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욕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 고슴도치 가족들

Shain 2010. 12.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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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속담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란 표현이 있습니다. 못생기고 가시투성이인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에뻐한다는 뜻인데 고슴도치란 동물은 다른 한편 서로 따뜻하게 껴앉을 수 없는 존재들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다정히 서로를 안아주는 순간 가시에 찔려 서로를 상처주게될 것이 분명하니까요. 재벌가의 2세들과 3세들 그리고 그들 주변의 혈육들은 고슴도치들처럼 부대끼며 서로를 슬프게 합니다.

김민재(유승호)의 마음은 백인기(서우)가 떠난 순간 큰 상처를 받았지만 친모인지도 모르고 가깝게 지내는 양인숙(엄수정)에게 큰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윤나영(신은경) 자신의 욕망이 완성되는 결정체, 민재를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습니다. 양인숙을 죽이려 했던 것으로 모자라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멀리 보내려던 백인기 역시 가까이 두고 감시하고 있습니다.


김영준(조성하)의 마음은 점점 더 윤정숙(김희정)에게 기울고 있습니다. 김태진(이순재)과 대서양 그룹의 비밀을 공유했으나 이젠 쫓겨날 위치에 처한 그에게 남애리(성현아)는 매달려보지만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남장군(조경환)의 힘을 빌어 아버지를 위기에 몰아넣고 대서양 그룹의 이권을 얻어보고자 했던 큰 아들 김영대(김병기)는 아버지 김태진에게 모든 걸 들키고 야단만 듣게 됩니다.

아버지 김태진의 기대를 받으며 조선소 사업 성공을 위해 달리는 김영민(조민기)는 가족들의 붕괴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따뜻하게 서로를 감싸줄 일 보다 배후에서 서로를 이길 방법만 찾아헤매는 이 사람들은 상처를 보듬기엔 서로가 서로에게 고슴도치같은 존재들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지독한 짓도 불사하는 윤나영은 가족들에게 꾸준히 칼날같은 상처를 주지만 민재의 얼굴을 볼 때 마다 가슴이 따끔거리는 걸 어쩔 수 없습니다.



무식한 여편네는 무식하게 다뤄야

남애리는 대서양 가족들 중 자신의 욕망을 가장 어린아이같이 표현하는 인물입니다. 갖은 수단으로 영준을 압박해봐도 전혀 대응하지 않자 눈물까지 보이며 애원하던 남애리는 드디어 본처와 세컨드 다툼의 전형인 '머리채 잡기' 싸움판을 벌이게 됩니다. 윤정숙이 살고 있는 방어진 회집에서 음식물을 뒤엎어버리는 남애리의 모습은 예상 밖이다 싶으면서도 아이같은 그녀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대서양의 오너 자리를 탐내지 않겠느냐는 애리와 어떻게든 김태진의 눈에 들어 대서양을 물려받으려는 욕심으로 가득찬 윤나영은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됩니다. 영준이 바람나고 라이벌 남애리가 폭발해버렸다는 소식은 나영이 반색할 만한 즐거운 소식입니다. 박덕성(이세창)과의 과거도 모두 알고 있고 틈틈이 나영을 협박하던 존재가 남애리니까요.


남애리가 들려준 반전은 윤나영에게 또다른 치명적 약점이 됩니다. '무식한 여편네는 무식하게 다루라'며 영준의 바람을 놀렸더니 애리는 그 무식한 여편네가 니 언니라고 댓구하지요. 나영이 손윗동서에게 또 한번 특급 공격을 당하고 말았네요. 자신이 낳았던 아이를 핑계로 연락을 끊었던 언니 정숙과 시아주버니 영준이 사귀는 사이라니요.

영민 역시 영준에게 윤정숙은 윤나영의 친언니라며 절대로 사귀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 못 박습니다. 딱한 처지의 형이 앞으로 어떻게 대서양에서의 입지를 다져나갈지 걱정하는 그는 사랑을 응원해주기 보단 더 강경한 말로 형을 말리려 합니다. 인숙으로 인해 나영에게 반발하는 영민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나영은 자신도 모르는 새 다시 가족인 정숙을 상처주려 합니다. 남이 언니를 비난하고 괴롭혀도 보듬어줘야할 가족이지만 끊임없이 정숙의 행복을 빼았고 이제는 마지막 남은 사랑까지 비난하고 그만 두라 애원하고 있습니다. 가슴에 박힌 대못같은 존재 친언니, 나영이 낳은 딸을 몰래 키워준 정숙의 가슴에 나영은 또다시 날카로운 가시를 박게 될까요.



재벌의 경쟁 구도는 비인간적?

김태진의 자식들 중 그나마 정상적인 부부 모습을 보이는 건 큰 아들 김영대 커플입니다. 아내 차순자(이보희)와 쿵짝이 잘 맞는 김영대는 인간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아내와 갈등하는 남편은 아닙니다. 아버지의 관심이 동생들에게 쏠렸다는 건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고 대서양 그룹의 콩고물을 얻어먹으리라 작정한 인물로 딱히 하는 일은 없지만 늘 김태진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죠.

영준이 이미 그룹 승계에 대해 포기한 태도를 보이지만 남애리는 끝없이 영준을 자극하며 나영의 뒤를 캐고 있습니다. 박덕성과 아이까지 가졌었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윤나영은 남편 김영민이 양인숙과 새로이 불륜관계가 됐지만 깡패를 보내 괴롭히는 것 이이외는 딱히 떠나보낼 방법이 없습니다. 남애리의 저주처럼 김태진의 자식들은 모두 불륜이나 저지르는 더러운 피를 타고난 것일까요.


영민의 배신에 눈물이 흐르고 민재를 뺐길까봐 점점 더 독하게 구는 윤나영은 양인숙에 대한 죄책감은 느끼지 않지만 남편이 사랑하는 사람이자 아이의 친모인 인숙을 괴롭힐 때마다 가슴이 따끔거립니다. 민재가 사랑하는 백인기(서우)를 괴롭히는 심정이 깔끔하지만은 않은 건, 그 아이가 그리 쉽게 말하는 '날버린 부모'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겠죠.

윤나영은 본능적으로 백인기를 대할 때 마다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웁니다. 엄마와 딸이 서로를 향해 가시를 내밀며 상처를 주는 모습. 재벌이기 때문에 비인간적인 것인지 비인간적인 사람들이 재벌가로 모여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고슴도치 일가의 상처투성이 인생이겠지요.

초등학교 교과서엔 각종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족 간의 이해와 배려, 사랑이 필요하며 대화를 통하여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죠. 태생이 고슴도치인지 가족들도 모르는 새 자라난 가시인지 모르겠지만 김태진 가족이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순간이 과연 오기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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