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세월호 침몰, 언론을 바로세워야 비극에서 벗어난다

Shain 2014. 5. 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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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18일째. 실종자 가족과 국민 모두 극적인 생존자에 대한 희망을 버린 분위기입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은 탈진하다 못해 병을 앓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진도 팽목항을 지켜보던 국민들 역시 하루하루 터져나오는 세월호 관련 비리와 거대권력이 되버린 부정부패에 하나둘 지쳐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 알고 싶었을 뿐인데 선장, 청해진해운, 구원파, 유병언, 해운조합, 한국선급, 해양수산부, 해경, 해양구조협회, 언딘이라는 이름이 나올 때 마다 본질은 점점 더 흐려집니다. 대형참사가 발생할 때 마다 그랬듯 또 다시 국민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핵심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중파의 시청률을 넘어선 손석희의 '뉴스9'. 사람들이 공중파 언론을 외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세월호 참사를 눈여겨 보신 분은 아실 것입니다. 잠수병 위험을 감수하며 수색에 열중한 민간잠수부들과 해경, 해군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리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시신수습의 정신적 충격을 감수하느냐 고통받는 그들을 안쓰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 방송된 JTBC '뉴스9' 동영상처럼 세월호 선원들만 구조하고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승객들은 구하지 못한 해경의 무능력엔 적대적입니다. '해경'이 청해진해운을 통해 언딘과 계약하고 민간잠수부를 물러나게 했기 때문에 소수의 잠수사들만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론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보도에 의하면 세월호 참사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국가기관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생명을 구조하고 이후 책임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외국의 구조대책은 영화같은 판타지였습니다. 사고의 원인도 돈이었지만 사고 수습도 생명 보다 돈이었습니다. 크레인 대여부터 민간잠수부 동원까지 언딘의 수난구조와 침몰 선박 인양이 알고 보면 법에 따라 처리된 것이라 하니 수난구조는 사실상 민영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시가 급했던 4월 16일에 계산기 두드리며 공문을 날리고 계약서 쓸 준비를 했다는게 믿어지지 않지만 사실인 듯합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한민국의 비밀. 나 혼자만 대형 참사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을 뜻합니다. 청해진 해운과 그 경영진이 얍삽하게 돈을 긁어모으며 낡은 배의 안전은 등한시할 때 한국선급이 세월호의 결박상태와 안전을 양호하다고 평가했을 때 해경이 세월호의 과적을 허가해주고 재난대비 훈련을 소홀히했을 때 수난구호법이 제정되는 동안 아무도 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을 때 이미 대형참사는 시작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제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도 어쩌면 그런 식으로 일어난 일들 중 하나겠죠.

2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어제 사고에서 별다른 안내방송 없이 승객들은 위험천만하게도 선로를 걸어 올라갔다고 합니다. 바다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고와 지하철은 경우가 다르고 선로에 내려가는 것이 훨씬 위험하지만 그만큼 현장에 남아있는게 무서웠다는 뜻이겠지요. 독도로 출발한  한 여객선이 회항을 했다고 합니다. 세월호 때문에 안전검사를 실시한 배가 그 모양이니 사고가 나면 그냥 죽을 수 밖에 없고 누구나 겁에 질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운이 좋아 한번쯤 끔찍한 사고를 피한다고 쳐도 대형참사에서 완전히 도망칠 방법 따위는 없어 보입니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산속에 숨어살아도 안전을 보장하긴 힘들 것같습니다.







같은 참사가 일어났을 때 똑같이 당할 것인가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함께 타고 있는 한 비극에서 완전히 도망칠 방법은 없습니다. 내가 안전해도 가족이 다치고 가족이 무사해도 이웃과 친구들이 죽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우리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탔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리라는 무서운 예감 때문이죠. 유가족들이 장례를 마치고 진도 팽목항 현장에 돌아와 진실규명을 외치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어떻게든 바꾸지 않으면 또다른 아이들이 죽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 비극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은 늘어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통해 돈보다는 사람이라는 가치를 실천할 재난구조 대책을 절실하게 원했고 정부 입장 보다는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의 입장을 대변할 언론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관피아, 모피아같은 나쁜 전관예우 선례나 종교적 지위와 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기업의 돈을 사적으로 빼돌리는 윤리의 타락, 안전을 책임진 기관의 부정부패를 누군가는 감시해야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꾸준히 행동으로 옮기려니 무엇부터 해야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실종자 가족이 국내 언론 대신 외신과 인터뷰한 이유는 심정을 전해줄 '언론'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대안 언론' 리스트

팩트TV  http://news.facttv.kr/n_news/main/
뉴스타파 http://newstapa.tistory.com/
고발뉴스닷컴 http://www.gobalnews.com/
국민TV http://kukmin.tv/
JTBC 온에어 http://jtbc.joins.com/onair/onair.aspx?cloc=jtbc|navi|jtbcnow
딴지일보 http://www.ddanzi.com/
슬로우뉴스 http://slownews.kr/

항의의 의미로 침묵시위부터 해야할까? 제안한 사람을 승합차에서 촬영하고 제지했다는데 위험한 거 아닐까. 저런 부정부패, 윤리의식이 없는 기업 후원사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하면 좋을까? 과거에 불매운동을 법적으로 처벌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정부 당국자를 비판하며 시위라도 해야하는 걸까? 털끝만한 손해라도 입을까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팔팔 뛰고 언론을 통해 면피용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당장 바뀌진 않을 것입니다. 투표할 때만 방긋방긋 웃는 정치인 이름만 적어놓고 기다리기엔 너무나 무기력합니다.

실종자 가족이 당국자와의 면담을 생중계한 이유는? 이렇게 해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이 국민의 성금 모금도 거절한 이상 제 생각에는 지금 당장할 수 있는 일은 일단 '언론'을 되찾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입장만 대변하는 공중파 방송과 메인 언론을 버리고 JTBC와 인터넷 언론에 눈길을 돌렸습니다.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이 재투하되던 그날밤 적어도 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언론에서 임의대로 편집해 올린 기사와 현장 실종자 가족의 반응이 달라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시청자들이 생방송으로 올려오는 현장 뉴스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월호 침몰 초기 오보와 비인간적인 과열취재 때문에 잠시 반성의 기미를 보였던 것도 잠시 지금도 몇몇 언론은 진도 팽목항 현장에서 생방송된 내용과 전혀 다른 논조와 사실로 기사를 왜곡하곤 합니다. 침묵 시위 관련 기사는 아예 찾아볼 수 없습니다. 종편 JTBC 손석희 앵커의 '뉴스9' 시청률이 공중파 MBC '뉴스데스크'와 같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어제 2호선 지하철 추돌사고가 났을 때도 현장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뉴스9'으로 전송한 승객들이 다수였다고 하죠. 많은 사람들이 공중파와는 다른 언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때로는 목격한 것도 부정하는 언론. 참사가 일어났을 때 똑같이 당하지 않으려면 언론을 바로세워야한다.


공중파와 언론이 사실과 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보았습니다. 세월호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비슷한 참사가 일어났을 때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처럼 당하지 않으면 꼭 필요한 것은 '언론'을 얻는 것입니다. 대안언론이라도 좋고 방송사라도 좋습니다. 실종자 가족의 편에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파헤칠 수 있는 언론을 바로세워야 합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해경과 언딘, 한국선급의 문제를 집중 파헤친 사람이 누구였는지 악착같이 비리를 폭로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기억해보신다면 지금이라도 대안언론에 힘을 실어주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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