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별그대 표절 논란' 왜 이게 약자의 싸움이냐구요?

Shain 2014. 2. 7. 14:43
728x90
반응형
표절 논란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강경옥 작가를 압박하는 댓글이 많은 것을 보고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욕설도 기가 막혔지만 한때는 댓글들 중에 '별에서 온 그대' 표절 주장을 제기한 강경옥 작가가 영화 '진용'과 만화 '설희'의 표절 의혹이 일자 자신의 블로그 댓글을 닫았다는 허위사실까지 유포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기가 막힌 건 약속이나 한듯 쏟아지고 있는 언론의 관련 기사들이죠. 얼마전 만화 포털인 '미스터 블루'에서 강경옥 작가의 만화 '설희'를 ''별그대'와 함께 핫이슈가 된 바로 그 만화'라고 홍보한(관련기사 : 링크 참조) 문제로 많은 언론사들이 강경옥 작가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전쟁으로 치면 전초기지 공격이 시작된 것입니다.

'미스터블루' 측에서 '별그대'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설희'를 홍보했다? 이에 대한 언론 대응이 수상하다.




이번 표절 논란은 처음부터 법적으로 딱 떨어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 문제 때문에 양쪽이 다 민감하고 주장이 다를 수 있음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걸 힘싸움으로 해결하자는 이런 식의 태도는 유감입니다. 강경옥 작가의 주장은 본인도 법적 승리를 확신하지 못할 만큼 불분명한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만 주장 자체는 작가의 권리에 속합니다. 굳이 불리하다는 걸 누누히 강조하지 않아도 팬이나 작가 본인이나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언론이 이런 태도로 나온다면 더욱 안좋은 상황이 될 건 두말할 것 없겠죠.

특히 유명 칼럼리스트의 강경옥 작가측이 표절 시비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주장은 강경옥 작가를 매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과연 강경옥 작가가 약자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이 컬럼만 보면 마치 강경옥 작가가 고의적으로 '미스터 블루' 측과 모의하여 설희의 조회수,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한다는 뉘앙스인데 사실 '미스터블루' 측의 이런 무단광고 게재건 이전에도 HB엔터테인먼트 쪽에서 강경옥 작가 측이 표절 시비를 통해 판매부수를 늘이고 싶어한단 쪽으로 여론몰이할거란 조짐은 있었습니다.

1월 28일 강경옥 작가 블로그에 올라온 '최종 입장'의 일부 내용.


일단 '미스터 블루'는 강경옥 작가와 상의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2월 6일 게재된 기사). '미스터 블루'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는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2월 5일. 언제부터 '미스터블루'가 '설희'와 '별그대'를 연관시켜 광고했는지 알 수 없으나 강경옥 작가가 밝힌 '최종입장'(링크 : http://blog.naver.com/kko314/10184564209, 1월 28일)'을 보면 '별그대' 측이 포털과 에이전시에 이 논란으로 '설희' 트래픽이 얼마나 늘었는지 문의해왔다고 합니다. 강경옥 작가는 '그 액수의 몇배가 되는 돈이 법정비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별그대' 측은 이미 이런 대응을 준비중이었던거죠.

개인적으로 만화를 볼 때 다음 포털, 직접 구매가 많아 '미스터블루'라는 사이트가 만화가들의 에이전시란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 보단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더군요. '랭키닷컴'이란 순위사이트를 이용해 검색해 보니 만화라는 테마사이트로는 점유율이 1위였지만 전체 순위는 특정 블로거 보다도 낮았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판매부수가 늘었어도 그 금액이 표절 소송을 준비할 만큼 굉장할 것이란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 나라 만화가들이 큰 수입을 얻는단 이야긴 생소하거든요.

만화가들의 에이전시로 알려진 '미스터블루' 그들의 광고 문구는 무엇이었나? 무단홍보는 잘못된 일.


혹시 드라마 '무사 백동수(2011)'의 만화 원작자를 아시나요? 드라마의 원작만화 '야뇌 백동수'는 2012년 연재를 종료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알아봤더니 한달 수입이 너무 적어(80여만원) 출판사와 협상했는데 결렬되었다군요(자세한 이야기는 이 링크를 읽어보세요). '무사 백동수'로 유명세를 타서 다른 만화가보다 조금 낫지 않을까 했는데 '야뇌 백동수'가 아닌 다른 원작소설이 있다고 광고하는 등(관련기사 : 링크 참조) 원작자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재현 작가가 저작료로 받은 수입은 단 600만원 이었다고 합니다(루리웹 인터뷰 내용 - 본문은 삭제됨).

