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의 아들 비담과 진짜 미실의 자녀들

MBC 선덕여왕에 드디어 비담이 등장했다. 양팀으로 갈린 드라마의 조커 역할을 하게 될 이 배우는 말 그대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배역이다. 극중 태생은 미실의 아들이지만 미실이 비담의 어머니란 기록은 없다. 비담은 전개상 선덕여왕의 연인 혹은 라이벌로 대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실에게 버려진 후 국선 문노에게 자란 설정이니 더더욱 어떤 패로 활약할 지 모르는 비담에 대한 관심은 지대한 듯하다.

아버지같은 문노에게 빗자루로 두들겨 맞는 순함, 거지같은 행색에 기이하게 빛나는 눈빛, 남다른 재능에 짐승같은 본능이 어쩐지 미실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만드는 이 캐릭터는 기록상 미지의 인물이다. 화랑세기를 비롯한 여러 글에 '상대등 비담의 난'을 진압했다는 글이 자주 등장하는 걸로 보아 역사상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인물임은 분명하지만 어느 세력 누구의 자식인 지 알 길이 없다. 역적의 기록을 축소하는 관행으로 보아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전에도 적은 바와 같이 '상대등'은 왕실의 최측근, 최강자가 앉는 자리다. 왕이 부재시 왕을 대신하여 즉위할 수도 있는 사람이 상대등이다(상대등 알천은 진덕여왕 사후 왕으로 추대된 적이 있으나 사양한다). 왕실과 혈연이 무관하지 않았을 듯 하고 난의 진압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아 지지세력도 막강했을 것 같은 비담. 그때쯤 사그라져가던 대원신통 쪽의 반발 세력이 아닐까 하는 드라마의 설정은 그럴듯 해 보인다.

미실의 아들로 설정되어 등장한 비담. 자료출처 : MBC 선덕여왕.

기존의 룰을 따르지 않고 독특한 자신 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비담의 캐릭터는 제 2의 미실이 되어 성장할 것이다. 미실을 쏙 빼닮은 비담은(미실의 아들은 아니겠지만) 또다른 아들들인 보종, 하종에 비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미실의 자녀들 중엔 풍월주를 역임한 하종, 보종 이외엔 그리 뛰어난 인물이 없었던 듯하다. 모두 4남 5녀의 자녀를 둔 미실은 색을 몹시 좋아했다 하니 기록되지 않은 또다른 자녀가 있을 가능성도 높다.

미실의 자녀들은 필사본 화랑세기에 아래와 같이 기록되어 있다.

▶ 세종 전군 : 하종 전군, 옥종공
▶ 동륜태자 : 애송공주
▶ 진흥왕 : 반야공주, 난야공주, 수종전군
▶ 설원랑 : 보종 전군
▶ 진평왕 : 보화공주
▶ 불명 : 애함(딸)

미실은 색을 즐겼다고 하지만 권세를 위해 관계를 가진 편이다. 그 결과 당대의 실세들과 많은 자녀를 낳았다. 그리고 대원신통과 진골정통이 결합하던 과거의 전통에 따라 많은 자녀들의 혼사를 성사시키고 대대로 그 권력을 이어갔다. 모계의 피가 달라진다 한들 부계로 보아서는 한 형제에 가까운 인척이 되는 그들은 서서히 함께 섞여들어 구분이 모호해지게 된다.

1. 세종과 같은 길을 간 하종전군

사도태후의 막내딸 은륜공주, 설원랑의 딸 미모와과 결혼했던 하종은 아버지 세종이 미실의 바람기를 탓하지 않고 정절을 지켰듯 은륜공주의 뒷바라지에 바쁜 인생을 살았다. 어머니의 애인, 진흥왕의 후광을 입고 전군의 지위를 보장받고 출세 가도에 올라 풍월주 지위까지 올랐으나 화랑의 분열 때문에 그만 두게 된다. 전군의 지위도 동륜태자가 개에게 물려죽은 일로 박탈당한다. 미실의 뜻에 따라 김유신의 장인까지 되는 인물로 어머니에게 순종적인 아들.

미실의 아들들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하종전군. 자료출처 : MBC 선덕여왕.

2. 동륜태자의 딸 애송공주
대원신통이라 진골정통인 시어머니 지소태후에게 쫓겨날뻔한 사도왕후는 조카 미실을 자신의 며느리로 들이고 싶어한다. 자신의 큰 아들 동륜태자에겐 진골정통인 만호부인(진평왕의 어머니)이 있었다. 미실은 사도의 뜻에 따라 동륜태자와 사통하고 애송공주를 낳는다. 당시 미실이 진흥왕과도 관계를 가지던 중이라 진흥왕은 애송이 자신의 딸인 줄 알고 공주에 봉하게 된다.

3. 천광공의 어머니 반야공주
반야공주는 후에 사도왕후와 진흥왕의 아들인 구륜공과 혼인한다. 즉 아버지가 같은 형제와 결혼한 셈이다. 구륜공은 대원신통의 중심인물로 반야공주와의 사이에서 수품공을 낳는다. 수품공은 염장의 누이 천장과의 사이에서 천광공을 낳는데 천광은 풍월주가 된다.

