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오가는 내용의 공상과학소설이 자주 만들어지곤 했습니다. 2005년 영국 BBC에서 리메이크한 'Doctor Who' 역시 그런 판타지 공상과학물입니다. 그러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것은 현재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점차 SF에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런 시간 여행은 조그만 과거 하나가 바뀜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생길지 장담할 수없습니다. 반면 영화 '이프 온리(2004)'처럼 과거의 어느 한 시점으로 주인공만 돌아가는 방식은 그럭저럭 자연스럽죠. '신의 선물'은 김수현(이보영)과 기동찬(조승우) 만 과거의 한 시점으로 타임슬립하는 설정을 선택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김수현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으니 쉽게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같습니다. 시사프로그램 방송작가답게 각종 정보를 조합,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무엇 보다 김수현은 무슨 수로든 딸 샛별이(김유빈)를 살리겠다는 지독한 모성애를 가진 엄마입니다. 그런데 클럽에서 만난 여성이 오늘밤 살해당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김수현은 아무 것도 막지 못합니다. 누가 봐도 의심할만한 행동만 골라하는 김수현 - 운명은 그런 수현을 위해 전직 경찰 기동찬을 함께 보냈
습니다.
기동찬은 샛별이에게 안됐다는 감정을 갖고 있지만 같이 타임슬립을 했으면서도 경찰서에서 자신을 모른척한 김수현이 밉습니다. 그래서 도와달라는 김수현의 부탁을 모른척했으나 잘 생각해보니 샛별이가 죽지 않으면 자신의 형인 기동호(정은표)가 사형당하지않습니다. 기동찬은 법정에서 형의 범행을 증언했지만 기동호는 아무리 봐도 살인을 저지른 범인같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과 과거의 사실이 다르다는 이야기죠. 기동찬이 진짜 범인이거나 두 형제가 상황을 오해할 수 밖에 없는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형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김수현을 돕는 기동찬. 그들 손에는 적어도 다섯 명 이상의 목숨이 달려 있습니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김수현, 기동찬도 그렇지만 샛별이, 기동호, 추병우(신구)를 비롯한 여성 피해자들의 목숨이 그들 손에 걸려 있는 것이죠. 김수현은 샛별이가 죽은지 49일이 다 되어가는 어느 시점에서 샛별이가 죽기 14일 전으로 타임슬립했습니다. 과거로 간 김수현이 본 것처럼 미래를 막으려고 발버둥쳐도 시간에는 여러 사람이 걸려 있기에 꼭 일어나야하는 일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리미에 팔을 데고 샛별이의 손가락에 상처가 나죠.
의문의 카페에서 샛별이와 찍었던 즉석사진에서 샛별이가 사라지자 잔뜩 겁을 집어먹은 김수현은 샛별이를 데리고 하와이로 가면 유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즉시 비행기를 탑니다. 그러나 샛별이의 죽음은 아무리 해도 막을 수가 없는 것인지 김수현이 잠든 새 호두 아이스크림을 먹은(아무리 어린애지만 샛별이 이럴 땐 참 얄미워요) 샛별이는 알러지로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신의 선물'을 꽁꽁 싸서 숨기려 했던 김수현은 운명에 맞서 싸우라는 그 여자(이연경)의 말을 그제서야 이해하고 직접 살인범을 찾아나섭니다.
김수현을 위협한 의문의 남자 누구인가?
많은 분들이 어제 방송분을 보며 짜증을 냈다고 하죠. 김수현의 행동이 너무 성급해서 입니다. 살인사건 현장에 나타나 경찰 보다 피해자를 자세히 묘사하는 김수현은 경찰 나호국(안세하)에게 의심을 받게 됩니다. 경찰서에서도 앞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말로 황당한 시선을 받더니 첫사랑 현우진(정겨운)을 만나 똑같은 일을 반복하죠. 세상에 어떤 경찰이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는 말을 믿을 것이며 앞으로 살인이 일어날 것이란 제보를 받아줄까요. 현우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수현은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자 기동찬을 찾습니다.
