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세월호 침몰, 유가족 사찰 의혹 해경 해체가 근본 해결책이 아닌 증거

Shain 2014. 5. 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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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36일째. 사고 한달이 넘도록 4월 16일의 충격은 더욱 더 생생하기만 합니다. 오전 9시경부터 침몰하기 시작한 배가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배 안에 갇힌 사람들이 죽어가는 장면을 방송으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가라앉는 배에서 물속으로 헤엄쳐나온 남학생을 끝으로 더 이상의 탈출 승객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선장과 승무원을 비난했지만 나중에는 침몰 한시간 동안 초동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해경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혹과 부정부패에 사람들이 '해경'에 분노한 것은 당연합니다. 

'대통령조차도 국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에 대한 유가족 호소문.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발표한 대국민담화는 이런 '해경'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국무총리 아래에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골자의 담화 내용엔 일명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통과시켜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관피아'를 해결하고 공직자 윤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질 보다는 껍데기에 치중한다는 느낌이 강한 이번 '대국민담화'는 우려스러운 점도 많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역시 이 대국민담화에 답해 '호소문'을 발표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잃은' 담화였다고 평가합니다(관련내용, 세월호 가족 "박근혜 대국민 담화, 생명의 소중함 잃어").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국민담화를 두고 '해경'이라는 병에 담긴 썩은 물을 비워내라고 했더니 병을 버린 조치라 비유합니다. 썩은 물을 비워내기는 커녕 새 병에 옮겨담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관련된 해경 조직과 재난관리시스템의 근본적 문제점, 업무상 애로사항, 각종 비리를 조사하고 기관을 평가하기전에 '해체'를 지시한 것은 보여주기식 졸속 행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말 안전을 고민한다면 해경이 왜 구조적으로 문제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따지고 또 따져야했습니다. 신생기관인 안전관리처로 업무가 이관되면 벌어질 혼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썩은 물을 비워내라고 했더니 병을 교체했다. 이름만 바꾼 신생기관이 안전에 대한 답인가?


현재의 해경 조직이 국가안전처 밑으로 들어가게 되면 개혁없이 '해양안전본부'로 이름만 바꾸는 셈이 됩니다. 안 그래도 총리를 비롯한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바다 현장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대로 위기 상황발생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거기다 각종 규제완화로 벌어진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양 구난의 대부분을 민간에 의지한다는 소위 '민영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아직도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인드를 바꾸지 않고 조직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정부는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대국민담화'는 여전히 세월호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 나아가서는 국민의 입장에서 세월호 사건을 바라본 것이 아닌 정부 입장에서 현상을 파악한 대책입니다. 아직 17명의 승객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한번도 언급되지 않은 실종자 가족도 그렇고 세월호 유가족이 참여하는, 독립된 조사기관의 성역없는 진상규명은 가족잃은 사람들의 기본 권리지만 정부는 그 부분에 공감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국민을 보호해달라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모르는 것같다는 이야기죠.

해경이 해체되어도 해결되기 힘든 뿌리깊은 문제들. 해경 해체는 졸속 행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 아이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는 내용의 인터뷰는 유가족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유가족들은 수많은 공격적인 망언에 시달려왔습니다. 또 진도실내체육관 현장에 사복경찰이 다수 배치되어 실종자 가족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고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고발뉴스 생중계 과정에서 특정인이 지목되기도 했었죠). 특히 5월 19일 저녁 안산에서 진도로 내려가는 유가족을 몰래 미행하다 발각된 정보과 경찰의 사례는 '대국민담화'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행이냐 사찰이냐 그것도 아니면 탄압이냐

대국민담화 발표 다음날인 문재인 의원은 특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 시스템과 기조뿐만 아니라 국정철학과 리더십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은 '박대통령의 담화에서 안전에 대한 답을 못찾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문재인 의원의 특별성명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와 박대통령과 그 측근이 생각하는 '국가'의 개념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박대통령의 국가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 같다면 지금의 KBS 사태와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 시국선언 교사들의 징계 절차, 경찰의 유가족 미행같은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발뉴스와 한겨례를 통해 19일 저녁 7시 30분경 유가족을 미행하던 경찰 두 명이 발각되었단 소식을 접했을 것입니다. 뒤를 이어 해당 경찰과 함께 안산 합동분향소로 돌아온 경찰과 유가족들의 대화 내용은 팩트TV를 통해 생중계되었습니다. 특이하게도 당시 취재하는 언론사 기자들 중에는 KBS 기자도 섞여 있었는데 왜곡된 보도로 세월호 유가족이 거부하던 그들이 방송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가족의 KBS 항의방문과 KBS 기자들의 길환영 사장 퇴진 운동, 제작거부가 유효했을 것입니다. 생중계 당일에도 '방송 안할 거 촬영하면 뭐하냐'는 항의가 거세더군요.

