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은 인물은 자신이 잘 생긴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에서야 아무나 강호순의 범죄 사실을 폭로하고 그러니까 별로 감흥이 없지만 초기에는 언론이 공개하지 않더라도 범죄를 공개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무조건 공개가 아니라 몇 가지 원칙 하에 지침을 지켜 공개하는 경우가 많죠. 왜 보호해주느냐며 야단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족 중 누군가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막아야 하는 정보는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기자인지 표시는 안 했지만 언론에서 특정 기사로 범죄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그도 영혼이 있을까(링크 참조)'라는 기사에서 강호순의 얼굴은 전격 공개됩니다. 이게 뭐가 문제냐 싶겠지만 당시(날짜가 2009.01.31)의 기준으로는 공개하는 것이 딱히 합법적인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에서 합의한 흉악범죄의 경우나 법무부에서 마련한 국민적 요구에 의해 공개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아무나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죠. 잔인한 범죄, 중대한 피해,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 같은 조건에 부합할 때 공개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일부 언론에서 미리 공개했던 강호순이 그 첫 번째 당사자가 되었죠. 그 뒤를 이어 오원춘, 김길태 같은 인물들이 신상공개 처분을 받았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존중되거나 보호될 사생활이 있게 마련이고 강호순은 그 중에서도 사생활에 대한 보호 조치가 가장 늦게 풀린 경우에 속합니다. 강호순 본인의 사생활은 소중했던지 공개된 얼굴을 가리고 숨기려고 했다고 합니다. 결국 여론의 비판 끝에 강호순의 신상은 거의 강제로 공제되었고 '내 얼굴 공개됐는데 자식들은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항의했다고 하죠. 극 중 송하영(김남길)의 말처럼 강호순의 아킬레스건, '에멘탈 치즈의 구멍'이 가족 문제였지만 본인의 소망과는 다르게 강호순의 앞길은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호순은 증언에 의하면 본인은 폭행을 당한적이 없다고 증언했지만 실제로는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었다고 하죠. 한마디로 살인마가 될만한 구체적인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평소에는 조용했으나 술을 마시면 성질이 불같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본인의 분노를 범행을 감출 수 있는 능력이 되었던 거죠. 구체적으로 강호순 역할 맡았던 배우의 얼굴이 공개된 적이 없는데 놀랍게도 웃는 얼굴이 매우 닮았습니다. 그리고 현장 사진에서 자주 등장하던 개는 여러 마리를 길렀지만 모두 사망했다고 하고(굶어 죽었다고 전해집니다) 합니다.
연쇄살인마들의 신상공개 그 예민한 주제
강호순의 얼굴은 공개된 것인가 - 그런 생각이 들 만큼 흐릿하고 얼굴선이 분명치 않게 캡처가 되었고 강호순 본인도 얼굴을 가리려 애를 썼죠. 육군 하사로 불명예 전역했다고 적혀 있는데 어떤 사연으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만은 분명하죠. 흔히 강호순을 언급하면 따라붙는 이름이 테드 번디(Ted Bundy)인데 '연쇄 살인의 귀공자'로 불리며 유명해졌습니다. 테드 번디의 이야기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잔인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현장 상황을 보고나 들으면 대부분 그 끔찍함에 질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더욱 언급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 보다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은 살아남은 살람들에 대한 이야기죠. 연쇄살인범들의 고향사람들은 대부분 그 마을에서 정상적으로 살지 못합니다. 강호순의 고향사람들을 비롯한 가족들은 모두 마을을 떠나 도망치듯 사람들을 피해 살아간다고 하죠. 피해자에 대한 보호도 생각지 못할 만큼 당시 상황이 심각했으니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들을 일일이 인터뷰하며 괴롭힐 만큼 잘못한 것은 없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족의 신상을 털어 그들을 개인적으로 인터뷰하며 숨어버린 그들의 범죄 사실을 공개하기도 하고 사진이 찍힌 강호순의 집은 이미 털려 이젠 아무도 살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실제로 당시 일어난 일입니다.
확실히 예민한 주제인 것은 분명한데 그만큼 조심해야 할 언론 접촉이었습니다. 강호순의 가족 인터뷰는 화제성과 다르게 비공개로 진행되었는데 강호순의 가족 대부분이 출석해서 사건을 설명하기도 했죠. 화제 피해자 중엔 강호순의 부인도 있었습니다. 강호순은 넷째 부인에게 아주 특별한 감정을 보였다고 하죠. 그때의 사고로 강호순의 부인도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습니다. 현장에 있었고 유일하게 진심을 보인 아내라는데 씁쓸하게도 부인에게 그다지 큰 반응은 없었나 봐요. 강호순의 부인이었던 그분은 결국 경찰이 되었고 나중에 코로나로 죽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세한 사건의 기록은 링크에 남아 있습니다.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이 이 사건의 정식 명칭입니다. 당시 피해자 가족이 남긴 말이 유명한데 '강호순을 만나게 된다면 딱 이 한 마디를 전하고 싶어요. 너는 아무 죄 없고 알지도 못하는 내 동생을 죽였지만 나는 경찰이 돼서 네 가족을 지키고 있다고….'라고. 어떤 분들은 살인마의 죄가 있어도 그들의 죄를 공개하는 건 정의롭지 않다고 여기고 어떤 사람들은 죄 없는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신상공개는 반대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까요. 아마 영원히 어려운 문제고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겠죠.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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