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트, 대물과의 차이점

세 정당 대표의 국민토론으로 시작된 'SBS 대물'에는 드디어 서혜림(고현정)의 정책이 등장했습니다. 복지당 민동포(윤주상)가 임기중 무상급식과 무상의료를 주장하고 나오자 '초일류 국가'를 만들겠다는 강태산(차인표)는 그만한 재원은 마련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서혜림은 조금씩이라도 복지정책 예산을 늘려야 가능하다고 중도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행복지수'를 논하며 국민소득이 행복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발언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대물'은 이념 대결을 비롯한 정책 대결이 거의 없단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정치 드라마이면서도 색깔이 거의 없는 드라마라는 평까지 받았죠. 마지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번 회에 드디어 '경제 중심 정책'과 '복지정책' 그리고 '개인의 행복'을 두고 (여전히 약간 모호한) 정책 대결을 펼치려 하는데 'KBS 프레지던트'라는 강적이 등장하고야 말았네요.

'KBS 프레지던트'는 원작의 구도를 그대로 따라 첫편부터 혼외자인 아들 유민기(제이)를 등장시킵니다.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유민기를 불러 선거 과정을 담은 다큐를 찍게 하고 유민기가 자신의 아들임을 밝히는 대통령 후보 장일준(최수종)은 경선 과정 중에 비자금 의혹이 폭로됩니다. 그리고 사건 수사를 위해 출두하던 중 의문의 저격을 당해 쓰러져 버립니다. '대물' 만큼이나 흥미로운 첫 시작이죠.

대물의 주인공인 서혜림도, 프레지던트의 주인공인 장일준도 부정한 수단으로 대선을 이기는 것을 싫어합니다. 실제 정치인을 모델로 하지 않은 만큼 정치 이상이나 정책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법도 한데 시청자들의 지루함을 의식한 것인지 확실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드라마 속 두 인물은 놀라우리 만큼 닮았지만 대조적이기도 합니다.

소재와 전체 구도가 유사하다

'대물'의 서혜림은 기존 정치인과는 아주 다른 출신과 성향을 가진 인물입니다. 시위를 해본 경험 조차 없는, 정치판의 정치 경력은 커녕 정치 이념이나 정책에 대한 마인드 조차 전혀 없는 인물입니다. 거기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잃은 남편을 가진 미망인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그 '여성'이 정치인이 되고 경쟁자들을 이겨내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꿈같은 과정을 그리는게 '대물'의 기본 구조입니다.

'프레지던트'의 장일준은 '형제 간첩단 사건'으로 수감된 후 형인 장일도를 잃고 독일로 유학가 대일 재벌의 딸 조수희(하희라)와 만나 결혼합니다. 그뒤 3선 국회의원이 되고 여당 후보로 대권에 도전하지만 여당엔 지지율 높은 쟁쟁한 세 명의 후보들이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후보들을 이겨도 야당 후보 한대운(정동환)은 청렴한 이미지로 국민의 큰 지지를 받는 인물입니다. 가장 낮은 지지를 받고 있는 장일준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두 드라마는 희한하게도 드라마의 첫회 전개 과정을 비슷하게 만들었습니다. '대물'은 대통령 당선 이후 자신의 소신에 따라 국민을 구하지만 탄핵이 되는 모습을 묘사하고 이전의 과거를 회상합니다. '프레지던트'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총격을 당한 장일준이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을 되돌아보는 과정으로 연출됩니다.

두 대통령 후보 모두 철학은 다를지라도 '나라를 바꿔보겠다'는 뜻을 품은 것까지도 비슷합니다. 두 사람 모두 대개의 영웅 드라마가 그렇듯 뜻을 품게 된 계기가 있죠. 그들은 되도록 옳은 방법과 수단으로 대권에 접근해가려 최선을 다합니다. 그를 위해 작은 희생을 감수하려는 마음까지도 비슷합니다. 정책과 이념은 물론 한국 TV라는 특성상 양쪽 모두 두루뭉술하게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죠.

