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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 드라마를 방송하면 인기는 커녕 교과서적인 전개에 지루하다는 비난이 일 거같단 생각이 든다. 소재가 별로라도 재미있으면 시청할 거라고들 하지만 일단 소재 자체를 진부하게 여길 사람이 더 많을 거란 뜻이다. 불륜과 막장을 오고가는 드라마들을 비난하면서도 단순한 구성의 드라마는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다.
90년대 후반 IMF로 경제가 박살나기 전까지 90년대 일부 먹고 살만해진 중산층의 고민이 드라마 주제가 되기도 했다. 먹고 사는 문제로 그전엔 생각도 해보지 못한 여성문제, 차별문제 그리고 신부유층(?)의 양심 문제 등이 드라마 테마로 잡혔고 종종 조금은 우스운 계몽 장면도 연출하곤 했다.
1991년 5월부터 11월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별이네이다. 집 한쪽에 달린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 가족은 집주인의 텃세에 고달프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전화도 없어 주인집 전화를 빌려쓰고 꽃밭 하나 만들 때도 눈치를 줘 마음 고생 하지만 내 집을 마련하고자 알뜰하게 생활한다.
별이엄마 명주(고두심)와 동생 명애(김희애) 두 자매는 독하고 악착같이 돈을 벌어 잘 살게 된 엄마(정혜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월북 가족을 둔 아버지와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에 살만해진 후에도 돈에 집착하는 자매의 엄마는 극성맞게 자식들을 닥달하고 성질을 부린다.
집에서 벗어나고파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와 준태(한진희)와 살림을 차린 명주는 궁색한 살림에 셋방살이를 하며 산다. 짧은 머리에 도시적인 외모, 사나운 엄마에게도 당당히 자기 할 말을 딱 부러지는 명애는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다가 홀어머니를 둔 상우(강석우)와 결혼한다.
이 드라마의 인상적인 캐릭터가 바로 집주인 정아엄마(연운경)이다. 태조 왕건의 궁예 유모 역할로 유명한 이 분은 연극계에서 훨씬 잘 알려진 분이라 한다. 평범한 얼굴로 감정표현이 풍부해 좋아하던 배우인데 아둥바둥 사느냐 무심결에 별이네를 구박하는 독특한 역할을 맡았다. 친정 엄마 박씨(김용림)를 모시고 삼수생인 딸 정아, 아들을 데리고 산다.
별이네가 자기 없는 사이 집에 들락거리며 전화를 쓸까봐 거실로 통하는 문을 큰 화분으로 막았던 장면이 기억난다. 어렵사리 모은 살림이기에 작은 거 하나도 쉽게 인심쓰기 힘들어한다. 주인집이 망하자 준태는 이 집을 빚을 지고 덥썩 사들이고 꺼꾸로 박씨 할머니와 주인집의 자녀들이 별이네에 얹혀 살게 된다.
주인집에게 설움을 받았던 사실은 까맣게 잊고 돈을 벌어 집주인이 된 명주는 점점 더 부유한 생활에 눈떠가게 된다. 부업을 얻거나 백화점을 다니며 같이 사는 정아 할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외출하기도 하고 남편에게 돈문제로 짜증을 내는 일도 잦아진다. 결국 자신도 어머니와 집주인처럼 각박한 인물로 변하고 만다.
명애(김희애)를 우상우(강석우)의 집으로 시집 보낸 송여사는 손수 음식을 해보낸 사돈, 상우어머니(반효정)에게 이바지 음식 대신 갈비 한짝을 보낸다. 갈비한짝을 보고 털썩 주저앉는 상우 어머니. 격없는 집안과 혼사를 맺은 거 같기도 하고 손수 음식을 마련한 '정성'에 대해 '돈'으로 대접을 받은 거 같아 허탈해하는 심정을 잘 그리고 있다.
또 가난한 집으로 시집간 딸 명주에겐 옷 한벌 사주지 않고 박대하지만, 둘째가 부자집으로 시집가자 아낌없이 혼수를 마련해주는 송여사와 자매들 간의 갈등. 늘 똑똑하고 사리분별을 하는 것 같지만, 그런 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언니의 처지와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혼수 자랑을 하는 동생 명애의 철없음 등이 잘 묘사되고 있다.
집주인의 딸 삼수생 정아(변소정)가 명주의 남동생 명준(김응석)을 좋아하지만, 명준은 둘째 매형과 어릴때부터 친한, 상우의 여동생같다는 은경(오연수)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정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명준의 짝사랑도 이 드라마의 화제거리 중 하나였다.
'고개숙인 남자'란 드라마 후속으로 방영된 1991년 MBC 주말 드라마 '산너머 저쪽'은 칼 붓세의 시 제목같기도 하고 정지용 시인의 시 구절같기도 한 타이틀로 안정적인 생활에 정착해가는 주인공의 감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과연 산너머 저쪽에 있는 무엇을 찾으러 간 것일까, 아니면 산너머 저쪽에 무언가를 두고온 것일까?
이 드라마를 두고 화제가 된 내용이 많은데 80년대에 멜로 연기 전문이었던 한진희씨과 강석우씨가 평범한 가장과 남편 역할을 맡았다는 것, 그리고 긴머리였던 김희애씨가 머리를 자르지 않고 매 출연 때 마다 짧은 머리 가발로 손질한 상태로 출연했다는 것 등이다.
