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대물, 서혜림 보다는 국민이 보고 싶다

Shain 2010. 11. 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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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은 하도야가 울먹이던 지난 주를 기점으로 할 말을 하는 타입으로 돌아섰다. 제작진은 주눅든 설정이라 우겼지만 감각도 상식도 없는 '멍청이 서혜림'이란 시청자들의 지적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끌려 다니던 서혜림은 의정활동에 나서며 국회의원 행보를 시작했다.

줏대없어 보이는 설정과 무언가 의심쩍은 소재를 바라보며 2012년 대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화제를 몰고 온 드라마 '대물'은 애초에 건드려서는 안되는 부분을 너무 많이 건드렸다. 사대강 사업을 비롯한 구설에 오를 만한 일들을 너무 많이 인용한게 대물의 최대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드라마 인기를 끌자면 현실 소재를 가져다 쓰는게 좋지만, 특정 정치인, 정책 편들기라는 시선을 피할 수 없다.

남송지역 친환경 간척지 개발 사업에 비리와 피해가 있음을 알게된 서혜림은 남해도지사가 재벌과 수의계약(사업자 입찰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의의 특정 기업을 선정, 계약하는 것, 드라마 상의 금액이면 수의계약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을 철저히 조사하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10회 방영분에서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될 듯하다.


여전히 조배호를 무너뜨리기 위해 뒷공작을 펼치는 장세진.



또 정치인들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사, 현실에서 본듯한 장면을 풍자하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블랙 코미디처럼 씁쓸하다. 도덕 교과서처럼 당차게 국회의원을 훈계하는 서혜림과 녹슨 칼이 되지 않겠다는 하도야의 발언은 '맞는 말'이지만 현실 정치와 겉돌고 있다. 그들의 대사에 동감하지만 뭔가 꺼림칙하다.

우리 나라 최초의 여왕 드라마 'MBC 선덕여왕'이 방영된 이후, 여성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는 사극이 최근 몇년간 전성기였다. 'KBS 거상 김만덕'과 'MBC 동이','KBS 천추태후' 등 한 나라를 좌우하는 인물이 여성이 될 수도 있음을 묘사하는 컨텐츠들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보여주는 내용은 어쩐지 뭔가 '이건 아닌데' 하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생각해보니 드라마 속에 '국민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사극의 왕이 '위대한 인물'인 것은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현대극 속 주인공이 위대한 인물인 건 나라의 근간인 국민, 민중의 역할을 축소하게 만든다. 'KBS 추노'에서 영의정에게 총을 당겼던 민초들과 동학농민운동을 주도한 전봉준 장군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우리는 어느새인가 '단독 주연'을 드라마 속에 내세운다.


허수아비를 태우며 간척지 사업을 반대하는 남송지역 사람들.



바른 말하기 좋아하는 서혜림 앞에 선 '국민'들은 '못 살겠다'며 불태우기 시위나 하는, 무조건 반대를 던지는 인물들이고 정치인을 믿지 못하고 즉각 반발하는 우매한 사람들일 뿐이다. 혹은 흑색선전이나 정치인의 헛된 공약에 속아 주인공을 괴롭히기나 하는 집단이 국민이다. 감동받기 좋아하는 TV 속 대중은 임금의 따뜻한 한마디에 울컥해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를 내뱉는 백성들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떡검'이라고 조롱받는 검사들에게서도 희망이 있다는 점은 놓치지 않는다. 하도야 검사의 정의감에 불탄 조사를 마음 속으로 지원하는 공성조(이재용)와 하도야의 행동을 격려하는 차장 검사는 어쩐지 최근의 기사와 비교하면 헛웃음이 나는 장면이다.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모두 '썩어빠진' 인물들은 아니겠지만 대중들에 대한 묘사와 차이가 크다.

드라마는 오락물이고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서혜림이나 강태산 혹은 하도야의 입장에서 부패한 정치인을 몰아내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쾌감은 'KBS 추노'에서 무시받고 고생하던 업복이가 조정과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자신의 근본적인 원수, 영의정에게 복수한 것같은 즐거움과는 다르다. 이는 서민 드라마 보다는 부유층 드라마가 더 많은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하도야를 날카롭게 응시하는 언론인 손본식(안석환). 이 분은 정말 연기를 잘 하신다.



역사상 언제 어느곳에서든 대중이 항상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대혁명의 열기는 프랑스의 개혁을 가져왔고, 전세계에서 가장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나라로 만들었지만 이는 매우 희귀한 케이스이다(지식인의 활약이 가능하게 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감정에 치우치기 쉽고 억울함이 많은 대중에게 올바른 지식과 판단력까지 갖춰진다는 건 무리할 일일지도 모른다.

지식과 판단력이 충분하진 현대 사회에서도 '올바른 대중'이 출현하긴 쉽지 않다. 자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대사회는 국민 각자의 생각과 주장을 표현하게 둘 만큼 녹록한 곳이 아니다. 지친 일상에서 올바른 정치에 대한 꿈을 꿔보기 보다는 서혜림을 보며 박수치고 하도야에게 뿌듯함을 느끼며 조배호와 오재봉에게 욕하며 무력한 대중이 되어가는 게 훨씬 편할 지도 모른다.

드디어 9회에서 사각관계의 틀로 들어선 드라마 대물의 광고 수입만 100억이 넘는다. 알고 보면 국민의 한표가 정치인을 만들듯이 드라마의 수익과 방송국의 이익이 가능하게 해주는 것도 '일개 시청자'들이다. 정작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서민은 '신데렐라'가 되기도 하고 재벌의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그 속성이 별로 나아진게 없다. 이젠 TV에서 행동하는 '국민들'을 볼 때도 된 것 아닐까.


10회에서 의원직 사퇴를 앞둔 국회의원 서혜림.



ps. 서혜림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은 헤리티지 클럽과 고급 요정 출입을 상당히 당연하게 여긴다. 서혜림이나 하도야 조차 그러하다. 이를 지적하는 양심은 단 한명도 없나. 강물 앞에서 국회의원을 믿어보자는 말이 당장 필요하신 분은 누구? 국회에서 돼지를 끌어다 쇼하는 국회의원은 도대체 누굴 비꼬는 장면일까. 탤렌트 최주봉씨는 언제쯤 등장하시나. 강태산의 캐릭터를 좀 더 분석했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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