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즐거운 나의 집, 모윤희의 눈물

Shain 2010. 12. 17. 11:23
728x90
반응형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한가지씩 안고 삽니다. 사건을 파헤치는 김진서(김혜수)와 강신우(이상윤)를 제외하면 모든 자신의 비밀을 폭로한 인물은 없습니다. 한때 성은필(김갑수)의 정신과 치료를 담당했던 김진서가 범인이라는 추측도 떠돌았지만 그녀에겐 마땅히 살인의 동기가 없었던 반면 나머지 인물들에겐 은필을 증오하거나 제거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존재했지요.

은필에게 학대받으며 은필을 미워하던 모윤희(황신혜), 불륜을 의심받으며 괴롭힘 당하던 이상현(신성우), 살아 있음에도 죽은 존재로 여겨진 전처 조수민(최수린), 성씨 집안의 비밀을 지키려 애쓰던 성은숙(윤여정),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윤희의 아버지(이호재)까지 모든 인물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됩니다. 그들의 갈등은 사학 재단인 명성학원과 얽혀 더더욱 복잡하게 꼬여만 갑니다.


살인 사건과 얽혀 또 한가지 풀어야만 하는 비밀은 윤희와 상현, 그리고 진서의 과거입니다. 아버지에게 학대받으며 어린 시절을 눈물로 보낸 서글픈 윤희는 상현을 사랑했지만 진서의 등장으로 인해 버림받습니다. 남편이 있었음에도 악착같이 진서에게 의문스런 말을 내뱉으며 불륜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윤희. 어린 시절 유일한 위로가 되었던 상현에게 집착한다기엔 윤희의 애정은 많이 지나칩니다.

남의 남편 상현에게 죽도록 집착하는 이유, 진서에게만은 수치를 보이고 싶지 않은 이유, '뼛가루가 부서져도 못 잊을 증오'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모든 것은 단순히 오해였을까요. 살기 위해 상현까지 모함했던 그녀는 진서와 숨겨진 이야기를 나누고 눈물을 흘립니다. 진실을 알았다면 과거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요.



지독한 모윤희의 생존 본능

어제 14일 방송으로 그런 윤희의 진짜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인생의 단 한순간도 편히 살아본 적 없는 주인공 모윤희의 주변은 온통 적 뿐입니다. 유일하게 사랑했던 상현은 이미 남의 남자고 남편 성은필은 전처 만을 사랑했고 자신을 사랑했던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고고한 누이 은숙은 한번도 자신을 가족으로 여긴 적이 없습니다.

유일한 친족인 아버지는 자신의 살인했을 지도 모르는 당일의 비밀을 아는 사람입니다. 와인병으로 남편의 머리를 내려친 장면까지 모두 보았을 사람입니다. 자신의 죄를 덮어주고 있긴 하지만 끔찍하고 악몽같은 기억을 준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모윤희가 가장 증오하는 아버지가 자신을 보호해줄 유일한 존재란 건 모윤희에게 엄청난 비극입니다.

아버지에게 감사함을 느끼기 보단 계속 불안해야하는 윤희는 행복해질 순간이 없습니다. 고향에 살던 때도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에게 구타당하던 윤희 모녀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고 따돌렸습니다. 상현의 어머니는 윤희를 상현에서 반드시 떼어놓겠다며 모질게 굴었습니다. 유일한 안식처인 상현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이유가 진서 때문이라 믿고 있는 윤희의 증오는 괴로움을 느끼는 만큼 커져만 갑니다.


윤희의 인생은 상현 어머니 박둘남(정혜선)의 말처럼 그녀의 성격 때문에 꼬이기 시작한 것일까요. 모든 불행의 시작, 모준하의 말처럼 '아빠의 딸로 태어난 죄' 밖에 없는 걸까요. 지독하게 무시받지 않는 자리로 올라가려 애쓰는 모윤희의 생존 본능은 마지막이 가까워질수록 불쌍하기만 합니다.

모윤희의 피해의식은 남다릅니다. 그녀를 감싸려던 상현과 진서의 노력은 행복하지 못한 소녀였던 윤희를 구원하지 못 했습니다. 아버지에게 맞는 어머니를 아무도 구해주지 않은 것처럼요. 단호하게 '네가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지적하는 진서가 얄미워보일 정도죠.

명성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모윤희에게 뺐겨야 하는 성은숙의 대응도 앞으로의 문제입니다. 은필을 살인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는 윤희가 어떤식의 처벌을 받을 지 아무도 모릅니다. 은숙은 수민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 오늘 심경의 변화가 있는 듯 합니다. 윤희는 '즐거운 나의 집'과는 거리가 먼 인물인가 봅니다.



이제 남은 건 명성재단의 운명

모윤희의 남편 성은필, 그의 죽음이 복잡해진 건 명성재단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강신우의 말처럼 훨씬 더 큰 배후가 버티고 있는 것 같단 말은 성씨 집안의 또다른 살인 사건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믿을 건 너뿐이다'는 유언을 남긴 성은숙 남매 아버지의 말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 말이며 조수민은 어떤 뜻으로 부모님도 죽이고 나도 죽일 것이란 말을 했을까요.

성은숙이 김진서에게 말한 '알지 말아야할 성씨 집안의 비밀'이 남은 2회의 미스터리입니다. 조수민은 종종 정신을 차리고 정상적으로 사람들을 대하곤 합니다. 은숙을 위협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은숙과 은필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전처입니다. 시누이가 자신을 공주처럼 대해줬다고 공공연히 말했습니다. 명성재단의 숨겨진 비밀과 조수민의 선택은 또다른 숙제입니다.


성은필은 이상현의 아내 김진서를 유혹하기 위해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했지만 전처의 사망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운전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위장했습니다. 성은필의 비밀을 모두 털어놓는 것도 드라마가 밝혀야할 비밀 중 하나겠지요. 한장면씩만 등장했던 단서가 하나씩 하나씩 그 비밀의 껍질을 벗을 듯 하네요.

끊임없는 긴장감 속에서 끌고 오던 드라마가 벌써 14회나 됐습니다. 캐릭터가 선명한 주인공들이 각자의 비밀 때문에 서로를 오해하고 증오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도 했지만 드라마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궁금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유령처럼 14회 내내 등장하며 계속 촬영한 김갑수씨의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 대단하네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