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대안언론과 손석희, 그들에게만 허락된 세월호 특종

Shain 2014. 7. 2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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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째였던 어제. 중부지방에 아주 많은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깐 고민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도 굵은 빗줄기가 쏟아붓던데 안산에서 서울까지 행진했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비를 맞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유가족 분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네 눈물을 잊지 마라'는 추모음악회 생중계를 하는 팩트TV를 볼까 아니면 손석희 앵커의 '뉴스9'을 볼까 주저하다 손석희 앵커의 방송을 일단 켰습니다. 어제 예고했던대로 손석희 앵커는 바람을 맞으며 팽목항에서 방송을 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100일. 결국 어느 방송을 보고 어떤 선택을 해도 마음은 불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팽목항에는 여전히 가족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이 있었으니까요.


손석희와 대안언론에게만 허락된 세월호 특종.


오랜 시간 도보행진으로 지쳤던 세월호 유가족은 많은 시민들의 격려를 받았습니다.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국회까지 걸어갈 때도 수많은 사람들이 뒤를 쫓으며 응원했던 것처럼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며 따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와 팩트TV 사람들, 이계덕 기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유가족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TV 언론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JTBC 기자들이 팽목항과 유가족 주변을 계속 취재하고 있습니다. 어제 서울광장에는 3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유가족과 함께 했습니다.


어제는 특이하게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이 세월호 유가족 행렬에 동참했더군요.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추모음악회에 참석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은 청와대까지 행진해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청와대 쪽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야당 의원들 70여명이 청와대까지 도보행진 한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특별법 추진을 외치며 세월호 참사 100일을 슬퍼했는데 청와대는 아무 답변이 없었고 새누리당의 확답도 없었습니다.


이상호 기자와 팩트TV 등 대안언론이 동행했던 '네 눈물을 기억하라'

세월호 유가족의 곁을 꿋꿋이 지키는 여러 대안언론.


어제 추모음악회 이후 청와대로 이동하려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수많은 경찰병력과 일명 '그네산성'에 차단당했습니다. 과거 MB 정부에서 '명박산성'을 세워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막았던 것처럼 이번에 경찰은 아예 버스를 차벽으로 만들어 시민들을 막았습니다(MB정권의 규제완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양측의 대립은 새벽 3시경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비닐로 임시 천막을 만들어 비를 피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로 행진하던 새정치 국회의원들의 행진도 경찰에 의해 차단당했습니다. 그 와중에 국회의원이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웃지 못할 사실 하나는 폭우 중에 현장 상황을 전송하던 팩트TV와 이상호 기자의 장비가 비 때문에 모두 못쓰게 되었고 그 때문에 중간에 방송이 부득이하게 중단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팽목항과 서울광장을 누비던 세 대의 카메라가 모두 고장이 났기 때문에 당분간 생방송은 불가능할 것 같더군요. 그러나 소위 공중파 언론과 쟁쟁한 신문들이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은 오로지 그들 만이 취재할 수 있는 특종입니다. 100일 동안 쉬지 않고 일하던 장비가 100일째에 망가져버렸네요. 이상호 기자는 MBC에 복직 판결이 났기 때문에 일산 드림센터에 일단 출근하란 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손석희 앵커에게 제공한 동영상


팽목항에서 만난 손석희 앵커와 서복현 기자, 김관 기자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팽목항 현장에서 지켜보고 유병언을 뒤쫓는 검경의 경과도 자세히 지켜본 기자들입니다. 팽목항 현장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해경과 언딘의 유착관계, 해경의 구조 시늉, 유가족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TV 언론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세월호 참사를 정확하게 전한 언론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JTBC는 세월호 관련으로 중징계를 받을 것이라 거론되는 방송사이기도 합니다. 오늘 뉴스에서 다음에 열릴 세월호 구조특위에서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는 JTBC 손석희를 증인으로 채택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옆을 바짝 지키며 유가족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기록한 대안언론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의 억울함을 널리 호소하고 왜곡된 루머를 뒤집기 위해서라도 파급력있는 언론이 꼭 필요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수차례 청와대로 향하던 그 순간 마다 경찰에게 제지당했고 그 때문에 BBC와 CNN을 비롯한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도 자청했습니다. 진도 대교 행진 관련 뉴스와 KBS 항의 방문 관련 뉴스는 외신을 더 신뢰하는 웃지못할 일까지 벌어졌죠. JTBC가 팽목항에 서복현 기자를 대기시키고 세월호 뉴스를 메인으로 내세운 것은 유가족들에게 신뢰를 주기 충분한 선택이었습니다.


유가족이 손석희 앵커와 JTBC를 신뢰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세월호 유가족은 그 누구 보다 언론에 맺힌게 많은 사람들입니다. 진실을 보도하지 않고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짓말만 편집 방송하는 기성언론은 유가족들에게 격하게 비난받았습니다. 대신 유가족들은 손석희 앵커에게 보답하듯 복구한 아이들의 핸드폰 동영상과 생존 학생들의 치료과정 동영상을 JTBC '뉴스9'에 제공했습니다. 오직 손석희 앵커와 '뉴스9' 기자들만 가능한, 신뢰로 만들어진 특종이며 세상에서 가장 마음아픈 특종인 셈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살고 싶었했을 아이들의 모습, 물이 차오르던 그 순간까지 밖으로 나가지 못한 아이들이 시청자를 울렸습니다.


'바다에서 보내온 아이들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4월부터 지금까지 방송된 핸드폰 기록들. 구명동의를 입은채 마지막 인사를 보낸 아이들의 모습이 손석희 앵커를 통해 전파를 탔습니다. 유가족을 막을 차벽을 만들고 경찰력을 동원하고 미행할 여력은 있으면서 왜 세월호를 감시하고 출항하지 못하도록 조취를 취하진 못 했을까요? 왜 조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구조를 지시할 책임있는 기관이 없었던 것일까요? 손석희 앵커의 특종은 시청자들이 알고 싶어했던, 그 어떤 언론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세월호 참사의 이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제공한 특종의 비밀은 '신뢰'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참사의 진실 규명과 관련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전부입니다. 이례적으로 야당도 강경하게 유가족과 함께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유가족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손석희 앵커와 대안 언론이라면 특별법에 충분히 힘을 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언론 역사에 남을 특종은 어쩌면 작은 보답에 불과합니다. 어제 故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세월호 특별법을 유족의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는 인터뷰를 하며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는 손석희 교수님께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더군요. 아마도 모든 유가족의 마음이 그럴 것입니다.


팽목항 실종자 가족들은 체육관 2층에서 청소도 하지 않은채 숙식하던 기자들을 내보냈습니다. 일부 기자들에게는 사실대로 보도하지 않을 거면서 왜 취재하냐고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곁을 지키며 꾸준히 보도하는 기자들, JTBC 기자들에겐 호의적입니다. 일부 기자들은 유가족의 허락도 받지 않고 기사를 실어 비난받지만 JTBC와 손석희 앵커에게는 알아서 제보합니다. 어떤 기자는 특종을 찾아다니는데 손석희 앵커에게는 알아서 '특종'이 찾아갑니다. 언론이 불신의 대상이 된 이유는 기자들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특종을 제공받는 언론과 몰래 취재하고 욕먹는 언론. 그 차이가 아프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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