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세월호 침몰, 해경의 언딘과 이종인의 다이빙벨 그 차이를 증명하다

Shain 2014. 5. 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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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16일째. 오늘도 여지없이 새벽부터 팩트TV의 현장 생중계를 지켜보았습니다. 어제 오후 케이블이 끊어져서 철수했던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이 물속으로 재투입되는 시간이 새벽 3시였기 때문입니다.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팩트TV의 유스트림, 유투브와 이상호 기자의 트위터, 이계덕 기자의 속보를 통해 생중계를 시청했습니다. 그 이른 시간에도 유투브의 시청인원이 4000명에 육박하더군요. 5월이지만 아직도 추운 날씨 때문에 알파측 바지선에서 대기중인 이종인 대표는 두꺼운 옷을 입었고 입에서는 종종 입김이 나옵니다. 그들의 노고에 속속들이 쏟아져나오는 해경과 언딘의 비밀, 청와대의 유감 표명으로 불쾌했던 마음이 금새 잊혀지는 것같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본 새벽 3시의 다이빙벨 재투입. 민간잠수부는 상쾌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출처: 팩트TV).




결과만 말하면 오늘 새벽 3시의 다이빙벨 투입은 성공이었습니다. 오전 3시 20경 물속으로 투입된 다이빙벨을 통해 민간잠수부들은 오전 5시경까지 물속에서 작업했고 5시 21분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이빙벨 안에서 자연스럽게 감압하며 천천히 올라온 덕분에 다이빙벨 안에서 음식을 먹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했고 5월 1일 새벽 유속이 쎄다고 하는데 전혀 지친 모습이 없더군요. 선체 진입도 성공했으나 이전 작업팀이 설치한 가이드라인이 장애물이 되어 철수해야 했습니다. 이종인 대표는 작업 내내 CCTV를 보면서 상의했고 다이빙벨 내부의 유속은 '0'이었다고 하죠.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동안 있었던 다이빙벨에 대한 기술적 논란은 무의미합니다. 아무리 이론에 강해도 현장에서 투입된 민간잠수사의 증언 만큼 믿을만 한 건 없습니다. 처음부터 다이빙벨에 대해 위험하다며 만류했던 해경과 생존자가 있을 지도 모르니 다이빙벨이라도 투입하자고 주장했던 실종자 가족의 대립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공감'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성공 실패 여부와 관계없이 실종자 가족을 위해 누구의 도움이라도 받아 할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했고 수색상황을 중계줬어야 했습니다. 잠수부들이 왜 어렵다고 하는지 배 안에 생존가능한 공간이 있는지 가족들이 직접 봤어야 했습니다.

다이빙벨의 핵심은 실종자 가족에 대한 공감 문제이다. 모두가 잠수부들의 활동을 지켜보았다.


언딘은 못하는 걸 알파잠수공사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은 할 수 있나 다이빙벨이 구세주냐 - 애초에 이런 단순한 질문은 무의미합니다. 바다의 풍랑이 거세지면 다이빙벨이 아니라 그 보다 훨씬 더 좋은 장비가 와도 생존자 구조는 힘듭니다. 단단히 고정한 바지선 조차 흔들렸을테니까요. 그러나 누군가는 해경과 언딘 그리고 민간잠수부 팀을 나눠 현장 지휘를 하고 다이빙벨도 그 중 하나로 투입되어야 옳았죠.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낮아진 지금에서야 다이빙벨 설치를 허가하고, 협력하지 않는 해경의 태도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실종자 가족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 이상호 기자의 트위터를 보면 동영상을 보지 않더라도 작업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 팩트 TV에서도 이 내용을 생중계했습니다(생중계, 재방송 번갈아 방송중).

▶ 2014. 5. 1 다이빙벨 2차 투입 과정(이상호 기자 트윗 인용)
  • 3:09 - 벨에 2톤짜리 무게추를 연결
  • 3:13 - 다이버들 벨 탑승중
  • 3:17 - 다이버 벨 탑승, 투하준비 완료
  • 3:20 - 벨 2차 투하.. 사고 발생 16일째 새벽
  • 3:22 - 투하중.. 다이빙벨 내부상태 안정
  • 3:33 - "1m 앞 선체확인. 오버" "선체진입 하라'
  • 3:43 - 세월호 우현 중앙부 4층 난간이 보입니다. 다이버 선내 진입시작
  • 3:51 - "침착하게, 침착하게 들어가라" 4층 중앙부 복도를 통해 좌현으로 잠수중인 다이버를 지휘중인 이종
  • 인 대표
  • 4:00 - 새벽 4시. 잠수 40분째
  • 4:07 - 선내 라인이 너무 많아 더 이상 진입못하고 다이빙벨로 잠시 복귀4:11am 벨과 바지선 cctv로 회의중 "4층 줄이 너무 많다. 어떻게 할까요?" "한색깔 줄만 남기고 다른줄 잘라버리자. 그렇지 않으면 그게 장애물이 된다" "오케이" "그럼 다시 출발"
  • 4:20 - 통신장비와 2대의 모니터로 다시 선내 진입한 다이버를 지켜보고 있는 알파 이종인 대표.. 잠수 1시간째
  • 4:25 - 선내 작업자를 위해 공기캐이블을 보내주고 있는 벨내 작업자. 지금 다이빙벨 내부의 유속은 '0'다
  • 4:31 - 23m 세월호 중간 우현 난간에 묶어둔 상탭니다
  • 4:40 - 네, 잠수 80분째
  • 4:41 - 벨 상승중.. 감압을 겸하며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 4:43 - 벨 자체 감압을 위한 스케쥴 표.. 수심별로 상승시 머물러야할 시간이 적혀있다. 이대로 올라오면 감압이 된다는 것
  • 5:11 - 십년감수. 상승중인 벨을 해경선이 갑자기 고속으로 접근해 충돌할 뻔 하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이곳에서 작업중인걸 모두 알고 있었을 텐데요
  • 5:21 - 두시간만에 다이빙벨이 뭍으로 올라왔다. 자봉 잠수자들은 언딘에 있는 잠수자들도 함께 다이빙벨을 통한 효율적 구조에 동참해줄 것을 희망했다








