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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The Closer와 LA 이야기

Shain 2010. 12. 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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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The Closer'의 여주인공 키이라 세즈윅(Kyra Sedgwick)이 드디어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탔죠. 해마다 여우주연상 후보에만 오르더니 시즌 6가 방영된 2010년에 결국 그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여름 시즌 드라마 중에서는 가장 인기있던 드라마 중 하나였는데 TNT는 내년 Season 7을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의 종영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름 드라마답게 그리 복잡한 추리를 필요로 하지 않고 매 에피소드가 완결되는 구조로 연출되는 이 드라마는 뭔가 색다른 캐릭터가 등장하는 수사물을 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타입입니다. 여주인공 브렌다 리 존슨은 예쁘고 능력있고 탁월한 경찰관이지만 히스테리컬하고 고분고분하지 않고 딱딱거리고 잔소리가 많은, 남자들이 딱 싫어할만한 금발 여성입니다. 거기다 LA에선 흔치 않은 남부지방(조지아) 사투리까지 종종 쓰지요.


LAPD의 포프 차장이 그 능력을 높이사 LAPD 특별수사팀 국장(Cheif)으로 앉혀놨지만 흑인이자 능력있는 경찰중견간부로 특별수사팀 국장 자리를 노리고 있던 존 테일러 반장(Captain)이 첫눈에 반감을 느낄 정도로 생뚱맞은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윗사람이 능력 때문에 자리에 앉혔다면 당연히 이견이 없어야 했는데 차별할만한 구석이 한두 부분이 아닌 인물입니다.



탁월한 능력으로 마초지역을 점령

브렌다가 근무하게 된 LAPD 특별수사팀은 대부분 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성 형사(다니엘스) 한명이 배치되어 있긴 하지만 수사국에서 큰 역할을 하는 주도적인 인물은 아닙니다. 그동안 LAPD가 흑인인 테일러 반장 중심으로 돌아갔기에 부하직원들 역시 테일러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찰로 잔뼈가 굵은 나이든 노형사는 시시한 성적 농담을 던지기 일수죠.

브렌다는 누구 보다 탁월하게 사건의 본질을 추리해내고 사건 수사의 원칙을 지켜 법적으로 아무도 트집잡기 힘든 증거를 잡아내며 무엇 보다 상대방이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심문 과정으로 죄를 실토하게 만들고야 맙니다. 'They'll bring you in. She'll make you talk' 말처럼 범인이 빠질 수 밖에 없는 함정을 만들어 죄를 털어놓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만드는게 브렌다의 특기죠.


피의자는 여성이고 어설퍼 보이고 아무 권한도 없어 보이는 브렌다를 능력없는 하위직 경찰처럼 편하게 대하기도 합니다. 그러는 새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진짜 본심을 드러내게 되고 이런 부분은 브렌다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경찰청의 형사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브렌다의 능력을 보며 그녀 만의 능력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전세가 금세 역전되어 아무도 브렌다에게 반기를 들 수 없게 되버리죠.

처음부터 국장이란 자리를 주었지만 그녀 혼자서는 아무도 지휘할 수 없었습니다. 낙하산 인사로 떨어진 여성에게 순순히 따라줄 경찰은 애초에 없었을 지 모르죠. 그러나 브렌다에겐 그들이 차별하는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습니다. 원리원칙 대로 무조건 사건을 해결하고 본다는 프로의 자세가 그녀에게 중요한 문제였으니까요.



LAPD는 어떤 곳인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미국 내에도 지역감정은 있습니다. 산업과 기후에 따른 기질적 특징, 지역별 환경과 지역 감정은 무시할 수 없으며 일부 사람들에겐 아직도 남북전쟁의 감정이 남아 있다고도 합니다. 가족적이거나 종교적 색채가 강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한 도시도 있습니다.

가까운 70년대까지도 흑인, 백인의 출입구가 따로 있던 지역도 있었습니다. 히스패닉이 증가한 요즘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인종 문제는 잠재적 갈등의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브렌다가 일하는 곳은 1992년 LA 폭동이 발생했고, 그 원인이 된 경찰관이 일하던 바로 그곳이니까요.