'대물'은 사랑을, '프레지던트'는 가족을

두 드라마는 또 어떤면에서 '드라마'의 전형성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미모의 여성 대통령 후보에게는 '사랑'이야기가 양념처럼 빠지지 않고 잘생긴 남자 대통령 후보에게는 '가족' 이야기가 필수적이라 생각하는 포맷을 탈피하지 않더군요. 대통령 자리를 차지한 한 인간의 고민은 사랑과 가족 만한 것이 없긴 하겠지요. 그 양념의 차이 만큼이나 드라마의 색깔이 많이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프레지던트'가 좀 더 정치판을 정확하게 묘사한다는 점에 이론이 없지 싶네요.

'SBS 대물'은 코믹한 설정으로 하도야(권상우) 검사와 대통령 후보 서혜림과의 유머러스한 상황을 강조하기에 조폭과의 액션신까지 등장합니다. 라이벌이자 상대역인 강태산은 장세진(이수경)과의 불륜과 재벌 장인을 둔 인물로 부정한 수단도 개의치 않는 타입입니다. 덕분에 서혜림의 대권 도전과정이 많은 부분 단순화되어 '선과 악'의 대결이 되어버리고 뚜렷한 정책이나 경력없이 대통령까지 올라갔단 평을 듣습니다.

'KBS 프레지던트'는 본격 정치 드라마를 표방하며 권력과 자본 문제 때문에 아내와의 관계까지 일그러지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초반부터 선거 캠프의 인력들이 캐릭터까지 선명한 상태로 배치된 상태로 어떤 식으로 선거가 흘러가는지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선악 대결구도라기 보단 인물 간의 야망의 대립입니다. 멜로 분위기가 완전히 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사이드 메뉴 수준이라 장일준의 아들 유민기와 양녀 장인영(왕지혜) 간의 러브 스토리는 주인공의 가족사 일부로 처리될 듯합니다.

결국 노란옷을 입고 선거운동 중인 대물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대물'은 지금 대선 과정이 한참입니다. 무상급식과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복지당(이게 굳이 야당 소수 의견처럼 여겨져야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더군요)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룬 서혜림은 승승장구하며 강태산의 민우당을 뒤쫓아가는 중입니다. 전후 한국의 낙후된 모습을 보여주며 부강한 나라를 주장하는 강태산과 상록수를 들려주며 국민을 강조하는 서혜림은 모습은 마치 어디서 본듯한 모습입니다.

'대물'과 '프레지던트'는 근본적으로 이 부분에서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대물'은 현실에서 모티브와 소재를 얻어오긴 하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런 분위기만 풍기면서 이야기 전체를 흘러가게 구성하고 있죠. '프레지던트'는 아예 시작부터 '현실정치와 무관한 이야기다'라며 가상의 정치인이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을 세세하게 묘사합니다.

다만, '프레지던트'에서 묘사하는 정치판의 분위기가 우리 나라의 모습같다기 보단 미국 영화의 한장면을 옮긴듯한 묘사로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여당 당사 앞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이나 오재희(임지은)이 선거 캠프를 꾸리는 장면은 미국 영화의 '대선' 장면들과 많은 부분 흡사하더군요. 캐릭터의 가치관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패턴이기도 합니다.

대신 정치인으로서의 캐릭터는 '대물' 보단 '프레지던트'의 등장인물들이 훨씬 더 선명합니다. 목소리 톤이나 말하는 방법까지 현실 정치인들을 TV 안으로 들여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같이 경선을 겨루는 총리 출신의 김경모(홍요섭), 자신의 애완견을 끌며 청남대를 산책하는 이수명(정한용)과 최정임(양희경) 대통령 부부 등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정치적 인물입니다.

'선이 굵은 정치극'과 '멜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정치극'의 차이가 매우 선명하게 드러날 듯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눈이 정치 드라마로 향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프레지던트, 시청률 6.3% 로 출발(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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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초라한 출발…몰입도는 합격점(경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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