90년대까지 셋방살이가 흔했다. 전화란 것도 흔치 않아 그때까지 주인집 전화로 전화를 받는 경우도 아주 많았다. 그런 추억을 살펴보면서도 사라져가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드라마. 요즘은 물질 만능주의를 되돌이켜 보는 잔잔한 드라마가 '먹힐 거' 같지도 않고 드라마를 즐길 자세를 갖춘 사람이 드물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
90년대 후반 IMF로 경제가 박살나기 전까지 90년대 일부 먹고 살만해진 중산층의 고민이 드라마 주제가 되기도 했다. 먹고 사는 문제로 그전엔 생각도 해보지 못한 여성문제, 차별문제 그리고 신부유층(?)의 양심 문제 등이 드라마 테마로 잡혔고 종종 조금은 우스운 계몽 장면도 연출하곤 했다.
부자는 아니지만 오손도손 동네 사람들과 잘 사는 별이네
1991년 5월부터 11월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별이네이다. 집 한쪽에 달린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 가족은 집주인의 텃세에 고달프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전화도 없어 주인집 전화를 빌려쓰고 꽃밭 하나 만들 때도 눈치를 줘 마음 고생 하지만 내 집을 마련하고자 알뜰하게 생활한다.
별이엄마 명주(고두심)와 동생 명애(김희애) 두 자매는 독하고 악착같이 돈을 벌어 잘 살게 된 엄마(정혜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월북 가족을 둔 아버지와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에 살만해진 후에도 돈에 집착하는 자매의 엄마는 극성맞게 자식들을 닥달하고 성질을 부린다.
집에서 벗어나고파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와 준태(한진희)와 살림을 차린 명주는 궁색한 살림에 셋방살이를 하며 산다. 짧은 머리에 도시적인 외모, 사나운 엄마에게도 당당히 자기 할 말을 딱 부러지는 명애는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다가 홀어머니를 둔 상우(강석우)와 결혼한다.
주인집 내외 국정환씨와 연운경씨
이 드라마의 인상적인 캐릭터가 바로 집주인 정아엄마(연운경)이다. 태조 왕건의 궁예 유모 역할로 유명한 이 분은 연극계에서 훨씬 잘 알려진 분이라 한다. 평범한 얼굴로 감정표현이 풍부해 좋아하던 배우인데 아둥바둥 사느냐 무심결에 별이네를 구박하는 독특한 역할을 맡았다. 친정 엄마 박씨(김용림)를 모시고 삼수생인 딸 정아, 아들을 데리고 산다.
별이네가 자기 없는 사이 집에 들락거리며 전화를 쓸까봐 거실로 통하는 문을 큰 화분으로 막았던 장면이 기억난다. 어렵사리 모은 살림이기에 작은 거 하나도 쉽게 인심쓰기 힘들어한다. 주인집이 망하자 준태는 이 집을 빚을 지고 덥썩 사들이고 꺼꾸로 박씨 할머니와 주인집의 자녀들이 별이네에 얹혀 살게 된다.
주인집에게 설움을 받았던 사실은 까맣게 잊고 돈을 벌어 집주인이 된 명주는 점점 더 부유한 생활에 눈떠가게 된다. 부업을 얻거나 백화점을 다니며 같이 사는 정아 할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외출하기도 하고 남편에게 돈문제로 짜증을 내는 일도 잦아진다. 결국 자신도 어머니와 집주인처럼 각박한 인물로 변하고 만다.
셋방살이하는 주부 명주역은 고두심이 맡았다.
명애(김희애)를 우상우(강석우)의 집으로 시집 보낸 송여사는 손수 음식을 해보낸 사돈, 상우어머니(반효정)에게 이바지 음식 대신 갈비 한짝을 보낸다. 갈비한짝을 보고 털썩 주저앉는 상우 어머니. 격없는 집안과 혼사를 맺은 거 같기도 하고 손수 음식을 마련한 '정성'에 대해 '돈'으로 대접을 받은 거 같아 허탈해하는 심정을 잘 그리고 있다.
또 가난한 집으로 시집간 딸 명주에겐 옷 한벌 사주지 않고 박대하지만, 둘째가 부자집으로 시집가자 아낌없이 혼수를 마련해주는 송여사와 자매들 간의 갈등. 늘 똑똑하고 사리분별을 하는 것 같지만, 그런 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언니의 처지와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혼수 자랑을 하는 동생 명애의 철없음 등이 잘 묘사되고 있다.
집주인의 딸 삼수생 정아(변소정)가 명주의 남동생 명준(김응석)을 좋아하지만, 명준은 둘째 매형과 어릴때부터 친한, 상우의 여동생같다는 은경(오연수)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정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명준의 짝사랑도 이 드라마의 화제거리 중 하나였다.
돈에 집착이 심했던 송여사(정혜선)와 자매의 아버지(권성덕)
'고개숙인 남자'란 드라마 후속으로 방영된 1991년 MBC 주말 드라마 '산너머 저쪽'은 칼 붓세의 시 제목같기도 하고 정지용 시인의 시 구절같기도 한 타이틀로 안정적인 생활에 정착해가는 주인공의 감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과연 산너머 저쪽에 있는 무엇을 찾으러 간 것일까, 아니면 산너머 저쪽에 무언가를 두고온 것일까?
이 드라마를 두고 화제가 된 내용이 많은데 80년대에 멜로 연기 전문이었던 한진희씨과 강석우씨가 평범한 가장과 남편 역할을 맡았다는 것, 그리고 긴머리였던 김희애씨가 머리를 자르지 않고 매 출연 때 마다 짧은 머리 가발로 손질한 상태로 출연했다는 것 등이다.
90년대까지 셋방살이가 흔했다. 전화란 것도 흔치 않아 그때까지 주인집 전화로 전화를 받는 경우도 아주 많았다. 그런 추억을 살펴보면서도 사라져가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드라마. 요즘은 물질 만능주의를 되돌이켜 보는 잔잔한 드라마가 '먹힐 거' 같지도 않고 드라마를 즐길 자세를 갖춘 사람이 드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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