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세월호 침몰, 이종인 자진철수 기사에 밀린 언딘의 독점 계약

Shain 2014. 5. 2. 08:16
728x90
반응형
세월호 침몰 17일째.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탈출하지 못한채 물 속에 있지만 많은 TV 방송과 포털이 이미 세월호 침몰의 기억을 서서히 잊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열리고 10대 청소년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에 나서도 캐도 캐도 끝이 없는 세월호의 비리와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든 대한민국 구난 대책의 허술함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고 있습니다. 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 잘못을 고칠 기회를 마련해야한다는 위기의식으로 이번 사건을 대하고 있습니다. 낡은 배 세월호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길래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을까? 우리들의 고민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같습니다.

'작업 성공에 미디어가 큰 힘이 된다'고 했던 이종인 대표는 철수를 선언했다. 언론은 뭐라고 했을까?




어제 오전 알파잠수공사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은 결국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오후에는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청해진해운과 언딘이 단독계약하도록 추천한 것은 해경이라는 기사를 발표합니다. 5월 1일 새벽 성공적으로 다이빙벨을 사고현장에 투하한 이종인 대표가 이상호 기자, 팩트TV를 비롯한 기자단이 물러가고 2시간 뒤 갑자기 자진 철수를 발표하고 YTN과 일부 언론이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이 철수했다는 기사를 발표했기에 다이빙벨 문제가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다이빙벨은 성공했지만 이종인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상한 상황.


알고 있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이빙벨은 시신 수습을 위한 최적의 도구도 아니고 구난 대책을 획기적으로 바꿀 만능 도구도 아닙니다. '실패냐 성공이냐'하는 점도 투입 시기와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물건이 바로 다이빙벨입니다. 다이빙벨을 침몰 초기에 투입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말이 많았던 것은 생존자 구조 문제 때문입니다. 세월호 안에 살아있는 생존자가 있는 경우 수심 30미터가 넘는 바다 속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전문 다이버들과는 경우가 다르죠. 그러나 다이빙벨 안에 생존자를 넣고 천천히 감압을 거쳐 올라오면 생존자가 무사할 수 있습니다.

다이빙벨 사용 최적기인 침몰 초기에는 해경의 반대로 투입이 불가능해 되돌아갔던 이종인 대표는 4월 24일 밤 실종자 가족 대표와 해양수산부 장관, 해경청장, 차장이 모인 자리에서 이주영 장관이 실종자 가족의 주선으로 직접 요청해 목포에서 다시 팽목항 현장으로 돌아옵니다. 도와달라는 부탁을 정식으로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본대로 알파 바지선을 타고 되돌아온 이종인 대표가 바지선을 고정시키고 수색 지역을 할당받고 다이빙벨을 투하할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해경, 언딘이 알려준 작업 지역이 잘못되었고 갑자기 거세진 조류와 풍랑도 작업을 방해했다는 것을 많은 인터넷 언론의 생중계로 시청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해경 보다 이종인 대표의 잘못이 크다고?

침몰 지역의 수중 작업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침몰 초기부터 지금까지 언딘과 해경의 '구조'활동은 대부분 시신 수습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JTBC '뉴스9' 손석희 앵커를 비롯한 여러 언론이 생존자 구출에 미숙한 해경과 해군과 어선, 민간잠수부가 배제된 지휘체계를 비판했으며 언딘 측의 수상한 독점 체계에 집중했습니다. 왜 소방헬기를 비롯한 구조 접근을 막았으며 이미 도착한 바지선을 물러나게 하고 언딘의 바지선 리베로가 올 때까지 왜 기다렸으냐 하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민간잠수부 강대영씨의 증언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기자 앞에서는 해경의 지원을 기대했던 이종인 대표가 기자들이 물러간 2시간 뒤 왜 갑자기 철수 결정을 내렸는지 아무도 자세한 속사정을 알지 못합니다. 실종자 가족의 말과 이종인 대표의 인터뷰로 상황을 대충 추측할 뿐입니다. 안에 CCTV까지 설치한 다이빙벨은 실종자 가족은 볼 수 없는 현장을 직접 감시한다는 의미도 있었는데 이제 또다시 현장은 해경과 언딘 그리고 일부 민간잠수부들 만 남은 공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작업성과도 성과지만 해경의 구조 대책이 틀렸다는 확신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많은 실망감을 표시했습니다. 언론은 아예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 투입이 '실패'라며 왜곡된 기사까지 퍼트립니다.

