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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칸타빌레, 일본 원작 만화 한국 드라마로 다시 태어나기

Shain 2014. 10. 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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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전에 제 입장에서는 다소 경악스러운 드라마 한편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세일러문'을 실사화(일명 특촬물)한 드라마였습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실 수 있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만화 원작도 애니메이션도 보았던 저로서는 굳이 저 만화를 현실 속의 인물로 표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판타지를 판타지로 둘 수는 없는 건지 애니메이션 만으로 충분히 상상력이 극대화시킬 수 있을텐데 그걸 배우들로 꼭 표현했어야 했는지 그냥 참 놀랍더군요. 우리 나라와 달리 일본은 인기 만화 한편으로 캐릭터 상품부터 영화, 애니는 물론 오디오 시디까지 제작하는 나라라는 걸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일본 원작 만화의 '노다메'는 드라마에서 보기에는 다소 산만하고 부담스러운 캐릭터였다.


일본은 인기 만화 혹은 라이트 노벨이 탄생하면 거의 대부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됩니다. 소설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 재미를 극대화시킨 컨텐츠라면 만화는 소설적 재미에 더해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모션으로 재미를 더해줍니다. 인간의 상상이 그림을 통해 조금 더 구체화되는거죠. 애니메이션에서는 거기에 목소리와 액션이 더해집니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만화는 시나리오가 수정되거나 대사, 장면 등이 축소됩니다. 그걸 드라마로 구현하면 더 많은 것이 달라지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높죠.


사실 '세일러문' 실사판은 원작 캐릭터를 따르면서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은 편이라 변신 장면이 웃긴 걸 제외하면 배우들이 예뻐서 은근히 팬이 많았다고 합니다. 만화라는 컨텐츠를 다양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별스럽다 싶기도 하지만 하나의 컨텐츠가 인기를 끌면 다양하게 발전시키는 일본은 이미 만화원작의 애니메이션, 드라마화에 익숙합니다. 그런 일본에서도 만화 원작을 다른 포맷으로 제작할 경우 원작을 훼손했느니 원작이 더 낫다는 말이 가끔 나온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2D 캐릭터에 목소리와 움직임을 보태 살아움직이게 했는데 어색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그런데도 원작을 기반으로 새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노력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만화 원작 '노다메 칸타빌레'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습니다. '소녀시대'의 윤아가 주인공 노다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캐스팅 논란도 있었고 원작 만화에서 괴짜에 이상한 캐릭터인 노다메를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무엇 보다 한국 드라마는 일본과 제작방향이 달라 음대생의 음악적 성장을 중심으로 전개된 원작의 배경과는 달리 멜로에 집중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죠. 처음부터 윤아가 여주인공 물망에 올랐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테구요.


'노다메 칸타빌레' 리메이크에 제가 가장 궁금했던 것도 과연 원작자가 원작을 살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모티브만 남기고 나머지 이야기를 한국에 맞춰 수정할 것이냐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일본에서 히트한 드라마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리메이크될 때 문화, 정서적인 차이 또는 PPL을 이유로 변형되곤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주로 유명배우가 출연하는 멜로물로 변신하곤 하죠. 일본 문화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한국 시청자들을 위해 리메이크 드라마를 한국 대중의 입맛에 맞추는 과정은 꼭 필요합니다. 


원작 만화를 살리려면 어딘가 곤란한 캐릭터들.


'노다메 칸타빌레'는 워낙 만화로 널리 알려졌고 원작을 바탕으로 한 애니, 드라마 모두 크게 히트했기 때문에 원작을 최대한 살려야한다는 만화원작파가 다른 드라마에 비해 다수였습니다. 그러나 1, 2회가 방송된 지금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니 만화원작파와 일반 드라마 시청자 양쪽 모두에게 비난을 받는 듯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만화 원작을 잘 살리지도 못했고 한국 드라마 팬들을 위한 새로운 시나리오도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남의 집에서 밥퍼먹고 자고 도시락 훔쳐먹는, 다소 어수선한 만화 원작의 느낌만 살린 새로운 캐릭터가 나왔으면 했는데 설내일(심은경)이 만화책의 대사와 액션을 그대로 하는 느낌은 있더군요.


