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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데이즈, 중견배우들의 무게감 드라마의 버팀목이다

Shain 2014. 3. 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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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호하는 핵심이면서 대통령을 직접 저격한 당사자인 함봉수(장현성). 저는 청와대의 수장을 지켜야하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암살을 실행한 함봉수 캐릭터를 악역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일단 작가가 '썰'을 더 풀어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습니다만 함봉수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단 이야기죠. 장현성이 연기하는 함봉수는 어떤 분야의 최고 실력을 가진 전문가 특유의 카리스마와 소신이 느껴집니다. 함봉수가 이동휘(손현주)를 저격해야만 했던 이유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기죠. 무엇 보다 안정된 호흡으로 집요하고 꼼꼼한 성격의 함봉수를 연기하는 장현성이 그 믿음에 설득력을 갖게 합니다.

 

짧은 등장 만으로도 무게가 느껴지는 손현주. 중견배우들은 '쓰리데이즈'를 이끌고 가는 버팀목이다.

 

마찬가지로 짧은 등장으로 팬들을 아쉽게 하고 있는 이동휘 캐릭터 역시 등장만으로 이야기의 힘을 갖게 하는 저력이 있습니다. 특별히 목소리에 힘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인상을 쓰는 것도 아닌데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대통령 특유의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말에 권위를 실은 것도 아니고 딱히 지적인 느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수천만 국민들이 선택한 정치인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도대체 저렇게 매력있는 이동휘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암살 위협을 받고 있는지 저절로 궁금해집니다.

1회부터 3회까지 방송된 '쓰리데이즈'는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약한 편 입니다. 김은희 작가의 전작인 '유령(2012)'처럼 대통령 저격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시작한 건 좋았으나 소재에 대한 호기심을 받쳐주는 뒷심이 부족했죠. 여러 시청자들이 지적하는대로 이 부분은 주연급 연기자들이 아직 이런 모티브를 지탱하기엔 연륜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같습니다. '유령'의 이연희도 드라마의 약점으로 지적되었지만 이연희는 상대적으로 소지섭 보다 출연 분량이 적었고 엄기준, 소지섭의 대립이 핵심이었기 때문에 묻어갈 수 있었죠.


 

 

'쓰리데이즈'는 함봉수와 김도진(최원영)이라는 축은 그럭저럭 분명한 반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한태경(박유천), 윤보원(박하선), 이차영(소이현)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합니다. 소이현이란 연기자가 무척 매력적이지만 그녀에 대한 팬심 만으로 장현성을 상대하는 장면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연기자로서 세 사람 모두에게 꼭 필요한 배역이었고 최근 여러 드라마에서 향상된 연기력을 보여왔지만 하필 성장중인 그 셋을 모두 메인으로 내세운 건 위험한 시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3회 방송으로 이 드라마의 파워는 중견배우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겠더군요.

중견배우들의 존재감에 비해서는 뒷심이 부족한 주연배우 세 사람. 연륜의 차이가 아닐까.

주연에 비해 등장시간이 짧은 손현주, 장현성을 포함한 이 드라마의 중견배우들은 만만한 배우들이 아닙니다. '뿌리깊은 나무(2011)'에서 정기준 역으로 확실한 인상을 선보였던 윤제문이나 경호본부장 역의 안길강, 특별검사 이재용같은 배우들도 유명하지만 대통령과 함께 모종의 음모를 추진 중인 양대호 대령(고인범)이나 한기주(이대연), 김기범(이경영), 문성민(김정학), 경호실 요원으로 출연하는 단역 배우들 대부분이 여러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조연을 거친 분들이죠.이 드라마의 진짜 버팀목들은 이런 중견배우들이 아닐까 합니다. 분명 그들이 등장하는 장면의 무게감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윤제문이 어떤 캐릭터로 변신할지 꽤 기대가 큰데 아직까지 윤제문이 연기하는 신규진은 본색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 입니다. 이동휘 대통령의 오른팔인 비서실장으로 대통령의 속셈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같은 인물임에도 이동휘를 찾아헤매고 마치 자신의 칼날같은 카리스마를 뒤로 숨긴 인물처럼, 송곳 보다는 바늘같은 예민함으로 경호실을 쪼아대고 닥달하는 모습은 굉장한 반전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란 확신이 듭니다. 신경질적인 비서실장인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경호실을 닥달하며 이 중에 진짜 스파이는 누군지 예리하게 파악하고 청수대에서 은밀히 대통령을 백업하는 듯합니다.

선명한 존재감에 비해 아직까지 캐릭터가 다 드러나지 않은 배우들. 그들의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동휘는 대통령이 되기전 아마도 98년 경에 재신그룹의 김도진과 모종의 거래를 한 같습니다. 98년에 있었던 사건을 은폐하고 감추는 일을 직접 도와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동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꼭 대통령이 되어야했고 대통령이 되기 위한 발판으로 재벌과 동반자가 되었는데 이제는 재신그룹을 떼어내야할 입장이란 느낌이 듭니다. 그 때문에 암살 위협을 받고 있고 특검 대상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사실 '쓰리데이즈'의 핵심은 이 이야기에 있고 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주축은 이동휘 입니다. 이동휘 중심으로 보았을 때 나머지 인물은 이동휘를 뒤쫓거나 도와주는 주변인물들인 셈이죠.

양대호(고인범)가 전달한 암호에 따라 청주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탄 이동휘가 굳이 3개월전 음어집을 이용해 자신의 사람들과 지시사항을 전달받은 이유는 한기주(이대연)의 아들인 한태경을 자연스럽게 계획에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같습 니다. 음어집을 몰래 챙길 때 염두에 둔 일이겠죠. 전직 고위공무원들과 이동휘가 모의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그 때문에 한기주가 죽었는데도 아들까지 끌어들인다는 건 그만큼 믿을 사람이 없단 뜻일 수도 있고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용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오늘 밤에는 윤곽이 드러나겠죠.

대통령의 계획은 언제 드러날 것인가. 낮은 시청률을 의식한다면 어서 빨리 본편이 시작되어야한다.

 

약간은 시시하단 느낌이 있으면서도 이 드라마를 끝까지 놓지 못하는 이유 역시 중견배우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죠.대통령 이동휘와 재벌 총수 김도진 사이의 밀약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함봉수는 대통령 암살 음모를 눈치챈 이차영을 자기 편으로 설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아직까지 그냥 중립적인 경호본부장으로 보이는 김상희(안길강)가 윤제문과 한편이 아닐까 추측되기도 합니다. 딱 잘라서 이 드라마를 끝까지 시청해야할 이유가 손현주와 장현성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시청률을 의식하고 있다면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좀더 빨리 본편이 치고 올라와야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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