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사랑해서 남주나, 반찬가게 홍순애가 보여준 진정한 어른의 지혜

Shain 2014. 1. 20. 14:00
728x90
반응형

가끔 나이들어 홀로 되신 동네 어르신이 재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 중병에 걸린 배우자를 돌보다 사별하고 재혼하신다는 분들은 그나마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축하의 말을 듣는데 아침 드라마에서 나오는 부적절한 커플들처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결혼을 하거나 이혼 전부터 불륜이었던 경우, 자식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상대와 재혼할 경우에는 안좋은 말이 훨씬 더 많이 들려옵니다. 재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입장이겠지만 어느 나이가 넘고 보면 내 입장 보다 주변 눈치가 훨씬 신경쓰이기 마련이죠. 그런데 부모의 재혼을 지켜보는 자식 입장에서도 할 말은 충분히 있습니다.

 

현명하고 성숙한 어른의 사랑을 보여주는 홍순애. 그녀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사랑해서 남주나'의 유진(유호정)과 유라(한고은)는 아버지 정현수(박근형)의 사랑에 반대했지만 일단 모른척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딸들은 어머니에 대한 의리 때문이라도 아버지의 재혼을 싫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바람피워서 어머니에게 잘못을 저지른 아버지, 고통스러운 췌장암에 걸려죽은 어머니의 기분을 생각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들도 사랑 때문에 많은 경험을 하고 나니 그동안 너무너무 외로웠던 아버지의 고통은 납득이 가니까 완강히 반대할 수가 없는거죠.

유라와 유진의 반대하는 모습을 보니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이웃 동네 50대 후반 아저씨 하나가 암에 걸린 아내가 죽자 자식들의 반대에도 재혼을 하고 집을 뜯어고치더랍니다. 그 아저씨는 평소에도 이기적인 사람이었는데 병에 걸린 아내가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병수발은 커녕 아픈 몸으로 밥상을 차리게 했다고 합니다. 죽기 전날까지 부엌을 드나들던 아내가 다른 건 몰라도 불편한 부엌은 제발 좀 고쳐달라 애원을 해도 눈하나 까딱 않던 사람이 집을 뜯어고치니 자식들이 절연을 선언하고 나선겁니다.




그나마 유진과 유라는 아버지의 인격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음을 알기에 저 정도의 반응을 보인거지 자식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 대부분은 재혼에 대한 편견에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도 늦은 나이의 재혼으로 안 좋은 일을 겪은 사례들이 많지만 자식들은 부모의 사랑을 자신들과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기 쉽지 않습 니다. 나이드신 분들은 데이트할 때 어디가는지 궁금하다는 며느리 김지영(오나라)의 무례한 질문처럼 말이죠.

자식들은 부모의 사랑 보다 자신들의 기준과 입장이 훨씬 중요하기 마련이다.

사실 유진과 유라가 한참 수준이 떨어진다고 반발하면서도 대놓고 홍순애(차화연)의 존재를 반대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알게 모르게 그녀들이 홍순애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남편 강성훈(김성수)이 바람을 피운다고 오해하고 삶의 위기를 겪었던 유진도 유부남과의 불륜으로 아버지를 한층 더 이해하게 된 유라도 홍순애가 아버지를 좀 더 솔직하고 밝은 사람으로 바꿔놓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 니다. 딸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재민(이상엽)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받는 정현수의 모습은 어색하긴 해도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홍순애가 전남편 송호섭(강석우)과 그 아내인 이연희(김나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면 지혜롭고 대담한 홍순애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바람피워 이혼한 전남편과 그 내연녀가 예뻐보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미주(홍수현), 병주(서동원)와 생이별하게 만든 당사자가 바로 그 두 사람이지만 홍순애는 두 사람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한편 감자탕 가게를 내준다는 제안으로 자식들에게 위신도 세워 줍니다. 어쨌든 송호섭은 아이들 아버지고 연희는 남매를 키워준 은인이기 때문입니다.

송호섭 부부의 위신을 세워주고 병주 부부의 잘못된 처신을 고치기로 마음먹은 홍순애.

홍순애에게 돈이 많다는 걸 알고 대뜸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나선 병주 부부의 얍삽함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습니다. 병주와 김지영은 연희도 시어머니이지만 그 존재를 무시하기 일수입니다. 홍순애는 아들의 잔꾀를 전혀 용납하지 않고 송호섭, 이연희 밑에서 부대끼며 살아보라며 몰래 돈을 대주기로 한 것입니다.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송호섭 부부의 갈등은 전혀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돈을 쓰는 지혜인 동시에 멀리까지 내다본 현명한 처신인 셈 이죠.

그러나 정현수와 홍순애가 부딪힐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은하림(서지석)의 엄마 이혜신(유지인)은 미주와 재민이 한때 사귀는 사이였다는 것도 그 때문에 하경(신다은)이 재민을 포기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헤어졌지만 은하림 남매의 연인으로 정현수와 홍순애의 자식으로 얽히고 꼬인 그들의 관계를 순리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양보를 하고 누군가는 마음의 상처를 입어야 해결할 수 있는 관계 아닐까요? 아무리 현명하고 지혜로운 홍순애라도 딱 부러지는 해법은 당장 떠오르지 않을 것 입니다.

아무리 현명한 어른이라도 전혀 해법이 떠오르지 않은 꼬인 관계. 그래도 홍순애라면..

박스 줍는 할머니에게 반찬을 싸주고 전남편의 아내까지 거둬주는 반찬가게 아줌마 홍순애. 정현수, 홍순애의 사랑은 젊은 사람들의 사랑처럼 격하지는 않아도 잔잔한 여운을 줍니다. 나이먹어도 마음은 젊을 때와 똑같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더불어 그들이 자식들과의 갈등을 꼬인 매듭을 풀듯, 인내심을 갖고 풀어나가는 자세에서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봅니다. 사랑에 대한 욕망은 넘치고 지혜가 없는 어른들의 사랑이라면 이렇게 공감하긴 쉽지 않을 거에요. 어쩌면 사람들이 바라하는 진짜 어른의 사랑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네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