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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나라면 서혜림을 찍지 않을 것이다

Shain 2010. 10. 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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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8회의 내용은 대물의 작가와 제작진이 바뀌었단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는 한편이었다. 분명 광고했던대로 기획단계에서 전체적인 드라마 '대물'의 줄거리는 짜여 있을 것이다. 단계를 거쳐 여주인공을 대통령에 올리는 기승전결로 전체 줄거리는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다. 원작 만화에서 일부분의 이미지를 차용하긴 했지만 원작의 줄거리가 있으니 말이다.

조배호의 욕망에 따라 졸지에 '강태산의 대항마'가 된 서혜림은 여전히 민우당의 돌아가는 판세를 정확히 읽지 못한다. 차도야 역시 새내기 검사로 정치인들의 시꺼먼 속을 아직까지 몰라 뒷통수를 맞는다. 그러는 새 조배호와 강태산은 유동윤 특유의 정치게임을 선보인다.

PD와 제작진이 바뀐 후 드라마는 확실히 변했다. 서혜림의 정치입문과 성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드라마는 정치 게임으로 내용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오늘 아침엔 '뿔난 고현정 "그동안 많이 참았다"'라는 기사까지 올라온 걸 보니 캐릭터 변질에 화가 난 건 시청자 만은 아닌가보다.




어제까지 국회의 난장판을 지켜보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원칙론을 고수하던 서혜림은 민우당의 부대변인이 되고 한 번 더 유권자를 배신했다. 민우당의 앵무새가 되어 당론에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탈당을 주장하는 발표를 한다. 그림을 통한 비자금 형성 여부를 조사하는 하도야 검사를 두고 검찰의 조배호 대표 표적 수사를 비난한다. 거수기 노릇은 하지 않겠다며 회초리론을 주장하던 정치인이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뽀사랑 모임'으로 인터넷 팬클럽까지 생긴 서혜림은 가장 중요한 자신의 원칙을 배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조배호 대표가 너그러운 사람이라며 사태 파악을 못한다. 까라면 까라며 시키는대로 하길 재촉하는 오재봉을 보면서도 제대로 반항하지 않는다. 마지막의 하도야의 시도가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조배호를 잡지 못한 하도야가 울분을 터트릴 즈음에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낄 정도로 '정치적으로' 아둔하다.

투표할 때 제일 싫어하는 말이 '뽑을 인물'이 없다는 표현이다. 원론적인 이야기같겠지만 정치인은 사회의 구원자도 아니고 만능해결사도 아니다. 정치인이 무능하더라도 그들에게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시민단체나 깨어있는 시민이 있다면 그들은 여론의 동향을 조심할 수 밖에 없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건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모든 걸 이해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질이다.




드라마상에서 설정된 정치인 서혜림은 남편을 잃은 아줌마다. 한 아이의 엄마로 강에 고등어 만한 은어떼가 돌아오는 걸 보고 싶어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그녀는 최소한 정치인이 가져야할 소양, 기본 마음가짐이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자질을 갖춘 인물인지는 TV를 보는 유권자로서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녀가 가진 능력은 TV 아나운서로 일했던 정확한 발음과 대인 능력 정도 아닌가? 그 이미지 그대로 어제 하루 서혜림은 민우당의 간판 노릇 만 하다 끝났다.

굳이 시대에 뒤쳐진 '인물론'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치인의 기본 자질을 갖춘 인물인지 의심스러운 설정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재빠르게 상황파악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떤 위협을 각오해야하는 지도 잘 모르고 있다. 무엇 보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핸 '감정'은 갖추고 있지만 논리가 무척 부족한 사람이다. 때로는 강태산처럼 정당한 협상 장면이라면 타협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한다.

조배호가 늙은 너구리라면 강태산은 새끼 너구리 쯤 되는 인물이다. 7번이나 국회의원에 떨어진 아버지 때문에 국회의원이 됐다는 다소 사적인 욕망을 가진 강태산은 분노할 것에 분노할 줄 알고 정당한 방법도 쓸 줄 알지만 극한 상황에선 비겁한 수도 서슴치 않는 태도를 가진 인물이다. 정치인 강태산은 서혜림에 비해 기본자세가 부족하지만 상황을 다스리는 능력은 탁월한 정치인이다.




서혜림이 유권자들에게 선택받는 최소한의 자질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면 지금 등장해야하는 건 그녀의 본능으로 정치인의 능력을 갖춰가는 장면이 아닐까? 눈물을 흘리고 감동시키기만 해서는 도저히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그에 걸맞는 업적과 해결 능력을 갖춰야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가진 자라 할 것이다. 맹하게 '싸우자는 건가요'라고 한다던가 국회의원 뱃지가 진짜 금이냐며 물어뜯는 사람에게 바랄 수 있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 정도일 것이다.

서혜림의 캐릭터가 이렇게 느껴지는 건 원작과의 괴리가 가장 큰 요인으로 본다. 원작의 서혜림은 민주화 투쟁에 앞장선 인권변호사 출신의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인물이다. 원작의 서혜림은 외교 능력도 보여준 '경력있는' 인물이었고 가치관이 뚜렷했으며 야심이 있었다. 서혜림의 캐릭터가 정의롭고 사람을 감동시킬 줄 아는 설득력있는 인물인 건 좋은데 '능력' 부분은 지금까지 보여준게 거의 없다.

분명 나라면 서혜림을 찍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눈물을 믿지 못 해서도 서혜림의 결단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보여준 능력이 부족하다. 앞으로 드라마는 어떻게 그녀의 천부적인 자질을 무리없이 성장시켜 강단있고 당돌한 대통령 서혜림으로 되돌려놓을 것인가? 한참 정치 게임이 벌어진 현재의 상황으론 깨나 무리한 바람이 아닌가 싶다. 눈물 두세번으론 유권자의 표심은 돌아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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