해경과 언론 다이빙벨의 성공을 어떻게 볼 것인가

침몰 16일째 이미 많은 민간잠수사들이 진도 팽목항에서 철수했고, 이종인 대표가 다이빙벨을 추가 투입할 수 없는 이유는 교대로 작업할 민간잠수부 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해경, 민간잠수부가 언딘의 바지선 리베로호에 타고 있습니다. 해경이 '다이빙벨이 성공하면 경찰 잠수인력을 투입해 주겠다'고 했다고 하니 다음 투입 때는 보다 많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진작에 투입되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한탄했지만 언론 보도는 정확히 해주지 않고 해경의 잘못된 정보로 알파잠수팀이 애를 먹고 있으니 오죽하면 구멍난 다이빙벨 케이블을 누가 끊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해경은 왜 이런 시도 조차 못하게 했단 말인가. 실종자 가족은 진즉에 물속을 봤어야 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지친 몸으로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반이상 줄었습니다. 정부의 고위층 누구도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에게 공감을 보이지 못했고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른 유가족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다시 진도로 돌아오겠다고 합니다(유가족대책위 책임자 응징 위해 나서려한다' 다시 진도 집결). 조문을 위해 찾아온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유가족으로 보이는 조문객'을 대통령이 위로하는 사진이 연출되었다는 걸 알고 다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그런 유가족에게 '유감'이라고 했다가 혼이 났습니다.

세월호 침몰 초기 이종인 대표를 투입하자는 여론에 해경은 부정적이었습니다. 팽목항에 온 이종인 대표를 돌려보냈습니다. 실종자 가족과 해양수산부 장관, 해경청장, 차장의 대화로 장관이 직접 이종인 대표를 불렀지만 그때도 해경은 그리 협조적이진 않았습니다. 실질적으로 해경은 세월호 구조와 인양 능력이 전무한 듯 보입니다. 해경은 지금까지 밝혀진 뉴스로 보아 우리에게 언딘으로 알려진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UMI, Undine Marine Industries)에 구조와 인양을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이빙벨 1차 투입 때 끊어진 케이블. 새벽 3시에 2차 투입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


그런데 JTBC '뉴스9'에서 손석희 앵커가 인터뷰한 민간잠수부의 말대로라면 언딘은 상당 부분 성과에 집착했다고 볼 수 있죠. 청해진 해운이 언딘과 계약하고 해경이 언딘을 전폭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을 보니 더욱 기가 막힙니다. 해경의 옹호와 언딘, 해경, 해양구조협회의 관계도 눈총을 받았습니다. 장비도 대책도 전무한 것과 다름없고 현장 총괄 책임자 조차 바다속 상황은 알 수 없었던 듯합니다. '언딘'이란 이름의 뜻은 '운디네' 즉 물의 정령인데 해경은 정령과 협조한다기엔 어쩐지 처음부터 이해가지 않는 선택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무튼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 투입 성공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합니다. 민간잠수부의 증언으로 다이빙벨이 무용지물이라고 했던 부정적 여론에 쇄기를 박은 동시에 현장을 봉쇄하고 민간잠수부 투입을 막은 해경의 초기 대응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밤새도록 중계된 그 현장을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연합뉴스는 새벽 5시 21분 '다이빙벨 투하했지만 물밖으로'란 기사를 게재했다가 이상호 기자 및 네티즌의 항의를 받고 삭제한 상태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언론이 다이빙벨 투입이 실패하길 바랐던 것같습니다.

다이빙벨이 실패하길 바라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


여기저기에서 '연출'된 조문 사진 논란과 보도지침, 보도 통제 의혹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불리한 환경에서 시도된 다이빙벨이 단 두 번 만에 선체로 진입하는 걸 보았으면서도 아무 성과도 없고 실패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생중계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이빙벨에게는 희망을 언론에게는 실망을 동시에 보았습니다. 다이빙벨을 바다 속으로 투입되고 꺼내는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조류가 거센 바다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이상임이 증명되었습니다. 해경은 과연 오늘부터 적극적으로 알파잠수팀과의 약속을 지킬까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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