5월 19일 밤 유가족에게 적발된 경찰의 미행. 간첩도 아닌 유가족에게 정보과 경찰을 배치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사복경찰이 감시한 것은 사건 이후 계속이었습니다. 이 역시 언론에서 제대로 조명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 중 하나인데 세월호 사고 이후 안산단원고, 분향소 등에 801명의 정보경찰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진도 현장에 투입된 경찰인력까지 합치면 모두 1700여명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는군요(출처, 사고 이후 단원고·분향소에 '정보 경찰' 총 801명 투입). 19일날 허락받지 않고 미행한 행동이 사실상 '사찰'이 아니냐 추궁하는 유가족들 앞에서 경기경찰청장과 안산단원경찰서장, 정보과장 등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누가 봐도 이는 보호라기 보단 명백한 '감시' 행위입니다.

사안의 시급함을 인식했는지 경찰서장과 최동해 경기경찰청장 등이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허락받지 않고 임의로 정보를 수집하는 경찰의 행동이 인권침해라는 인식이 없었다는 부분은 놀라운 정도가 아닙니다. 사건 발생 이후 30일이 넘게 현장을 왔다갔다하는 경찰을 의식해야했을 유가족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경찰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지 '보호'라는 말로는 절대 해명이 되지 않습니다. 경찰은 생중계 중에는 고분고분했지만 처음 경찰이 들켰을 때는 '당신 유가족 맞냐'는 거친 말을 했다고 하죠. 이게 국민에 대한 인식 수준인 것입니다.

KBS 제작 거부 사태, 추모 집회 과정에서의 비상식적인 연행 등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증거는 넘친다.


유가족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니 끝끝내 자신들의 행동이 '사찰'이 아니라 주장하는 경기경찰청장이 사전동의없이 뒤따라다니는 행동이 '사찰'이라는 걸 몰랐을 만큼 무식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말 안해도 된다고 생각했거나 유가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했기 때문에 신분도 밝히지 않고 몰래 따라다녔다는게 훨씬 설득력있겠죠. 따지고 보면 청와대가 KBS 방송보도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무시하는 것이나 청와대 게시판에 민원글을 올린 43명의 교사들과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1만6천여 교사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선 것도 맥락은 똑같습니다.

국민 앞에서는 눈물흘리며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정부 방침에 따르지 않으면 언론이든 교사든 유가족이든 징계하고 감시하겠다는 '행동'을 보여줬으니 누가 담화 내용을 믿을 것이며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청와대의 언론 개입의혹이나 징계 논란, 민간인 사찰 의혹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한, 큰 사건임에 틀림없으나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분위기입니다. 교사 징계를 거부한 교육청에 고발하겠다며 압력을 넣었다고 합니다. 정부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압박하는 꼴입니다. 더불어 해경이 없어져도 대한민국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증거인 셈이죠.

텅빈 체육관에서 쓸쓸히 대통령 담화를 지켜보는 실종자 가족. 해경해체가 안전에 대한 국가의 답인가?


침묵시위를 위해 모인 시민을 강제 연행하고 언론은 약속이나 한 듯 경찰과 정부의 무능에 입을 닫고 진상규명과 해결을 촉구하는 유가족은 감시하고 교사는 징계하겠답니다. 억울한 죽음을 보면서 국민을 보호해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대통령은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라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해경을 해체하면 정말 국가가 국민을 존중하게 되는 것일까요? 청와대 행진을 저지당하고, 가는 곳마다 미행당하는 세월호 유가족들 보면서 또 유가족에 대한 어떤 정보를 보고했는지 알려줄 수 없다는 경기경찰청장의 태도를 보면서 희망을 갖긴 아직 이르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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