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드라마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드라마에 속했습니다. 취향도 아니고 관심도 없는 타입이었죠. 그런데 흡입력이 꽤 뛰어납니다. 로맨틱 코미디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서 거기라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보다 보니 시나리오가 장난이 아닙니다. 다만 배우들이 누군지 몰라서 한참 고민했습니다. 배우 정영주 씨와 김광규, 이덕화 같은 인물은 익숙한데 나머지 배우들은 낯선 편입니다. 아마 집중해서 보지 않거나 대충 봐서 누군지 못 알아본 것이겠죠. 그런데 지금으로써는 이민우(송원석)를 신하리(김세정)가 너무 좋네요. 그 때문에 울고 불고 하는 모습까지 등장했으니 한동안 계속 이 상태로 ing.
아무튼 윤태무로 등장하는 이덕화 씨는 능글맞게 참 재밌어요. 능청스럽게 재벌 회장님 역할을 하는데 이 분은 가만히 전체적으로 친절하데 웃고 있어도 무게감이 가볍지 않네요. 그랬던 드라마에 은근슬쩍 친숙해지더니 이제는 챙겨보는 드라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악간 무게 있는 드라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평소에 이런 타입을 잘 보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도 의외예요. 가볍게 누구든 좋아할 수 있는 취향으로 만든 드라마 같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빽빽 울어대는 저 새는 시조새인가요. 듣기로는 시조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던데!? 울음소리고 뭐고 기발합니다.
시조새의 생김새와 울음소리 같은 게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새길래(무슨 시조 재가 막 사연 있는 새처럼 울어 날갯짓은 뭐니) 저렇게 화제의 중심 인기 싶어서 뒤져봤는데 이거 간단하게 말해서 닭 같은 새였군요. 거기다 생김새는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고 어떻게 나는 새인지도 알려진 게 없습니다. 울음소리는 그렇게 소리가 날 것이라는 가설로 만들어진 새인듯합니다. 이거 닭 같은 모양의 새가 멸종의 단계를 넘어서서 새로 진화했다는 말 놀랍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든 새 치고는 진짜 웃음의 포인트를 잘 잡은 거 같아요.
신하리가 꽤 오랫동안 강태무와 같은 사람인 것을 숨겼다는 점이(이름이 금희가 뭐니) 웃음의 포인트인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사건이 벌어지기엔 얼굴이 똑같이도 너무 똑같다는 게 약점이네요. 혹시 원작이 따로 있어서 몇 가지 포인트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생각해보면 강태무(안효섭)에게 그렇게까지 열 내고 화낼 일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생각해 보니 왜 야단이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그동안 너무너무 열심히 화내고 폭발하고 난리를 쳤는데 이제 와서 뒤늦은 깨달음이죠(좋아해서 그랬다기엔 너무 애들 같잖아).
입장이 바뀌어서 내가 애원하는 처지
그리고 아무리 봐도 드라마가 뭔가를 숨기고 있네요. 한 가지는 출생의 비밀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이거 그냥 느낌인 것 같지요. 비만 오면 장애가 오고 정신을 잃는 그 증세도 어떤 상태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엄마 아빠의 사고 관련인가 봐요. 그런 소소한 이야기는 언젠가 드러날 테니 기다리면 될 테고 나중에 찾아보니 이 드라마 만화 원작이군요. 재미에 빠져 정신없이 시청하긴 했지만 뭔가 어색하다 싶은 느낌은 신하리와 신금희 캐릭터의 얼굴은 부정할 수 없이 너무 똑같이 생겼기 때문인 듯합니다. 초반에 드라마 속 강다구(이덕화)가 오해했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아무리 산발을 해도 얼굴이 같은 사람이니 화장한다고 해서 가릴 수 있는 비밀은 아니겠죠.
신하리(김세정)는 진영서(설인아)가 몰카 범인 걸 알게 되고 들통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남을 몰래 도촬 한 것도 화가 나는데 법적으로 처벌한 근거가 없다는 건 더욱 원통합니다. 그때 강태무(안효섭)가 그들 몰래 복수를 시작하죠. 피해자가 한둘이 아닌 몰카범을 처리한다는 말에 가해자는 머리가 쭈삣 섭니다. 이거 단단히 잘못 걸렸구나 싶은데 싹싹 빌어보지만 그때 김민규(차성훈)가 나섭니다. '피해자들 입장 생각해 봤습니까' - 맞는 말이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그 말은 조금 건방지지만 말 한마디로 보는 사람을 속 시원하게 하는 말임엔 틀림없습니다.
근데 그런 소동을 겪고 나니 신하리가 사람을 보는 모습이 좀 달라졌습니다. 아무렇지도 강태무는 신하리에게 않게 전화를 걸지만 신하리는 강태무가 여전히 부담스럽고 불편합니다. 스펙도 좋고 잘 생기고 이제는 딴 사람에게 들킬까 봐 걱정 안 해도 되는 사이인데 왜 그렇게 불편해할까요. 치졸하게 괴롭히고 중간에 신하리를 그만두게 할까 봐 겁먹은 것입니다. 꼬장꼬장하게 거들먹거릴 때도 이렇게 불편한 인물은 아니었는데 이거 옛날 시집살이였으면 눈빛으로 사람 여럿 잡았을 기세입니다. 과연 이거 고백이고 뭐고 마음에 들게 진행이 될까요. 눈치 없이 벌써 예행연습도 마쳤습니다.
뭐 이렇게 쓸데없이 꼼꼼한 사람이 다 있나 싶습니다. 아까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 시조새는 어영부영 두 사람이 사귀게 된 후에도 대활약을 하네요. 중간중간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줍니다. 시시때때로 한 번씩 울부짖으러 나오기도 하고 사람들 안 보이는 곳에서 끙끙대게 하고 두 사람은 언제쯤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나요. 시조새가 앞으로 더 울부짖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얼핏 듣기로는 매우 특별한 배우가 출연한다는데 누굴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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