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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찾아서

Shain 2014. 1. 2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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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대회를 둘러싼 반발은 1999년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로 절정을 이뤘습니다. 90년대에는 유난히 지역미인대회가 유행했기 때문에 전국dp 군단위로 열리는 미인대회만 100개가 넘었습니다. 그 시대에는 적당한 외모에 키 170 센티미터가 넘는 여성들은 미인대회 참가해보라는 말을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아름다움은 타고난 신체적 조건과 성형수술로 획일화된 외모 뿐 이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유명 미용실이나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엄청난 액수의 돈을 줘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름답다'는 명예를 돈으로 살 수 있는 미스코리아 대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지영을 위해 물속에 뛰어든 김형준.

많은 사람들이 90년대는 자기 PR의 시대라고 했습니다. '미스코리아'의 김형준(이선균)이 공부해서 한국 최고의 명문대학에 들어갔던 것처럼 80년대까지만 해도 노력하는 만큼 이룰 수 있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타고난 재능과 노력을 팔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던 시대였죠. 90년대는 타고난 노력과 재능 이외에 외모와 재력, 자존심, 양심, 명예 등 나의 모든 것을 팔 수 있어야 성공하는 시대 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상품화 대상에는 여성의 외모와 몸매도 포함되어 있었고 각종 미인대회가 이 현상을 부추켰다는 것이죠.

요즘이야 타고난 미모와 몸매가 있다면 상품화든 뭐든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 이 더 많지만 그때만 해도 연예인을 비롯한 남들 앞에 서는 직업이 손가락질받던 시대였습니다. 안 그래도 경쟁사회인 요즘은 오히려 미스코리아 대회를 통해 경력을 쌓은 여성들이 평범한 학력을 가진 여성들 보다는 훨씬 더 성공에 유리합니다. 연기자에게 연기 보다 외모가 더 유리한 조건인 것처럼 많은 사회에서 능력 보다는 외모, 외모가 예쁘면 성공한다는 삐뚤어진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합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팔 수가 없는 것. 오지영(이연희) 가족들은 남들 앞에 귀한 딸을 발가벗겨 내보낼 수 없다고 반발합니다. 할아버지 오종구(장용)는 수영복 입고 워킹하는 오지영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딸이 엘리베이터 걸로 일하며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 직접 보고 느낀 아버지 오면상(정규수)과 삼촌 오웅상(정석용)은 지영이 남들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유일한 성공수단이 미스코리아라는 걸 알기에 어쩔 수 없이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뭇남성들 앞에 오지영이 수영복입고 나간다는게 갑갑하기만 합니다.

엘리베이터걸 오지영이 찾은 유일한 90년대 생존법. 그러나 미스코리아 대회 역시 살벌한 정글.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던 오지영이 남보다 뛰어난 외모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엘리베이터걸이었습니다. 이제는 자신을 하찮게 취급하는 박부장(장원영)에게 성희롱당하던 입장에서 자신의 외모와 몸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보여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 스스로의 상품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시대에 순응했다 고나 할까요. 그녀 앞에는 그녀의 모든 것을 돈으로 사들이고 싶어하는 인간군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퀸미용실의 마애리(이미숙) 원장이나 체리미용실 양춘자(홍지민)는 그나마 순수한(?) 쪽에 속합니다. 성형수술을 시키고 심사위원들을 매수하고 지독한 훈련으로 아가씨들을 닥달하지만 그들에게도 결코 팔수 없는 자존심은 있습니다. 마애리는 미스코리아 대회로 인생을 바꾼 대표적 케이스로 미스코리아 대회에 부정적인 소문으로 흠집이 나는 자체를 혐오하고 대회 참가자들에게 스폰서 제의를 하는 마담뚜를 두들겨 팰 정도로 미스코리아 대회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숨겨둔 마음까지 돈으로 사고 싶어하는 그 시대. 소중한 첫사랑은 절대 팔고 싶지 않지만.

돈이면 마음도 살 수 있는 시대. 김형준의 비비화장품에 투자해 오지영을 사보겠다고 나선 짝사랑남 이윤 (이기우). 정선생(이성민)을 시켜 김형준의 목숨을 빼앗고 사채빚을 받겠다는 황사장(정승질), 비비화장품의 아이디어와 재능을 미스코리아 대회 후원으로 뺏어보려는 김강식(조상기), 돈많은 스폰서에게 미스코리아 대회 참가자들을 소개시켜주고 돈을 버는 마담뚜, 미스코리아 후원업체의 입김으로 아무렇지 않게 특정 후보를 배제시키는 미스코리아 주최 측까지. 수많은 유혹이 오지영의 발목을 잡습니다.

김형준은 오지영을 미스코리아 대회에 끌어들이며 자신의 소중한 첫사랑도 어설픈 연애감정도 모두 팔아치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어린 날 지영과 창문 사이로 주고받았던 야구공 - '좋아'라는 선명한 글자가 아직도 씌여진 야구공을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좋아하는 감정을 숨겨보려 노력해보고 모질게 떼보기도 했지만 깡패에게 얻어맞으며 투자자에게 무릎꿇는 수모는 참아도 첫사랑 오지영과의 추억과 그녀의 꿈만은 팔아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김형준에게는 이미 절대로 팔 수 없는 무모한 꿈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팔 수 없는 무엇. 오지영이 그 시대를 견딜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뿐이다.

오지영은 좀 더 나은 인생을 위해 미스코리아 대회에 참가했지만 살벌하고 무서운 정글을 보게 됩니다. 보기만 해도 기가 죽는, 쟁쟁한 미용실 후보들의 텃세에 고생하기도 하고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사람들에게 계란을 맞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걸 각오로 미스코리아 무대에 섰지만 돈과 권력이라는 유혹 앞에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슬프고 힘든 순간에도 '와이키키'하며 웃을 줄 알던 오지영은 끝끝내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김형준에게 고백하러 달려 갑니다.

오지영도 스폰서 유혹에 넘어간 신선영(하연주)처럼 아차하는 순간 수렁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니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 모든 것이 돈이 되는 시대에 제정신을 차릴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마애리처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에 도전하되 절대로 팔 수 없는 무엇을 찾는 것 인지도 모릅니다. 오지영이 한밤중에 김형준을 찾아간 건 오지영에게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팔 수 없는 그것이 바로 김형준이란 뜻이겠죠. 오지영과 김형준, 그리고 정선생과 고화정(송선미), 비비화장품 사람들이 씁쓸한 그 시대를 버티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 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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