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모든 비밀을 쥐고 있는 스릴러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들이 범인을 추리하는 건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지 정말 맞추고 싶어서는 아닌 경우가 많죠. 혹시나 시청자가 맞춰도 전권을 쥔 작가가 내용을 뒤집으면 그만인게 드라마입니다. 추리 드라마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추리 과정이 얼마나 설득력있느냐 혹은 얼마나 관심을 집중시키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됩니다. 특히 '신의 선물 14일'처럼 사회고발 성격이 덧붙여진 드라마는 더욱 추리 보다는 주변적인 이야기에 눈길이 가기 마련 이죠. 철없는 어린아이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 모성애에 대한 편견 등을 돌아보다 보면 가끔은 진지한 범인 추리가 무의미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내용이 전개되면 될수록 시사프로그램 작가 김수현(이보영)의 딸인 샛별이(김유빈)는 타임워프전 누군가 죽이려고 죽였다기 보다는 우연히 사고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점잖고 존경받는 겉모습과 달리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고 아이의 죽음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샛별이 사건의 공범 역할을 하고 있었죠. 그리고 샛별이가 위험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원인은 10년전에 무진에서 죽은 이수정(이시원) 사건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무진 사건에 접근하자 데스티니 카페에서 찍은 사진 안에 샛별이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방송도 4회 밖에 남지 않았으니 다음주에는 어떻게든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전체 사건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고 샛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정확히 밝혀질 것입니다. 그 때문에 마지막회가 다가올수록 최란 작가는 '신의 선물' 1, 2회에서 보여준 단서와 복선을 수습하기 바빠 보입니다. 그 동안 등장한 단서가 한두가지여야지요. 11회까지는 아이 때문에 미친듯이 울부짖고 남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로 상황을 악화시키던 김수현이 샛별이가 다시 사라진 후에는 오히려 집중력있고 냉정한 모습으로 사건에 접근
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정리해보자면 우선 기동호(정은표)는 세 건의 살인으로 사형 판결을 받았지만 그는 진범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두 건은 차봉섭(강성진)의 범행으로 추정되며 차봉섭은 범행 증거인 반지와 귀걸이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10년 뒤에 기동호의 아들 기영규(바로)가 자신의 살인사건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을 본 차봉섭은 또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그 때문에 누군가에게 살해당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기동호에게 이수정 사건의 죄를 뒤집어 씌우고 사건을 은폐한 뒤 기동호를 사형시키려하는 세력이 샛별이 유괴를 조작하고 사형을 집행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동찬은 이수정과 사진을 찍은 세 남자인 추병우(신구) 회장의 아들인 추도진, 무진시장 아들 유진우(임지규), 테오(노민우)의 형이자 가수였던 윤재한(오민석)을 중요 용의자로 생각하고 추적했지만 유진우는 정신병원 입원중이었고 윤재한, 추도진은 이미 사망한 인물이었습니다. 다시 그들의 사진을 찍어준 인물이자 결혼반지를 끼고, 손목에 네메시스 문신이 있는
다른 남자를 쫓아 유진우를 찾아갔지만 유진우는 수현이 보는 앞에서 목이 졸려 죽어갑니다. 테오도 마약으로 잡혀들어가고 타임워프 전 운명대로라면 추병우 회장도 죽임을 당할 듯합니다.
장애가 있는 용의자도 사형시키고 관련자들을 모두 죽이고 - 그들이 은페하고자 하는 비밀은 어쩐지 돈과 권력의 냄새가 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약점이나 위험 때문에 입을 열 수 없었던 것같습니다. 그 때문에 1, 2회에 등장한 권력자 김남준(강신일) 대통령과 그의 아들(양주호), 법무부장관(주진모)에게 눈길이 솔리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손녀가 샛별이 또래인 걸로 보아 대통령 아들은 10년전쯤에 결혼했겠죠.굳이 샛별이 납치범을 연쇄살인범으로 위조해서 조작한 의문의 인물이 경찰이라는 심증 도 생겼습니다. 현우진(정겨운)도 인질극 때 영규를 쏘았다는 이유로 협박당하고 협조했으니 말입니다.
기동찬과 김수현의 마지막 추적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은 10년전 이수정 사건의 범인과 네메시스 문신을 한 남자(일명 손모가지남)를 찾아내는 것 , 한지훈의 정확한 속셈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아마도 마지막회까지 그 두사람의 진짜 정체가 김수현과 기동찬이 해결해야할 중요한 숙제인 듯합니다. 타임워프전 기동찬을 물에 빠트린 의문의 남자들과 제니(한선화)와 병태(연제욱)를 폭행한 사람들, 정신병원에서 유진우를 죽이려했던 남자와 네메시스 문신남은 별개의 인물이란 추측 만 가능할 뿐 아직까지 정확한 정보가 나오지 않은 상태죠. 사실상 아직 얼굴도 잘 드러나지 않은 문신남의 정체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봐도 됩니다.
일단 시청자들이 추적한 문신남의 정체는 한지훈이 맡았던 황민호 살해사건의 피해자 아버지(최민철)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회에서 사형반대론자가 된 한지훈에게 토마토를 던진 여성(조시내)이 황민호의 어머니였고 당시 진범으로 보이는 이민석은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이 복잡한 내용이 앞으로 남은 4회 동안 전개될 이야기 중 하나일 것이고 10년 동안 그들의 사이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아야 문신남과 한지훈의 관계 그리고 일련의 사건을 자세히 밝혀낼 수 있을 것같습니다.
과연 피해자 아버지는 사형제도 집행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것일까 요 아니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몸소 위험에 뛰어든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샛별이 사건의 내막이나 범인의 정체보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에 내 아이를 살리고 싶어하는 여러 아버지와 어머니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들은 세상 무엇 보다 소중한, '신의 선물'인 아이들을 지킬 수 없는 세상에 살게 되었을까요.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안데르센의 동화 '어느 어머니 이야기'처럼 자식을 위한 길을 선택하지만 모든 선택이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영규를 보듬어 준 김수현의 작은 선택이 분명히 샛별이의 운명도 바꾸어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생방송 촬영으로 인한 옥에티가 가끔 거슬리지만 이 정도의 흡입력을 보이는 것을 보면 역시 재미있는 드라마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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