 다른 싱글남들처럼 메이커붙은 비싼 옷도 좀 사고 그럴 법도 한데 홈쇼핑을 좋아하던 평소 성격 그대로 90프로 떨이하는 옷들을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모릅니다. 형하고 맥주 한잔에 흔한 치킨으로 정을 나누는 모습은 우리가 아는 형제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두 형제에게 쏟아지는 결혼하라는 잔소리는 어머니에게 지겹도록 들어봤지만 언제들어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혼자 사는 두 사람의 솔직한 대화와 형제를 향한 어머니의 똑같은 잔소리.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언제 결혼을 포기했냐는 김광규의 질문에 아이 이야기를 꺼내는 둘째 형의 대답이나 그래도 결혼해서 아이갖고 잘 살고 싶지 않냐는 김광규의 솔직한 말까지. 형편이 너무 어려워 결혼같은 건 생각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결혼은 하고 싶지만 미래가 두려워 저지르지 못하는 젊은 연인들에게 김광규의 솔직함은 묘하게 위안을 주지요. 그래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구나 - 마치 요즘 화제가 된'안녕들 하십니까'란 대자보의 한구절처럼 당신도 나도 이렇게 살고 있다는, 뭉클한 메시지같은 느낌말입니다.

요즘 방송되는 '나 혼자 산다'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초심을 잃었다고 평가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사람들이 좋아하던 부분을 많이 놓친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더욱 김광규의 원톱 예능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그래도 김민준이 만든 고양이집은 따뜻해서 좋았어요) 눈길이 가지 않더군요. 엄마에게 집도 사주고 앨범도 내게된 김광규 - 다음주에는 호사스럽게 무려 이탈리아를 간다는데 - 초심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늘어갈수록 분량은 김광규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겠지요.

초심에 대한 요구가 빗발칠수록 김광규에게 부담이. 우리가 바란건 부러운 삶이 아니다.

 

처음부터 무지개 멤버로 눈에 익은 이성재의 이탈이 상당 부분 아쉽고 - 강아지 에페 귀여웠는데 - 금요일 밤을 보내는

시청자가 원했던 건 부러운 연예인의 삶이 아니라 공감가는 연예인의 삶이 아니었을까 싶어 요즘 방송 내용도 아쉽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꾸려가던 예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김광규의 부담이 커질테니 그것도 아쉬운 일인거 같구요. 결국 저 역시 제작진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똑같은 말을 할 수 밖에 없을 것같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