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사랑해서 남주나,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부모와 자식의 인연

Shain 2014. 1. 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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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물이든 갓 태어난 새끼일 때는 부모에게 의존합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뛰어다닐 수 있는 작은 포유류들과 달리 한동안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인간은 더욱 그렇죠. 동물이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사냥을 다닐 수 있을 때까지 어미에게 의지하듯 인간도 직장을 얻고 새로운 짝을 얻을 때까지 부모의 도움을 받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동안은 자식에게 부모는 세상의 기준입니다. 부모는 자신의 품안에서 쉬는 자식을 보며 아이의 미래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것이란 가당찮은 기대를 갖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식들은 부모가 원하는 틀이 자신과 맞지 않을 땐 부모의 영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발하고 그때부터 그들은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결혼을 허락했던 이혜신이 미주와 정재민의 관계를 알고 다시 반대하자 은하림은 집을 나간다.

 

'무촌'이라는 배우자도 이혼하면 남남이지만 자식들과의 관계는 배우자와 이혼해도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입니다. 핏줄로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부모 자식 간의 관계인데 어떤 면에서는 가장 어렵고 풀기 힘든 사이가 바로 부모 자식 사이 죠. 워낙 오랜 세월을 부대끼다 보니 어디서부터 관계가 잘못된 것인지 잘잘못을 따지기도 힘들고 어떻게 꼬인 매듭을 풀어야할지 선뜻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또 의외로 아주 작은 계기로 개선될 수 있는 사이가 바로 부모자식 간이죠.

'사랑해서 남주나'에 등장하는 커플들의 사랑은 당사자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가족과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송미주(홍수현), 은하림(서지석) 커플과 정재민(이상엽), 은하경(신다은) 커플은 평범한 트렌디 드라마 주인공들과 달리 가족관계가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은하림을 위너 그룹 후계자로 키우고 싶었던 엄마 이혜신(유지인)은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 은하림의 직업과 사랑을 사사건건 반대합니다. 은하림은 소중하게 여겼던 친구와 연인을 엄마로 인해 잃었다는 생각에 때때로 혼자 슬픔을 삭힙니다.




 

은하림과 이혜신의 관계를 회복해보려 노력하던 하림의 동생 하경은 어머니가 원하는대로 위너 그룹 후계자 수업을 받았습니다. 남매의 아버지 은희재(최정우)는 아내와 아들 사이를 오가며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 주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얽혀 있던 이혜신과 은하림의 관계는 점점 더 꼬이기만 할 뿐이죠. 이혜신은 기대를 저버린 하림의 앞길을 방해하며 어서 빨리 후계자수업을 받으라 종용했습니다. 혜신은 송미주의 등장으로 하림과 화해하고 하림의 인생을 존중하는 듯했으나 미주가 정재민의 옛날 애인이었다는 말에 더욱 하림을 용서할 수 없게 됩니다.

이혜신은 하경이 하림 대신 후계자가 된 만큼 하림이 당연히 사랑을 양보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동딸로 자라 힘겹게 후계자 훈련을 받아야했던 이혜신은 하림 대신 힘든 역을 맡게된 하경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냉정하고 사업적 판단이 빠른 여류사업가지만 하경의 나이였을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경이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길 허락한 것도 하경의 숨통을 틔워주고 싶은 엄마의 배려 였는데 하림이 정재민의 옛날 여자친구를 선택하는 바람에 그 마저 막아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혜신은 하경이 정재민을 사랑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눈치챘습니다.

은하림도 한때는 정유진(유호정)의 아들 강준하(김상우)처럼 어머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들 이었습니다. 아버지 때문에 일찍 철이 들어야했던 정유진은 자식들에게 자신이 원하는대로 교육받을 것을 요구합니다. 정신과 의사 강성훈(김성수)와 결혼한 정유진의 완벽한 가정에는 아이들의 미래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죠. 유진이 배우고 싶던 바이올린을 배우던 어린 윤하(이장경)와 만화가가 되고 싶은 준하는 유진의 그런 욕심을 힘들어하지만 엄마를 거역할 수가 없어 지금까지 따라왔습니다.

자식이 어릴 때는 부모 마음대로 될 것이란 헛된 꿈을 꾸기도 한다. 준하를 존중하기로 한 유진의 깨달음.

 

준하도 언젠가는 어른이 되고 유진이 원한 대로 공부를 잘 해서 의사가 될 수도 있겠죠. 강성훈의 아들답게 엄마의 답답함을 잘 소화해서 성숙한 어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은하림이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의 욕심이 내 소중한 소망을 망가트렸다는 원망이 깊숙히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아이가 납득할 수 없는 부모의 일방적인 선택은 상처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런 크고 작은 엇갈림들이 은하림과 이혜신의 관계처럼 부모 자식 사이를 끝없는 갈등으로 몰아넣는 모습,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정현수(박근형)와 홍순애(차화연)는 늦은 나이에도 자식들과 풀지 못한 숙제로 고민 합니다. 홍순애는 돈 때문에 자신에게 온 아들 병주(서동원)와 얄팍한 욕심으로 두 시어머니를 차별하는 지영(오나라)을 어떻게 단속하나 생각하다 전남편 송호섭(강석우)과 병주가 함께 감자탕 사업을 하도록 몰래 돈을 대주기로 결심합니다. 정현수는 홍순애와의 만남으로 자식들에게 솔직하게 다가서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유진, 유라(한고은), 재민 모두에게 가까운 아버지가 되려 노력합니다.

재민과 미주 문제와는 별개로 하림과 이혜신의 문제는 이혜신이 양보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물론 자식도 자식대로 부모에게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부모나 자식은 서로에게 자기 뜻대로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아버지가 엄마 이외의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게 못마땅한 정유진이나 불륜 스캔들로 어떻게든 자신을 괴롭히려는 지영의 도발을 짜증스러워하는 유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면서도 아버지의 선택이 껄끄럽 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를 존중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 홍순애와 정현수가 결혼하지 않고 사귀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받아들이겠다고 한발 양보합니다.

은하림과 이혜신에게는 두 사람이 더 이상 악화되길 원치 않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또 현명한 홍순애가 이 문제를 두고보지만은 않을 것이고 이미 정유진과 준하의 선택에서 볼 수 있듯 은하림과 이혜신도 이럴 때는 부모가 양보하는 것이 정답 아닐까 생각 됩니다. 이혜신은 이미 오래전에 놓았어야할 욕심을 아직까지 붙잡고 있었고 별개로 생각해야할 하림과 하경의 문제를 불공평하게 판단한 것이죠. 그러나 이 역시 당사자가 아니니까 할 수 있는 말이고 역시 세상에서 제일 쉬우면서도 어려운게 부모 자식 간의 관계인가 봅니다. 그래도 재민과 미주가 가족이 된다는 문제와는 별개로 이혜신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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