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욕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 살기어린 백인기의 섬뜩한 경고

Shain 2011. 1. 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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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인생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살면 그만이지만 망가진 아이들의 슬픔은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MBC 욕망의 불꽃' 주인공 부부들은 재산을 위해 못난 짓도 마다하지 않지만 뒤쳐진 재벌 3세들의 모습은 어쩐지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어 보입니다. 가장 순수하고 착실한 민재(유승호) 마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출생의 비밀 - 친모 뿐만 아니라 친부가 따로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 - 에 여린 심성이 주눅듭니다.

백인기(서우)는 자신의 친어머니가 누구인지 알게 된 후 감당하기 힘든 충격의 연속입니다. 양어머니인 줄 알고 고마워했던 윤정숙(김희정)은 자신을 직접 버린 이모였고 민재와 자신을 떼어놓으려 발악하던 윤나영(신은경)이 자신의 어머니란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입니다. 엄마의 동서 남애리(성현아)와 바람난 친부 박덕성(이세창)까지 알게 되면 백인기는 미쳐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들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며 멈출 줄 모르고 달려갑니다. 김태진(이순재) 회장은 자식들의 갈등을 조롱하며 신처럼 그들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가장 똑똑해 남부러울 것 없던 두 아들 영준(조성하)과 영민(조민기)는 반으로 갈라진 대서양 그룹을 두고 노골적인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영민은 아버지의 유언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아들을 조종하려 합니다.

형제나 부모 자식이 싸우는 경우는 하찮은 이익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거울인듯 자기의 단점을 상대에게서 보기 때문일 거라 합니다. 같은 욕망을 가지고 갖은 야망을 가지고 달리기 때문에 누구 보다 가족의 욕망을 잘 알아볼 수 있어 더욱 분노하게 된다고 합니다. 백인기와 민재는 숨겨진 자신의 가장 경멸스러운 모습을 부모에게서 보고 있습니다.



엄마를 반쯤 닮은 딸과 아빠를 반쯤 닮은 아들

아내가 아닌 여자에게서 자식을 얻었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아이를 얻었든 간에 아버지는 본능적으로 아들이 자신을 닮길 바란다고 합니다. 자신의 핏줄임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생김새도 성격도 닮고 나중에는 자신의 업적이나 뜻을 이어갈 수 있는 아들을 얻는다는 것은 동물적인 본능이기도 하고 대를 이어 영원히 사는 길이기도 합니다. 애인 양인숙(엄수정)을 모른체 하며 윤나영과 공조해 얻은 외동아들은 야망을 완성하는 첫단추입니다.

그런 민재가 자신의 친아들이 아닐 지 모른다는 송진호(박찬환)의 도발은 김영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자신의 혈연을 보고 싶은 아빠의 본능을 자극한 송진호의 마음 한구석에도 아들을 얻고 싶은 본능이 있을 지 모릅니다. 할아버지 김태진의 총애를 받으며 자신을 쏙 빼어닮은 듯 순진하고 착실하기만 한 민재가 자신의 아들이라 믿고 싶지만 순간순간 송진호의 비웃는 얼굴이 떠올라 견딜 수 없습니다.


백인기의 어린시절은 윤나영의 판박이였습니다. 독한 성격까지 쏙빼닮은 백인기는 돈을 벌어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오기로 아버지가 살인자란 사실을 견디지 못해 양어머니 윤정숙의 곁을 떠납니다. 자신의 과거 때문에 안좋은 소문이 돌고 거친 행동으로 악명을 떨치지만 최고의 여배우로 성공하는 그녀의 집념은 윤나영의 딸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나영은 자신을 닮은 인기의 모습에 반가움을 느끼기 보단 밟아버려야할 싹으로 느낍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야망을 완성하기 위해 뜻을 거역하는 아들을 방해물로 느끼고 있습니다. 윤나영 역시 일부러 외면한 딸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장애로 여겨집니다. 영민은 민재의 진심을 잘은 모르지만 미래를 위해 참고 따라오라 경고합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버린 딸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뻔뻔하게 모른척합니다. 부모에게 모성과 부성이 있다는 막연한 믿음은 사실 틀린 정보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슬픈 이별을 한다

백인기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려드는 엄마를 본능으로 이해하는 것같습니다. 늘 내가 윤나영이라면 나를 짓밟았을 거라고 이야기했던 백인기는 재벌가의 며느리로 자리잡기 위해 친딸을 외면하고 낳지도 않은 민재를 애지중지하는 나영을 한눈에 알아본 유일한 적수였습니다. 나영과 다른점이 있다면 인생을 바꿀 만큼 마음 두고 사랑한 남자가 있다는 점입니다.

나영은 전부터 나치게 아버지를 증오했습니다. 어머니는 자살한 거라며 태진의 아들 영준과 사랑에 빠진 윤정숙을 다그치기도 했습니다. 김태진의 며느리가 되려 했던 건 자신의 욕망 때문이기도 하지만 복수 때문이라 합니다. 이십년 넘게 앞만 보고 달려온 나영의 야망이 끝을 보지 못하고 멈출 리 없으니 누군가는 다칠 수 밖에 없습니다. 나영의 아버지가 죽고 양인숙이 죽고 진구(조진웅)가 죽어야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평생 원하던 단한사람의 사랑, 민재가 자기 동생이라는 걸 알고 거짓말로 떠나보내려던 인기는 나영을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닙니다. 지옥까지 함께 갈 거라며 독기어린 말을 내뱉는 백인기의 슬픔을 나영은 받아줄 수 없겠죠. 그렇지만 끝까지 나영을 엄마라 부르지 않고 '아줌마'라 부르는 인기는 연인의 엄마를 친엄마로 인정할 수도 없고 뜻을 잘 알기에거스를 수도 없습니다.

영준은 정숙에게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고백을 남기고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누군가의 음모인지 사고사인지 알 수 없지만 영준의 사고는 영민과 나영의 운명을 또한번 뒤집어놓을 것입니다. 나영은 민재를 더더욱 빼앗길 수 없어 자신의 손으로 인기를 더욱 다그칠 것입니다. 엄마도 딸도 서로에게 지지 않겠다 맞서지만 둘중 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서글픈 이별을 해야 합니다. 버림받은 두 아이들의 운명이 곧 결정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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