다이빙벨 투입 최적 시기는 초기 생존자 구조 때였다. 이종인 대표는 장관이 다시 불렀기 때문에 온 것.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은 다이빙벨이 실패했다고 집중보도하며 이종인 대표를 비난했고 일부 언론은 다이빙벨 안에 들어갔던 민간잠수부가 감압중 쓰러졌다는 오보까지 게재합니다(쓰러진 민간잠수부는 가이드라인 지역을 잘못 알려줘 고생하던 분입니다). 이종인 대표는 속사정을 말하지 않고 단지 '분란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지만 언론은 그 짧은 인터뷰를 두고 이종인 대표를 세월호 참사의 죄인으로 만들 기세입니다. 이미 해경의 엉성한 초기 대응이 참사의 주범이고 수난구호법과 예산 문제로 언딘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했던 상황이 일을 키웠는데 그 모든 책임을 이종인에게 덮어씌우려는 걸까요?

생중계를 본 사람들이 목격한대로 어제 새벽 3시 바다로 내려갔던 다이빙벨이 5시 20분경 위로 올라올 때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이빙벨이 물밖으로 나올 시간이 다 되었을 때 다이빙벨 투하 지역 주변으로 갑자기 해경경비정이 고속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충돌의 위험도 위험이지만 잠수부가 밑에서 작업중인 공간에 스크류를 돌리는 경비정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아는 분은 아실 것입니다. 국제신호법상 '알파기'가 게양된 곳은 다이빙 지역이란 표시며 배가 비켜가야합니다. 해경도 그 부분을 모를리 없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읽어보세요). 이번 사건 이후 해경의 상식없고 이해가지 않는 행동은 한두번이 아닙니다.

청해진해운이 언딘과 독점계약한 사정 뒤에는 해경이 있었다(캡처출처: 시사인).


청해진해운은 사고 원인을 과적으로 추정하고 전산기록을 지우는 등 은폐에 급급하고 주진우 기자에 따르면 해경은 선구조 후지원 원칙도 없이 크레인 동원 예산문제로 청해진해운을 독촉하다 해경출신이 많은 언딘이란 업체를 추천하고 독점계약서를 쓰게 합니다. 사고를 일으킨 것은 책임감없는 선장이지만 필수적인 구난대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골든타임을 소비하며 돈걱정부터 했던 것은 해경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양수산부 장관의 부탁을 받고 현장으로 되돌아온 이종인 대표의 잘못이 그들 보다 커보이진 않습니다. 도대체 왜 자원봉사자와 담당 책임자를 동급으로 취급하려는 것일까요?

아직까지 청해진과 해피아, 해경, 언딘의 문제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습니다.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은 처음부터 투입 시기를 잘못 조정한 해경과 초점을 잘못 맞춘 언론의 실패라는 쪽이 더 맞습니다. 책임자도 아니고 영웅도 아닌 이종인 대표에 대한 비난을 고조시키며 책임 추궁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한번 떠난 사람을 현장으로 다시 불러들였으면 최소한 이런 여론몰이를 당하게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웬만한 건 모두 비공개로 추진하는 언딘과 해경의 일처리가 훨씬 더 수상하다는 의심도 해소되지 않았는데 이종인 대표에게 비난이 쏠리는 건 이해할 수가 없네요. 세월호 침몰 사건의 큰틀이 청해진 해운이라면 그 다음 틀은 해경과 언딘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 다이빙벨 투입에 대한 자세한 동영상은 팩트TV(http://www.ustream.tv/channel/facttv)로 볼 수 있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