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근초고왕

근초고왕, 사극 배우로 성장한 이세은

Shain 2010. 12. 2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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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투병중인 것으로 알려진 'KBS 근초고왕'의 배우 감우성은 요즘 고생이 말이 아닐 것입니다. 추운 날씨에 여기저기 뛰며 전투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니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싶은 지경이지요. 이 험한 촬영 현장에 동행하기 시작한 여배우가 있으니 바로 '위홍란' 역의 이세은입니다. 남장을 하고 수염까지 붙인 얼굴로 첫등장해 묘한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부여구(감우성) 옆에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부여구는 목숨을 잃을 위기를 이기고 요서에서 첫 승리를 일궈냅니다. 자신을 죽이려던 단범회의 위비랑(정웅인)과 담판을 짓고 함께 소금장원의 부여 유민을 구해냅니다. 이젠 수적의 수장과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 백제의 왕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를 죽이지 못한 부여산(김태훈)과 해건(이지훈)은 요서에서 부여구에게 치욕을 당한 후 다시 부여구를 죽이기 위한 칼을 갈고 있습니다.


부여산 무리를 쫓아내기위해 손을 잡았던 위홍란의 오빠 위비랑은 책사 아지카이(이인), 부하 두고(정흥채)와 함께 부여구를 소금장원에서 쫓아낼 궁리를 합니다. 아지카이는 그를 위해 해건과 손을 잡을 지도 모릅니다. 부여구의 위기를 보고 있는 위홍란은 아직까진 부여구를 도울 생각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쩐지 나를 구해줬을 거냐고 물으며 '그대를 보호하기 쉽지 않으니 남아 있는게 좋아'란 부여구의 대사를 곱씹는 위홍란은 왕자에게 상당한 호감을 느끼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목욕하는 장면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완 사뭇 다른 반응이네요. 부여구는 내게 아내가 있다며 고구려왕 사유(이종원)의 아내인 부여화(김지수)를 언급합니다. 부여화의 아버지 부여준(한진희)가 내 아버지 비류왕(윤승원)을 죽였노란 이야기까지 시시콜콜 위홍란에게 털어놓는군요.



개구쟁이에서 아름다운 여성으로

극중 위홍란의 첫등장은 예쁘장한 개구쟁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수적들 사이에서 오빠의 다음 지위인 부회주로 자라 외모만 여성이지 선머슴같은 캐릭터였죠. 어제 방영분부턴 수염을 떼어내고 여자임을 굳이 숨기지 않습니다. 오빠의 옆에서 혹은 부여구의 옆에서 부하들을 지휘하는 모습이 깨나 똘똘해보이기도 합니다. 호감이 있는 부여구에게 무조건 동조하지 만은 않는 부여 유민의 부수장다운 모습입니다.

사실 이세은씨의 이런 '변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SBS 연개소문(2007)'에서 거지공주로 등장했다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신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기혼남이었던 연개소문의 아내가 되었죠. 워낙 예쁜 얼굴이라 본바탕을 숨기고 거지나, 사내아이처럼 변장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능청스럽게 전혀 딴사람인 것처럼 자기 역할을 해냅니다. 이런 점은 거의 7년전 'MBC 대장금(2003)'에서의 모습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상대역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표현할 때는 소녀같은 느낌으로(예쁘게 웃는 모습이 사실 역할에 일조를 하고 있죠) 강단지게 상대를 타박할 때는 소년같은 느낌으로 시청자가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는게 그녀의 변신입니다. 소년 차림새로 부여구의 반지를 빼앗아 주지 않겠다고 우기는 모습이 귀엽네요.

극중 위비랑은 말은 하지 않지만 부여의 공주나 다름없는 여동생의 말을 쉽게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뜻이 부여구에게 기울어 있으니 위비랑 역시 쉽게 부여구를 해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후에 백제에 위비랑 일파가 공헌하게 되는 건 바로 위홍란의 덕이 되겠죠. 위비랑은 수적이니 분명 일본 등 해상 장악에도 유리한 인물일 것입니다. 백제 13대 어라하 등극에 큰 공을 세울 것은 두말할 필요 없겠죠.

한편 부여구의 평생 연인, 그리고 첫아내라 부르는 부여화는 반미치광이인 사유에게 고생하고 있습니다. 부여의 축하 사절로 방문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부여화는 부여구가 평생 마음에 담고갈 짐이자 사랑일 것입니다. 부여구는 요서를 장악하자면 홍란이 필요합니다. 유리한 위치인 위홍란이 고구려 왕후를 어떻게 부여구의 마음에서 조금씩 밀어낼까 하는 부분도 재미있겠습니다.



탤렌트의 성장을 보는 건 즐거운 일

80년생으로 99년 28기 MBC 공채 탤렌트로 출발한 이세은은 'KBS 야인시대(2002)'의 나미꼬 'MBC 굳세어라 금순아(2005)'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갑니다. 그 이전엔 속어로 '차도녀'이미지로 간단한 단막극이나 연속극에 출연하기도 했었지만 발음이 불분명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남기지 못하는 문제가 도드라졌습니다. 거의 10년 전이니 신인일 때에 이야기죠.

아마 최초의 사극 출연일 거라 생각되는 '대장금'에 의녀 '열이' 역으로 출연했을 때도 부정확한 발음 문제는 눈에 띕니다. 은밀하게 내의원에서 음모를 진행시키는 머리 좋은 열이는 장금이를 위기에 빠트리기도 하고 최상궁을 몰락하게 하는데 기여하기도 하는 속을 알 수 없는 역할이었지만 그때까지도 많이 미숙한 모습을 보였었지요. 대신 인상적인 역할로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게 됩니다.


'굳세어라 금순아'에서는 극중 금순(한혜진)의 의붓 언니로 동생이라는 것도 모르는 채 사랑의 라이벌이 되는, 악역 아닌 악역을 맡아 인기를 끌었습니다. 깍쟁이같은 이미지의 도시 여성 느낌이었지만 2007년 출연한 '연개소문'에서 고소연 역할을 맡으며 연기자로서 많은 성장을 이룬 듯 합니다. 그리 역을 잘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던 이세은이 다른 배우가 되어 있더군요.

고령이 된 연개소문과 고소연 부부를 연기할 땐 예전엔 볼 수 없던 분명함 발음과 억양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어 반갑더군요. 인형같이 예쁜 외모에 만족해 연기자로서의 성장을 등한시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베테랑 연기자들도 어려워한다는 사극에 적응해 누구 보다 빨리 두각을 드러내는 듯 합니다. 현대극 출신의 다른 배우들이 배워야할 모습이죠.

한동안 'KBS 근초고왕'은 사서 이외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요서 경략에 대한 기록은 종종 있으나 '어떻게'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으니 한동안 완전한 창작에 치중하는 셈이죠. 그동안의 이야기를 충분히 즐겨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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