'미스터 블루' 측의 독단적인 무단 홍보는 틀림없이 잘못된 것입니다. '별그대' 쪽에 빌미를 준 행동이고 작가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오히려 강경옥 작가 쪽에서 강경대응을 해야할 판이죠. 그러나 다수의 기자들이 이렇게 강경옥 작가의 부당이익을 적극 비판하고 나서는 것은 속보이는 행동입니다. 표절 시비에 대한 물타기입니다. 인기 드라마 표절 논란이 있을 때 마다 거대 제작사와 언론이 어떤 식으로 행동했는지 시청자들도 충분히 보고 느낀 것이 있습니다. 강경옥 작가의 유명세 덕에 이 정도 반응이 있을 뿐 인기 드라마와 표절 시비가 붙은 콘텐츠들은 대개 포털 메인을 구경도 못해보고 사라집니다. 그 표절 논란 대부분이 하찮기 때문일까요?








언론이 침묵한 여러 건의 표절 논란

로맨틱 코미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화제가 되는 작품은 잘 보는 편입니다. 홍자매 작가의 '최고의 사랑(2011)'이나 '주군의 태양(2013)'은 내용이 재미있었죠. 그런데 최근에야 두 드라마 모두 표절 시비가 붙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팬들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음침한 캔디'는 동인지 BL소설이라 링크를 찾을 수 없지만 '음침한 캔디'라는 표현이 '주군의 태양'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건 사실이죠. 그런데 '최고의 사랑'은 로맨스소설 '민트'는 한눈에 봐도 의혹을 제기하기 쉬운 조건입니다.

대부분의 표절 시비들은 같은 소재나 줄거리라도 교묘하게 비틀어놓기 때문에 대개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 쉽지 않고 법적으로도 표절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불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드라마 쪽에서는 장면카피가 아니면 표절 판정이 쉽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표절로 저작권료를 물어주기로 작정하지 않은 이상 누가 다른 사람의 작품을 고대로 베끼겠습니까만 일단 판결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고의 사랑'과 '민트' 는 주인공 이름부터 '독고진'으로 동일하고 극중에서 '똥꼬진'으로 불렸던 캐릭터가 거의 흡사합니다(자세한 내용은 작가 본인의 블로그로 : http://navieffect.tistory.com/70).

'촤고의 사랑'과 작가 아게하의 표절 논란. 나는 이 기사를 뉴스에서 본 적이 없다.


tvN의 '나인'은 독특한 설정과 긴박한 전개로 많은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고 외국에서 리메이크까지 제안받았지만 얼마전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모티브가 완전히 똑같아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표절이 아니라고 했는데 원작소설을 출판한 쪽과 접촉한 적이 있단 점이 알려졌습니다. 원작자가 프랑스 사람이라 소송이 힘든 상황이었다더군요. tvN측은 '소설의 모티브를 따서 제작하는 것은 법률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자세한 기사는 링크 참조).

마찬가지로 tvN의 '응답하라 1994'도 표절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아다치 미츠루'의 유명 만화와 같은 장면(여동생이 빨래하기 위해 오빠의 옷을 모두 벗게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외에도 팬들이 만화의 설정 하나하나와 드라마 장면을 비교하며 어떤 부분이 유사한지 비교한 글이 있습니다만 제작자 측에서는 표절, 오마주를 모두 부정한 상태입니다. 일부 팬들 중에서는 원작 만화의 등장인물과 비교해 등장인물의 남편을 유추하는 사람들까지 있었을 정도죠(자세한 비교 글을 보시려면 링크를 참조하세요).

참신함이 생명이었던 '나인' 이제서야 모티브가 된 원작 소설이 있다고? 왜 알려주지 않았나.


인기 드라마는 '어디서 본거 같다'는 느낌 때문에 표절 시비가 종종 일어나곤 했습니다. 타인들은 동조하지 않아도 창작한 사람 본인들만 느낄 수 있는 표절의혹이 있는 법입니다. 그러나 위의 표절 논란들은 대부분 누가 봐도 비슷하단 느낌이 있는 케이스들로 이 정도면 충분히 언론에서도 관심가질 만한 기사거리지만 위의 내용들이 공통적으로 크게 기사화된 적이 없습니다. 저 역시 '나인'의 플롯을 칭찬했었고 '응답하라 1994'의 복고 감성이나 '최고의 사랑'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시청자중 하나였는데 '최고사'의 캐릭터와 '나인'의 기본 줄거리가 남의 것이었다는게 참 기가 막히더군요.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위의 표절 논란이 생소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만약 기욤 뮈소의 소설을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다면 정식으로 권리를 가진 제작자는 어쩔 수 없이 '나인'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텐데도 한국 기자들에겐 이 문제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제작사 쪽에서 모티브를 썼다고 뒤늦게 자수(?)했는데도 이 모양입니다. '미스터 블루' 측의 무단게재는 대서특필하는 언론에서 인기 드라마의 표절 논란에는 침묵하는 이 현상이 이렇게 두드러지는데도 만화가 쪽이 약자가 아닐까요? 차라리 드라마 판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팔이 안으로 굽었다고 하는게 더 솔직한 태도 아닐까요?




