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오락가락

여객선 세월호 침몰, 언론의 역할은 피해자를 괴롭히는 것인가?

Shain 2014. 4. 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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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11시쯤 400여명의 승객을 실은 진도군 조도면에서 여객선이 침몰했고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객선이 침몰한 대형사고지만 그래도 배가 침몰하기전 승객들을 피신시킬 수 있었던 모양이라며 안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보통 그렇게 큰 배가 침몰할 때까지 1시간이상 시간이 걸리니 상식적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탄 배에 위급상황을 대비할 대책이 없다는 건 전혀 이해가지 않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오후에 접한 뉴스는 전혀 달랐습니다. 여객선은 우리 예상 보다 훨씬 빨리 침몰했으며 선장의 대응은 비상식적이었고 구명장비는 고장났습니다. 언론은 또 헛소문을 속보로 전달한 것입니다.

승객 중 300여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는데 그 피해자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랍니다. 듣기만 해도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런 마음 때문에 해경을 비롯한 어민들이 한마음으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바다의 수온이 그리 높지 않은데 잠수하는 분들은 더욱 고생이 심하겠지요. 그런데 현장 상황을 지켜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고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누군가 피해자 가족을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매번 이런 대형참사가 일어날 때 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고 어쩌면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 잔인할까 싶습니다. 대형참사 때 마다 사람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현장 원칙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사고 현장이나 대책반을 방문해 정확한 정보를 입수한 기자가 아닌 이상 현장에 대한 기사는 올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구조 인력과 담당자를 의전으로 괴롭히는 정치인들은 근처에 얼씬하지 말라는 것(특히 사고해역에 보트타고 간 정치인 좀 꺼지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피해자와 가족들을 보호하라는 것입니다.

버스든 여객선이든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고 이후 사람을 얼마나 많이 살릴 수 있으냐는 수습 대책에 달려 있습니다. 이번 참사가 이렇게 크게 번진 이유 중 하나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신고한 사람은 선장이 아닌 탑승객의 가족이었고, 객실 안에 그냥 있으라고 안내방송을 했던 승무원이 있었고, 구명정은 고장나고 구명조끼의 숫자가 충분치 않았고 그 위치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상 징후를 살피다가 승객을 갑판으로 대피시키고 물에 빠질 경우를 대비해 구명조끼가 없는 인원은 끈으로 묶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시간을 낭비한 것입니다.

이런 사고가 있을 때 마다 구조 인력들은 최선을 다합니다. 어민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생업도 포기하고 현장을 돌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 매뉴얼과 시스템을 지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허술한 시스템에 분노해야하는 것일까요? 왜 매번 대형사고가 있을 때마다 울분을 터트려야하는 것일까요? 커다란 여객선에 오른 승객들은 배의 튼튼함과 선장에 대한 믿음에 자신의 안전을 맡깁니다. 이번 사고로 우리 나라의 안전 대책과 시스템은 승객을 버리고 먼저 내렸다는 세월호 선장 만큼이나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또 한번 증명되었습니다. 듣기만 해도 갑갑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의 확산을 경계

진도에서 여객선 세월호 선장이 조난신고를 하자 마자 그 누구 보다 먼저 배에서 탈출했고 병실에서 젖은 돈을 말렸다는 내용이 현장을 수습하지 않은 선장에 대한 분노로 뿌려진 루머이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해당 사진 속 배의 기울어진 각도나 정황을 보니 선장이 맞나 보군요. 인터뷰에서 승객 보다 먼저 나왔다는 것을 시인했습니다. 돈을 말렸다는 내용도 승무원 증언으로 보도된 내용입니다. 다만 한가지 어제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사람들을 괴롭혔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과장된 소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도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SNS를 통해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첫번째 루머는 어제 오후부터 퍼져나간, 이미 사고 현장에서 시신을 다수 발견했다는 내용이고 두번째는 일부 피해자가 선실에서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내용입니다. 첫번째 루머는 이미 소방재청에서 사실이 아니라는 걸 밝힌 바 있습니다. 혼자 구조되어 가족을 찾던 권지연(권지영 아님) 어린이를 다른 가족이 데려갔다는 내용도 루머였다고 합니다. 현장구조대원은 휴대폰을 반납한 채 일하고 있기에 소식을 전할 수 없고 가족과의 통화는 사실무근이라니 모두 조작된 내용인 것입니다.