'LA 컨피덴셜(1997)'이란 영화를 보면 50년대 갱들과 LA를 두고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마약, 성매매, 각종 폭력에 빠지지 않고 개입되는 갱들 뒤엔 경찰의 거물이 버티고 있습니다. 실제 1950년 LAPD의 윌리엄 파커청장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LAPD 본부 건물은 그래서 파커센터). 그는 LAPD의 기틀을 잡고 준 군사조직처럼 경찰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게 했습니다.


그 뒤를 이은 대럴 게이츠(Daryl F. Gates) 경찰청장 임기 중 '로드니 킹' 사건으로 흑인들의 반감이 고조되고 도시는 위험에 휩싸입니다. 1992년 4월 29일 일어난 폭동 때 길에서 시민이 두들겨 맞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경찰은 시민보호를 하지 않고 물러납니다. 폭동 중 경찰을 전혀 볼 수 없어 언론이 분개하기도 했죠. 이후 부유층이 사는 비버리힐즈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정해 한인들이 폭동의 화풀이 대상이 되게 했습니다[각주:1]. 백인을 우선 보호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든 처사였죠.

브렌다가 근무하는 LA는 이런 인종 간의 갈등, 그리고 갱들의 권력 다툼이 잠재된 곳입니다. 히스패닉계의 갱들, 아시아 갱들, 러시아 마피아, 역사가 오랜 흑인 갱들까지 그들은 구역을 나누어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고 고소득층 일부 백인들은 유색인종 혐오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브렌다의 수사팀엔 히스패닉계의 산체스 경사, 흑인 가브리엘 경사, 동양인 타오 경위 등이 함께 합니다.



최근 늘어나는 지역 감정 댓글을 보며

선거를 앞두고 최근 인터넷엔 지역감정 댓글이 한참입니다. 남녀 간의 '토론'이 아니라 공격도 활발합니다. 단 두 가지의 문제도 봉합하지 못하는 우리 나라의 현실은 지역감정이 무엇 때문에 왜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 따지기 보다 남성과 여성과의 대립, 그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하기 보단 화풀이하기에 바쁜 것도 같습니다. 지역이 대립할수록 이익을 보는 정치권, 남녀가 대립할수록 이익을 보는 대기업의 문제는 뒷전이 됩니다.

LA 폭동의 원인은 백년 이상 차별받던 흑인들의 감정 폭발이라 볼 수 있지만 한인들이 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경찰권력의 무능과 백인을 우선하는 정책 탓이라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치들이 유태인에게 악의적인 시선을 돌렸듯 언론과 경찰도 한인이 타겟이 되도록 내버려둔 것입니다. 평소 종종 발생하던 악감정과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분노는 별개의 문제겠죠.


드라마에서 묘사된 LA는 각종 갈등의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입니다. LA 폭동이란 아픔을 겪은 후 제작자들은 그 본질부터 갈등을 따져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The Closer'도 일부 그런면이 있지만 드라마, 영화 '크래쉬(Crash, 2004)'에서 보여준 LA의 모습도 그 과정의 일부라 하겠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준 사회의 문제점은 한 인종, 한 계층에 원인이 있지 않습니다.

사회 문제의 책임을 한 계층, 한 성별, 한 지역에게 돌리는 건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기 보단 '화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미국은 깨닫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 깨달음의 뒤에는 '문제'에 대한 각성과 그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지역감정, 성별 대립에 동조하기 전에 이 반응이 '화풀이'는 아닌지 혹은 본질적으로 그 대립의 문제는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1. 교포 두순자씨가 수퍼에서 흑인 소녀를 갱으로 오해해 총으로 쏘아 죽인 사건이 발생했고 언론이 로드니킹 사건을 의식한 듯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한국인들이 그 덕분에 LA폭동의 타겟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도 망언을 자주 하던 대럴 게이츠는 올해 4월 LA 폭동 18주년을 앞두고 사망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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