그들은 강작가의 주장이 왜 불편한가

오늘도 강경옥 작가와 '별그대'의 표절시비에는 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드라마판에서 일상화된 모티브 도용이 별스럽지 않은 모양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행위 자체가 창작의욕을 저해한다고 판단합니다. 법적으로 어떻게 판단이 나든 말든 입장차이가 확실한 부분이죠. 글을 써보신 사람들은 가장 어려운게 맥락을 잡는 일임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핵심 뼈대를 갖추고 나면 그 틀에 살을 붙이는 건 생각 보다 쉽습니다. 그런데 핵심 뼈대인 '모티브'나 '줄거리'가 비슷해도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 이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만합니다.

시청자들이 한국 막장 드라마의 공식이라 꼬집는 설정이 있죠. 흔히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설정된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라고 합니다. 그중의 하나인 재벌과 출생의 비밀도 한때는 신선한 드라마 모티브였을 것입니다. 지금은 너도 나도 베껴서 마구잡이로 넣다 보니 질리고 흔한 설정이 되버렸죠. 드라마는 다른 어떤 컨텐츠 장르 보다 이런 식의 아이템 베끼기, 우려먹기가 심각합니다. 아침드라마의 기본형이 이제는 '아내의 유혹(2006)'같은 '막장 복수극'이 되버렸습니다.

대부분의 표절 기사에는 침묵하는 언론이 '미스터 블루' 문제에는 이렇게 강경한 이유가 뭘까?


많은 사람들이 '별그대'가 '설희'의 표절이 아니란 이유로 제시하는 저작권법. 그 법에서 아이디어 도용이나 모티브 도용을 저작권 침해로 되도록 판단하지 않는 이유는 창작 활동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환생'과 '불로불사'라는 아이디어가 저작권 영억으로 인정되면 '환생'을 주제로 한 다른 작품을 창작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맹점을 이용해 핵심 아이디어만 쏙 빼먹는 행위, 즉 기본 줄거리가 흡사하거나 모티브가 같은 드라마를 제작하고 법적으로 표절이 아니라고 넘어가는 일은 분명히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이 사태에서 가장 씁쓸한 점 중 하나도 사실 강경옥 작가 정도의 위치가 아니면 이 정도 논란도 불가능했으리란 부분입니다. 소송을 준비중이고 '내용증명'까지 보냈다는 위의 표절 사례 중 한명의 케이스는 제대로 된 인터뷰 조차 본적이 없습니다. 강경옥 작가에게 이례적인 강경대응을 하는 것도 대부분의 케이스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데 비해 강경옥 작가 측은 기사화되었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미 '49일(2011)' 표절의혹에 휘말렸던 제작사 쪽에 두번째 표절시비가 일어난 셈이니까요.

저작권법의 맹점을 짚고 넘어갈 때가 되었다. 이번 표절 시비는 드라마 제작의 고질적 문제점이 폭발한 것.


'별에서 온 그대'가 과연 '설희'를 표절했느냐 아니냐가 법적으로 어떻게 판결이 나든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나 저 역시 각자의 생각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 '설희'와 '별그대'의 표절 시비는 모티브가 유사한 걸 저작권 침해로 인정할 것이냐 하는 부분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이익을 노린 '미스터 블루'의 무단광고 게재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나 이 문제를 강경옥 작가까지 끌고가는 건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시발점으로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만화가에게 파워를 과시하는 걸로 보이는 군요.

이러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강경옥 작가와 '별그대' 이야기만 나오면 유난히 글이 길어집니다.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생각차이를 무시할 수 없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부연 설명이 늘어나는 것같습니다. 강경옥 작가를 동등한 소송 당사자로 보지 않는 듯한 시선에 점점 더 불쾌해지는 요즘입니다. '별그대' 쪽에서는 이 문제를 단순히 강경옥작가의 팬덤이 아닌 드라마 제작 관행에 문제를 느끼고 있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드라마 시청자인 제 눈에는 최근의 표절 시비들은 드라마 제작의 고질적 문제점이 폭발한 것으로 보일 뿐이니까요.



* 주장은 하되 근거없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본문과 상관없는 내용으로 점철된 경우 즉각 제재하겠습니다. 앞으로 힘싸움할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블로거에게 횡포 부리지 마시죠.

* '미스터 블루' 측에서 오늘자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스터블루' 측 "'별그대' 이용 '설희' 홍보? 수긍 못해") 앞으로  신중하게 행동하셨으면 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