4. 진평왕의 후궁이 된 난야공주
진흥왕과 미실 사이에서 태어난 난야는 후에 진평왕의 후궁으로 난야궁주에 봉해진다. 진흥왕은 미실과의 사이에 자녀가 태어날 때 마다 하종 전군의 지위를 올려줬다 한다. 진평왕에게 우야공주를 얻어 예원공과 혼인시키고 오기공을 낳는다. 이 오기공이 김대문의 아버지이다. 어머니 미실 역시 진평왕의 후궁이었고 난야도 진평왕의 후궁이었으니 드라마 속 관계가 재미있다.

5. 진흥왕의 아들 수종 전군
수종전군은 후에 이름을 사진(思眞)으로 고친다. 사도태후는 미실이 진흥왕의 총애를 받아도 탓하지 않았다. 진흥왕과의 사이에 수종전군이 태어나자 진흥왕은 아들이 아닌 하종까지 같은 날 전군에 봉한다. 진흥왕이 수종에게 하종을 형이라 부르게 했지만 하종이 거절했다. 미실은 당시 전주의 지위에 있었고 수종의 탄생과 함께 세력도 최고조에 달한다.  수종은 호림의 누나 호린과 결혼해 사린을 낳고 사린은 풍월주 지위에 오르는 진공을 낳는다.

6. 진흥왕의 마복자, 옥종공
사도왕후의 장자 동륜태자는 진흥왕의 장자였다. 자신과 사통하던 미실이 아버지의 후궁이 되자 또다른 아버지의 후궁 보명과 사통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개에 물려 죽고 미실의 지저분한 행적이 진흥왕에게 드러나게 된다. 큰 아들이 죽었으니 옥사를 벌이려 한 진흥왕이지만 사도왕후가 말려 무마하고 미실은 자진해서 모든 지위를 포기한 후 울면서 밖으로 나간다. 자녀들도 모두 함께 데리고 나간다. 나가 있는 동안 세종과 해궁에서 해후한 미실은 옥종을 임신하고 진흥왕은 미실을 궁으로 부르려 끊임없이 노력하다 임신한 채로 불러들인다. 결국 세종의 아들 옥종은 진흥왕의 마복자가 되어 양아들의 지위를 얻은 것이다.

7. 진평왕에게 태어난 보화공주
진평왕은 동륜태자와 만호태후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니 미실 보다 한참 어렸다. 그러나 대를 이어 왕을 모시는 궁주의 지위로 진평왕까지 모시게 된 미실은 궁을 장악하고 진평과의 사이에 보화공주를 낳게 된다. 보화는 반야와 마찬가지로 구륜공과 혼인하는데 풍월주가 되는 선품공을 낳는다.

설원랑을 아버지로 뒀으나 진평왕을 아버지로 부르며 자란 보종전군. 자료출처 : MBC 선덕여왕.

8. 설원랑의 아들 보종공
미실의 심복 설원랑은 미실이 짝지워준 아내가 여럿이지만 미실과의 사이에도 보종이 있었다. 보종은 풍월주 자리에까지 오른 화랑이다. 미실궁주의 아들로 보종은 진평왕을 아버지라 부르며 자랐다. 후에 양명공주와 통하여 보라궁주와 보량궁주를 낳기도 하지만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양명공주의 어머니는 보명궁주이고 아버지는 진평왕이니 궁의 실세들과 상대한 사람이지만 기이한 행적으로 여인과 같이 행동했으며 다른 화랑들을 몹시 따랐다 한다, 미실에게는 보종이 막내아들이다. 미실을 몹시 사랑해 미실이 직접 쓴 수기를 정리하고 베껴쓰기도 했다.

9. 만룡에게 남편을 뺏긴 애함
애함은 미실의 딸이지만 아버지가 누군지 적혀 있지 않다. 시기로 보아 설원을 비롯한 다른 남자에게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진골정통의 숙명공주와 만호태후가 결합하고 대원신통을 따돌릴 기미가 보이자 위기감을 느낀 미실은 딸 애함을 이화랑과 숙명공주의 13살 아들 보리공에게 시집보내려 한다. 미실을 싫어하던 만호태후는 7살인 자신의 딸 만룡(만명부인의 여동생)을 보리공의 짝으로 정해준다. 보종이 막내인 것으로 보아 애함은 보화의 또래가 아닐까 짐작된다.


시대별로 정략결혼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신라처럼 신분과 혈통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혼인은 중요한 정치 수단이었다. 미실은 자신의 세력을 넓혀가며 자녀를 낳았고 그 자녀들 역시 적절한 곳에 혼인시켰다. 대부분의 자녀들은 비담처럼 기인의 캐릭터를 가진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진골정통 만명부인과 대원신통 김서현의 로맨스가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처럼 스캔들이 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MBC 선덕여왕이 화랑세기의 기록을 드라마로 표현하면서 가장 묘사하기 힘들었을 미실의 자녀들, 그리고 그들의 복잡한 혈연은 '비담'이란 역할을 미실에게 끼워넣을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준다. 진지왕이 귀신이 되어 낳았다는 비형랑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비담. 가장 파격적인 설정과 등장으로 드라마 시청의 최고 재미있는 변수가 될 인물이지만 진짜 미실의 아들이 아닐 거란 점은 조금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