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종영된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논란 대상이 되었던 것은 여주인공의 선택이 우리가 알던 어머니들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전남편의 아이와 함께 마음 편히 사는 여주인공은 두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이는 낳자마자 남편에게 건내주고 사진보는 것 조차 거부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를 위해 견디거나 필사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와야했다며 이해할 수 없는 결말이라 평가했죠. 여주인공의 선택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아는 모성애 -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모성애와 크게 차이가 있었 습니다. 그녀는 모성애의 고정관념과 어긋난 선택을 했기에 비난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신의 선물 14일'의 김수현(이보영)은 샛별이(김유빈)의 납치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역시 여러 사람의 의지와 운명이 얽힌 샛별이의 납치는 아무리 기를 쓰고 막아도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간신히 10년전 무진살인사건이 샛별이의 죽음과 관련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자세한 내막을 조사하기도 전에 생각치 못한 일이 일어나버렸습니다. 김수현의 집은 괴한에게 난도질 당했고 아이를 잃은 주민아(김진희)는 김수현을 위협했으며 김수현이 가진 반지와 귀걸이를 찾으려 필사적이던 한지훈(김태우)은 수현을 정신병원에 가둬버립니다.
김수현이 보관하고 있던 반지와 귀걸이는 연쇄살인마인 차봉섭(강성진)의 집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자상과 낙태라는 여러 단서로 보아 차봉섭은 기동호(정은표)가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무진살인사건 중 두 건의 진범이었고 차봉섭이 그 증거로 몰래 보관해둔 것같습니다. 아직까지 한지훈의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지만 한지훈은 무진사건의 진범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는 심증이 강하게 듭니다. 판결 때 알았는지 그 후에 알았는지는 불분명합니다. 그리고 '오늘 지나면 당신 끝이야'라는 대사로 보아 반지와 귀걸이로 누군가를 협박중이었죠.
차봉섭을 죽이고 한기태(곽정욱)의 죽음을 조작한 문신남(최민철) 역시 현우진(정겨운)과 아는 사이였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짐작한 대로 5년전 인질사건에서 기영규(바로)의 머리를 실수로 저격한 것은 기동찬(조승우)이 아니라 현우진
이었습니다. 명예를 중요시하던 아버지 때문에 도저히 진실을 밝힐 수 없었던 현우진은 기동찬의 잘못으로 보고했고 문신남은 그 약점을 협박해 자신의 흔적을 지웠던 것입니다. 기동찬이 현우진을 증오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아동범죄의 피해자가족인 문신남이 어쩌다 이런 것까지 알게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죠.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내면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수정(이시원)의 죽음으로 오랫동안 고통받던 기동찬은 어떤 사건도 정확하고 똑똑하게 짚어내지만 자신의 어머니 이순녀(정혜선)와 기동호, 영규에게 만큼은 객관적인 사람이 될 수 없었습니다. 형이 무죄라는 것도 못 알아봤습니다. '네가 보는 모든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라는 말은 등장인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말이었죠. 아이 때문에 반쯤 정신이 나가 '미친 여자'라는 말까지 듣고 다니는 김수현도 그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었 습니다. 한지훈이나 문신남처럼 속을 알 수 없는 타입은 아니지만 김수현에게도 모성애라는 약점이 있습니다.
친정 엄마와의 만남 수현이 달라질 계기가 될까
'신의 선물 14일'의 복선과 단서는 충분히 나올 만큼 나왔습니다. 정신없이 뛰고 달리느냐 기동찬과 김수현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지만 이수정 사건이 샛별이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것만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차봉섭과 장문수(오태경)와 정체불명의 문신남을 뒤쫓는 동안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차분히 단서를 정리하고 다음에 일어날 일을 생각해보기는 커녕 바쁘게 돌아다니며 시간을 허비했죠. 샛별이를 찾는답시고 신발도 안 신고 테오(노민우)를 찾아가 매달라고 여기저기 악을 쓰는 모습은 미쳤다고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수현은 모르고 있지만 한지훈이 추진중인 모종의 일 때문에 샛별이는 공개방송에서 납치되었을 것 입니다. 갑작스레 병태(연제욱)와 제니(한선화)가 공격당하고 강릉에 사는 수현엄마(박혜숙) 집에도 사람들이 찾아와 샛별이의 를 찾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차려야할 때인데 수현은 여전히 남들이 미쳤다고 할만한 행동을 일삼고 있고 정신병원에 갇힌 상태죠. 김수현은 샛별이가 위험하다는 생각만 들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무모하게 행동합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샛별이의 운명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동찬이 엄마 생각만 하면 감정적으로 변하는 것처럼 일종의 모성애 트라우마죠.
도망갈 곳이 없어 친정엄마를 찾아간 김수현의 눈빛은 싸늘하기 짝이 없습니다. 남들은 친정엄마를 제일 먼저 믿고 의지한다는데 수현과 장미순은 속사정을 말하고 도움을 청할 사이가 아닙니다 . 뭐 결과적으로 몰래 한지훈에게 연락하고 병태와 샛별이의 전화를 막은 장미순이 아이를 더 위험하게 만든 셈이지만 모녀 지간이 워낙 남보다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애가 무슨 죄'냐는 엄마에게 '지 새끼는 버려놓고 외할머니 노릇은 하고 싶은가보네'라며 눈물짓는 수현은 '나도 자식낳고 키워보니까' 자식을 버린 엄마가 더 이해가 안되더라고 퍼붓습니다.
고통받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여성들에게 증오범죄를 저지른 차봉섭이나 형의 범죄를 파헤치기는 커녕 엄마와 대화도 나누지 않는 기동찬이나 자신을 버린 엄마를 원망하는 김수현이나 엄마의 빈자리가 성격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고 그 부분만은 이성적으로 조절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그러나 김수현은 샛별이가 대신 써준 엄마의 편지를 통해 엄마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맞고 사는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는 것 보다 딸이 혼자 자라게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엄마의 심정을 말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던 수현이 장미순과의 교감을 통해 보다 냉철한 엄마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샛별이가 방송 중에 납치되어도 타임워프 전과는 달리 지금은 확실한 단서가 있습니다. 정신을 얼마나 바짝 차리느냐에 따라 문신남과 한지훈의 정체를 알아내기도 쉬울테니 타임워프 전보다는 유리한 입장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샛별이의 유괴 뒤에는 대통령이라는 엄청난 권력이 있을 수도 있고 자식을 지키고 싶은 부모들의 슬픔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신의 선물'은 아주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워낙 많은 복선과 단서를 뿌려놔서 쉽게 어떤 드라마라고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모티브는 누가 뭐래도 '모성애'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희생적인 모성애, 이기적인 모성애, 냉정한 모성애 모두가 현실적인 어머니 라는 걸 부정할 수 없죠. 모두가 '내 아이를 위해서' 비슷한 고민을 하지만 각자의 아이에게 다른 결론을 내립니다. 그 때문이라도 주인공 김수현이 만난 '엄마'가 이 드라마의 결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유심히 지켜봐야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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