어떻게든 살인범을 잡고 살인을 막을 생각에 클럽을 왔다갔다 하는 김수현. 살해당한 여성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성을 따라다니며 '지금 가면 죽는다'고 말하는 김수현을 어떤 사람이 믿어줄까요. 김수현은 클럽에서 여성의 뒤를 쫓는 남자를 아무 생각없이 때렸다가 곤경에 처하고 맙니다. 마찬가지로 기동찬은 피해자와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를 따라갔다가 폭주족과 마주 칩니다. 살인을 막겠다는 마음만 앞서고 침착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김수현은 결국 낭패를 당하고 맙니다. 기동찬과 통화하는 김수현을 의문의 남자가 잡습니다.
김수현에게 흉기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물건을 들이댄 남자는 현우진이나 살인범 둘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경찰 현우진도 많은 사람들이 수상하다고 했던 인물 중 하나입니다. 10년 만에 만난 첫사랑이 진지하게 '14일 뒤에 내 딸이 죽는다'고 말하는데 아무리 목석같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리는 없겠죠. 현우진이 김수현의 제보에 따라 클럽에서 잠복 중이었을 가능성도 있고(아니면 범행 저지르러 어슬렁어슬렁하다가) 첫번째 살인이 일어난 쓰레기통 주변에서 김수현을 목격한 의문의 남자가 김수현을 위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건 김수현에게 주어진 14일을 낭비했다는 것이죠. 마음만 급한 김수현은 무작정 살인범을 뒤쫓기만 합니다. 허둥지둥 뛰어가는 9살 아이 샛별이처럼 헤매기만 하는 김수현은 점점 더 샛별이를 위험하게 하고 있습니다.살인사건 현장을 자세하게 알고 있는 김수현 살인범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어린 샛별이가 더욱 위험 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용케 과거에 살해당한 여성들의 피해는 막더라도 그 보복으로 샛별이를 납치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또 기동찬이 증언한 과거의 살인사건을 지금의 범인이 저질렀다면 기동찬과 함께 있는 김수현은 더욱 눈엣가시처럼 보이겠죠. 성인인 두 사람 보단 만만한 샛별이를 미끼로 두 사람을 끌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도 김수현의 말을 믿지 않으니 샛별이를 지켜줄 사람은 기껏해야 착한 기영규(바로) 정도입니다. 결국 우왕좌왕하며 살인범의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김수현이 오히려 샛별이를 더욱 위험하게 할 것 같습니다. 딸을 살리고 싶은 어머니의 모정이 생각과는 다르게 풀릴 것같아서 보는 사람이 다 조마조마하더군요.
김수현과 동시에 타임슬립을 했기 때문에 기동찬은 일단 용의자에서 제외되는 분위기입니다. 유괴범이 협박전화를 할 때 방송중이던 현우진도 제외되는가 했지만 김수현이 헛소리(?)를 털어놓은 당사자니 그쪽도 완벽하진 않죠. 김수현이 샛별이를 맡긴 보조작가 주민아(김진희)가 샛별이를 보는 눈이 수상했는데 한지훈(김태우)과 불륜이 아닌가 의심스럽네요. 1회에서 등장한 내용, 김작가에게 알리면 안된다는 통화 내용은 무슨 뜻이었을까요. 막말로 보조작가가 김수현에게 꿀릴 일이 대체 뭐길래요? 한지훈과 주민아는 내연관계 때문에 협박당했다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자, 시청자들은 이런저런 추리를 해보지만 '신의 선물 14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오로지 작가만 알고 있습니다. 이런 작가 전지적시점(?)의 드라마는 역시나 초조하게 추리해보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아이를 지키고 싶은 어머니의 심정은 애가 타는데 운명의 실타래를 풀려고 하면할수록 더욱 엉켜드는게 안타깝죠. 김수현에게 주어진 14일 중에서 이제 13일이 남았습니다. 김수현을 붙잡은 의문의 남성은 과연 누구며 김수현은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을까? 활짝 웃는 아이 얼굴이 너무 예뻐서 김수현처럼 조급해지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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