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물, 이젠 외압 좀 받게 될까?

눈물로 국민에 호소해서 정계에 입문한 서혜림 국회의원의 현실적인 정치입문기가 방송을 탔다. 아이들 패싸움 보다 못한 정가의 생리에 정떨어진 국민들이 다시 TV에서 재현되는 정치인들을 보게 됐다. SBS 대물은 MBC TV의 '즐거운 나의 집'을 의식한 듯 어제 방송을 강도높게 진행했다.

7화의 테마는 화려하게 정치판에 신고식을 치른 '정치인 서혜림'의 각성이다. 날치기 국회법 통과와 당론으로 똘똘 뭉친 멍청한 정치인들, 국민들 보다 이권에 눈이 먼 그들의 행태를  바라보며 서혜림은 생각에 빠진다. 각성한 서혜림은 결국 방송해서 또 한번 울먹이고 국민들을 감동시킨다.

수목 드라마 최고의 시청율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드라마 대물'은 사실 본격 정치 드라마로서는 꽤 결점이 많은 편이다. 정책이나 클린함으로 승부를 보겠다면서 눈물을 남발하는 정치인이 모습이나 정치인에게 감동받았음을 강조하기위한 오버액션, 사건 수사 보다는 정치인 감정 긁기에 몰입하는 검사 등 지적하자면 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변질되지 않은' 서혜림의 캐릭터를 원한다. 지난 주 기사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작가와 PD 교체 파동으로 서혜림의 캐릭터가 연약해지고 의존적이 된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보여준 기사가 많았다. 극중 서혜림이 초보 정치인이고 부드러운 본성 탓에 모든 걸 단호히 처리할 수 없는 설정이라 이해가능한 면도 있지만 정치에 대한 속풀이와 풍자를 원한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이번 방영내용으로 확실한 건 7화의 내용이 '드라마 인기에 숟가락 얹고 싶었던 정치인'들의 입맛을 싹 달아나게 했을 것이란 점이다. 애초에 타락한 정치인들을 비난하고 그들을 이겨낸다는 내용의 드라마가 업적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른 정치인 선전에 이용된다는 건 어불성설이 아니었을까? 지금 그들은 드라마가 누구(정당)를 더 편들고 있느냐로 다투고 있는 것도 같다.

갤러리 운영 코디네이터에게 아무렇지 않게 사적인 선물을 받는 강태산.

코앞에 있는 국회로 걸어서 등원하지 않는 이유는 소통하지 않기 위해서다.

'당대표는 하느님이다' 룸싸롬 사모님 국회의원 오재봉(김일우)의 능청스러움

'드라마 대물'에 외압설이 나온 이유는 7-80년대와 무관하지 않다. 요즘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사회에 물의를 빚는 방송은 제재를 받지만 과거 군사정부는 특정 사극의 방향을 정부에 유리하도록 편집하게 한다거나(추동궁 마마의 쿠데타,이방원 예찬) 국회의 쑥대밭을 연상시키는 장면(풍란의 조광조의 상소)을 금지하게 하는 등 방송에 입김을 불어넣었던 전력이 있다. 달동네를 비롯한 극빈층이나 사회의 저소득층은 TV에 등장하지 않도록 했다는 시절이 그때다.

한마디로 드라마의 컨텐츠가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반감을 부추키거나 비난하는 듯 보이면 용서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국민들의 저항이 두려웠던 군사정부는 드라마가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지 두려웠을 것이다. 우리 나라 방송 역사에서 드라마 컨텐츠에 대한 외압이란 이런 상황에서 발생해왔다.

당대표의 의전이나 신경쓰는 국회의원과 지검장

부정혐의로 당대표를 수사할 검사에게 설치지 말라는 국회의원

선봉장은 해머 들고 국회의장 문을 부수고 여자 의원들은 울고 씨름선수 출신은 밀고 들어가고, 조폭 보다 더 한 국회의원들. 아니 조폭 보다 원리 원칙이 부재한 사람들.

기업의 광고 수주를 댓가로 정당의 옹호 방송을 의뢰받는 언론.

'대물'은 썩어빠진 특정 정당 만을 연상시키지 않기 위해 꽤 애를 쓴다. 국회의원이 해머를 들었던 사건은 실제 작년에 벌어졌던 일이다. 외교통상통일위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막았다. 회의장 진입을 위해 이정희 의원 등 해머를 든 국회의원들이 출현했다. 드라마는 상황을 바꿔 '국가 재정법' 수정을 반대하는 야당이 국회 출입문을 막고 여당이 해머를 들었다. 여당의 날치기 통과만 그대로 묘사한다.

서혜림이 집권 야당의 인물로 상대 당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두 정당이 비교될수록 현실정치의 야당과 여당을 떠올리게 될 것이 뻔하다. 한마디로 양쪽 모두에게 외압을 받고 싶지 않다는 제작자의 의중이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서혜림 납치 장면'은 특정 후보의 과거 테러 사건을 떠올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슷한 더러운 장면들을 어디선가 봤다. 그렇기에 드라마 '대물'은 위험하다. 당대표는 신이라며 무조건 따르고 당론이 결정되면 그 내용은 읽을 것도 없이 무조건 찬성투표하라는 선배들과 아수라장이 된 국회에서 아웅다웅 전투를 벌이는 그 인물들이 '국회의원'들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사람들 앞에서 고운 말을 쓰고 아무리 점잖을 빼도 TV의 저 장면이 진실이다. 그들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만도 못하다.

극중 캐릭터인 하도야 검사는 이들을 단속하는 검찰의 입장이지만 객관성을 많은 부분 상실하고 있다. 검사 하도야는 원작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곧 조폭과 얽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폭이 정의롭게 정치인의 비리를 밝힐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인가? 이 부분은 장세진의 원한어린 개인적인 복수와 더불어 앞으로 대물의 또다른 장애물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서혜림은 국회의원의 현실을 보며 이번에도 울었다. 그녀의 눈물을 보며 많은 시민들이 감동을 받았다. 그 감동은 조배호와 그 무리들을 무너트리는 기반이 될 것이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이런식으로 호소될 수 있을까 싶어 억지스럽지만 괜찮다. 어찌 보면 정치 드라마로서 진정한 외압을 받을 만한 내용으로 가고 있단 증거다. 시청자가 바라는 것도 그것이라 본다.

개인적으로  부디 외압을 받는다는 말이 들려오길 바란다. 그 정도로 날카롭게 정치 현장을 비판하길 바란다. 그것이 드라마 대물이 살 길이기도 하고, 서글픈 우리 나라의 정치 자화상은 한번쯤 영상으로 기록될 만한 문제가 아닐까?


이미지 출처, 참고 기사 :

고현정 캐릭터 변질 논란 "다혈질 서혜림은 어디로?"
http://media.daum.net/entertain/topic/view.html?cateid=100029&newsid=20101022164303121&p=ked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출입문 해머로 치는 화면보는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090109110414554&p=newsis
‘대물’ 서혜림 “유세장은요?”, 박근혜 “대전은요?” 연상시켜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02&newsid=20101022152025935&p=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