'내일도 칸타빌레'의 작가 신재원은 과거 한국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탐나는도다(2009)'의 극본을 맡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탐나는도다' 역시 만화 원작의 여주인공 캐릭터는 '노다메'의 노메 다구미 만큼이나 상당히 엽기발랄(?)한 해녀였는데 드라마로 재탄생한 캐릭터 버진과 박규가 상당히 괜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반면 '내일도 칸타빌레'는 아직까지 그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같습니다. 설내일의 '오라방'이라는 호칭을 들으니 단박에 '탐나는도다'가 떠올랐지만 '내일도 칸타빌레'는 '탐나는도다' 만큼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가장 자연스럽게 다시 태어난 캐릭터 아닐까?


제가 알기론 심은경은 자기 만의 캐릭터 구축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배우입니다. 원작의 규슈 출신이라는 노다메를 위해 설내일(심은경)을 제주도 출신으로 설정한 듯한데 소란스럽게 '어멍', '오라방'이라고 떠드는 장면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죠. 아무래도 우리 나라 드라마에서 사투리가 흔치 않아서 그런 것같기도 하고 '~이래용'하는 말투가 이상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무엇 보다 중요한 이유는 원작의 노다메 캐릭터도 한국 드라마에서는 낯설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저런 엽기천재 여자주인공은 보기 힘들었죠. 기본적으로 심은경은 자기 만의 캐릭터를 이미 만들어낸 것같은데 그럼에도 워낙 캐릭터가 독특하군요.


드라마의 설내일도 집이 쓰레기장이고 차유진(주원)을 스토킹하듯 뒤쫓아다니는 이상한 여대생입니다만 원작의 노다메는 한술 더 떠서 차유키의 집에서 목욕하고 술마시고 밥그릇 들고 밥달라고 쫓아다니는 캐릭터죠. 거기다 노다메를 오케스트라의 '마스코트걸'이라 부르는 프란츠 슈트레제만은 뒤에서 노다메를 부둥켜안는 변태 중의 변태입니다. 마수민(장세현)이란 캐릭터도 원작에선 차유진을 흡모하며 스토킹하는 타악기 연주자죠. 이런 캐릭터는 일본 만화에서는 자연스럽고 유쾌하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지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심은경이 아무리 표현을 잘 해도 부담스런 캐릭터란 생각이 듭니다. 


심은경의 설내일 캐릭터는 한국에선 낯선 여주인공.


사실 일본 만화나 원작이 일본에서 크게 히트했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성공하란 법은 없습니다. 일본드라마로 크게 히트한 '수상한 가정부(2013)'가 한국 정서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차이 때문에 '노다메 칸타빌레'의 유명세만 믿고 너무 쉽게 리메이크를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일도 칸타빌레'의 1, 2화의 시청률이 매우 저조하지만 심은경의 연기는 그럭저럭 볼만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원작 만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일이 흔치 않은 만큼 '노다메'의 리메이크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걸 인정 할 수 밖에 없더군요.


결과적으로 총 16부작의 '내일도 칸타빌레'가 만화 '세일러문'의 실사판처럼 어색한 특촬물의 대명사가될 것인지 아니면 완벽한 현지화로 전혀 별개의 드라마가 되어 탄생할 것인지는 두고봐야할 것입니다. 첫 시작은 제작자들의 기대 만큼 대성공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이래서 리메이크가 작품을 새로 만드는 것 보다 더 어렵다는 거겠죠. 그러나 하나의 컨텐츠가 다양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입니다. 괴짜 캐릭터가 호평받기도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구요. 이미 출항을 해버렸으니 원작의 구현도 구현이지만, 시청률에 상관없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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