2012년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를 버리고 도망친 이탈리아의 한 선장은 2697년형을 구형받았다고 합니다. 그때 사망자가 32명이었죠. 수많은 생명을 책임진 사람의 죄값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구조 작업이 다 끝난 후의 일입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가장 급한 일을 해야할 순간이죠. 이런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현장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현장 밖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릅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하는 일들은 현장 밖에서 하는 일에 해당하고 언론인들에게는 국민들과 피해자 가족에게 언론인으로서 책임이 있습니다.

어제 언론이 보여준 태도는 선장을 비롯한 일부 세월호 승무원들(아이들 구하려다 사망하신 승무원 분들도 있습니다)의 무책임한 태도와 별다를 바 없습니다. 언론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구조된 학생들과 피해자 가족 모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앞으로도 휴우증으로 고통받을 것입니다. JTBC 리포터가 안산단원고등학교 생존자에게 인터뷰를 시도하고 뉴시스 기자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학생의 책상과 교과서를 사진으로 찍어 보도하고(빗발치는 항의로 삭제했습니다), MBC는 사망자가 받게될 보험료를 계산하고, 현장 기자들은 부모와 생존자들에게 지속적인 인터뷰를 시도합니다.





재난사고 보도 원칙 - 인명사고는 입부터 조심하라

어제부터 안산단원고등학교 3학년 학생 하나가 대책반이 구성된 학교 강당에서 대기하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생존자 명단을 확인해주어 SNS 상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언론이 얼마나 피해자 가족에게 잔인한지 지켜본 사람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그 학생의 태도를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연합뉴스의 기자 하나가 SNS를 통해 그 학생에게 피해 학생들의 사진을 문의해 비난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대형참사가 일어났을 때 의지가 되어야할 언론의 역할과 도움을 받아야할 국민의 역할이 뒤바뀐 것입니다.

이런 대형참사는 피해자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겪을 고통은 순간적인 아픔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파장은 오랫동안 전국민에게 퍼져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친구들이 모두 사라진 학교를 보며 그때의 기억을 되새길 것이고 주변 사람들 역시 스무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죽었다는 사실에 마음아파 할 것입니다. 기사가 삭제된다고 해도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지금의 기억은 두고두고 국민들의 상처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언론은 피해자에게 보다 신중한 접근을 해야했습니다.

민간 어선도 구조요원도 제 할일을 하고 있다. 언론도 제 역할을 해야하지 않을까?


바다의 수온과 생존가능 시간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CNN에 비해 잔인하게 피해자들의 상처를 헤집는 국내 언론이 얼마나 끔찍하던지 저 사람들이 같은 인간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식사도 못하고 바다만 지켜보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의료진이 추가로 배치되어도 모자랄 판에 피해자를 괴롭히지 말자는 가이드라인이라도 정해줄 수 없는 것인가요? 동료 기자의 잘못을 사과하는 JTBC 손석희 앵커의 오프닝 멘트는 '재난보도'의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엇 보다 희생자와 피해자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입니다.

JTBC의 '무개념' 인터뷰가 비난받았지만 30년 경력 앵커인 손석희의 사과는 언론인들이 되새겨야할 기본 원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00여명이 실종되고 그 생사 조차 알 수 없는 이 대형사고를 이겨내는 힘은 피해자와 그 가족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고 공감하는데서 시작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언론은 그 때문에 더욱 입을 조심해야하는 것이구요. 오늘 오전 일찍부터 선체에 대한 수색작업이 재개되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더 이상 언론의 괴롭힘이 없었으면, 애타는 가족들의 바람대로 오늘은 더 많은 생존자들이 발견되기를 기원합니다.


* 권지연 양은 경찰 입회 하에 친척에게 인계되었다는 내용의 글이 방금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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