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욕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 비밀이 없는 사람들

Shain 2011. 1. 1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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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대서양그룹의 회장인 김태진(이순재)의 행동은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치매에 걸린 척 아무것도 모른다며 둘째 며느리 남애리(성현아)를 도발해 대권 전쟁을 일으키는가 하면 윤나영(신은경)의 필사적인 집안 뒷바라지 속셈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습니다. 큰 아들 김영대(김병기)가 남장군(조경환)과 손을 잡고 작전을 짤 때도 일단 입을 다물었고 영준(조성하)이 나영의 언니 정숙(김희정)과 사귄다는 소식도 모두 듣고 있었습니다.

마치 한 세계를 다루는 신과 같은 김태진의 레이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식들은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자란 것같은 막내 김영민(조민기) 조차 김태진의 계획 속 일부였습니다. 대서양 그룹의 비리를 모르도록 미국으로 떨어트려 놓았고 친구의 딸과 결혼시켜 주변을 맴돌던 여자 양인숙(엄수정)도 떼어냈습니다. 남편을 '회장님'이라 부르는 강금화(이효춘)는 이런 회장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그동안 휩쓸리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남장군과 협상한 김태진의 뜻대로 그룹은 둘로 분할됩니다. 남장군에게 넘어간 기업은 남애리의 남편 영준이 경영하게 됩니다. 김영대가 구속되면 나머지 그룹 경영은 김영민이 맡게 될 것입니다. 영준이 맡은 기업들의 지분을 김태진이 순순히 포기할 것 같지 않으니 대서양그룹 가문과 남장군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업을 쪼개든 김태진 일가 모두가 구속되든 말든 밀어부치는 스타일의 남장군과는 '한판승부'를 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전쟁이 지나가고 난 자리엔 폐허만 남는게 진리니 어떤 식으로든 이들의 상처는 봉합되기 힘든 것같습니다. 윤나영의 친딸이고 정숙의 양녀인 백인기(서우)의 운명, 그리고 김민재(유승호)의 운명 역시 욕망의 전쟁에 희생되는 슬픈 사랑인듯 합니다.



자식의 모든 걸 알고 있는 김태진

김영민 형제들을 도련님이라 부르는 황변호사(이두섭)은 집안의 모든 일을 꿰고 있는 인물로 누구의 편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비자금을 비롯한 여러 어두운 부분들을 해결하고 일거수 일투족을 김태진에게 보고하는 인물이란 점입니다. 황변호사가 종종 전화를 걸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하던 '그분'이 바로 김태진 회장이었던 것이죠. 김태진의 목적과 예정을 모두 알고 있는 실세이기도 합니다.

양인숙과 김영민이 사귀고 있었다는 사실, 양인숙이 낳은 아이를 윤나영이 자신의 아이로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 양인숙과 송진호(박찬환)가 윤나영 부부를 협박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는 김태진은 윤정숙과 김영준의 사이를 내버려두라며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점을 나영에게 알립니다. 나영이 평생을 비밀로 하고자 했던 비밀은 비밀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룹을 위해 자식들까지 체스판의 말처럼 배치하는 김태진의 의중을 영준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은 자신이 그 도박의 일원인지 모르고 자신의 욕망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치고 받지만 김태진 만은 거스르지 않습니다. 김태진은 경쟁 관계를 내버려두는 것이 그룹 경영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가족 중 태진의 총애를 받는 며느리 윤나영의 권력이 가장 강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윤나영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자신 역시 게임판의 일부로 자리에 놓아졌을 뿐입니다. 영리한 영준 만은 복잡하고 비인간적인 그 게임판에서 떠나고 싶어 대가를 치르고, 태진의 뜻을 거스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영민은 그 모든 걸 차지하고 싶어 양인숙과 민재의 진심 마저 외면하고 있지요.



진실을 알고 있는 민재, 나영의 진심

김민재가 23살이 되도록 나영은 가슴졸이며 비밀을 지켰습니다. 자신의 친딸, 백인기의 생사도 모른채 욕망을 향해 달려가던 나영에겐 민재가 대기업 며느리로 성공하기 위한 기본조건입니다. 민재의 모든 걸 알고 있다며 양인숙에게 자신이 진짜 엄마라 주장해보지만 생물학적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 만은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더욱 민재에게 집착하며 매달린 이유도 그것입니다.

영준은 양인숙에게 모질게 구는 나영을 비난해 보지만 결국 나영과 같은 욕망이 숨겨져 있기에 결국 같은 목적을 향해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영준은 결국 양인숙에 대한 지난 기억도 사랑도 모두 포기할 수 있습니다. 나영은 그 부분을 알기에 좀더 모질게 인숙을 몰아부칠 수 있고 김태진의 뜻대로 기업 경영을 위해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욕망'을 위해 맡았던 자식이지만 민재를 사랑한다는 말 역시 아주 거짓말은 아닙니다. 이십년 넘게 아들로 길러온 민재 때문에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살아있다는 친딸에 대한 생각을 조금도 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는 아들입니다. 친아들이 아님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건 단순히 모든 비밀을 알게 해서는 안된다는 김태진의 엄명 때문 만은 아닙니다. 민재는 이제 나영의 인생이자 피붙이인 것이죠.


윤정숙과 김영준의 애달픈 사랑을 희생하고 백인기와 민재의 서글픈 사랑도 희생하고 양인숙의 영준과 민재에 대한 마음도 포기하게 만드는 나영. 그녀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합니다. 그 모든 것에 아무렇지 않았던 나영이고 반쯤은 애정이 남아 있었던 남편의 사랑도 포기할 수 있었지만 민재 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나영의 진심은 양인숙이 죽을 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되자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이미 영준과의 결혼을 위해 아버지가 죽었고 강준구(조진웅)이 죽었습니다. 양인숙까지 죽이고 나면 나영의 죄는 훨씬 더 커집니다. 모든 것을 태진이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 대서양 그룹이 지켜진다면 나영마저 버려질 지 모릅니다. 사투리쓰는 철공소집 딸로 험한 말쓰고 자라던 나영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지만 바람 앞의 등불처럼 언제 꺼질 지 모르는 위험한 처지입니다.

궁궐같은 저택에서 이어지는 형제들의 싸움, 재산싸움을 둘러싼 자녀들의 갈등, 나영의 거침없이 타오르는 '욕망의 불꽃'을 꺼트릴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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