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욕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 나영의 악행이 인기있는 이유

Shain 2011. 2. 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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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견디며 남의 아들까지 키워준 윤나영(신은경)의 야망이 민재(유승호)의 유산 상속으로 이루어지는가 했더니 쉽게 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밖으로는 남애리(성현아) 집안의 개입으로 김태진(이순재) 회장은 노망난 척 이빠진 호랑이인 양 자식들까지 속이며 그룹 사수에 들어갑니다.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준 왕들이 그랬듯 아들 영민(조민기)를 충동질해 직접 자를 수 없는 '공신'들을 그룹에서 내보내기도 합니다.

안으로는 민재의 친엄마인 양인숙(엄수정)이 애를 먹이는가 싶더니 영민이 민재에 대한 의심 때문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나영이 영민과 결혼하려 인생을 망가트렸던 친언니 윤정숙(김희정)은 시아주버니 영준(조성하)와 사랑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죽었을 거라 애써 믿으며 잊어버렸던 친딸 백인기(서우)는 민재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되어 나영의 앞길을 방해합니다.


대서양 그룹을 가지려고 했던 나영의 야망, 부자가 되겠다는 그 욕망은 처음부터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었을까요. 노력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교훈과는 달리 그녀가 야망을 이루는 길은 천륜을 어기고 도덕을 어기는 길일 뿐입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도 나영에겐 앞으로 해야할 악행이 좀 더 남아 있나 봅니다. 나영의 힘으로는 아들 민재와 딸 인기의 사랑을 도무지 갈라놓을 수가 없습니다.

대서양 그룹 가족들의 불꽃튀는 대결, 부모들의 타오르는 욕심과 달리 순수한 민재와 인기의 눈밭 프로포즈는 아름답게 빛나기만 합니다. 방영하는 동안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민재, 인기의 손가락에 실반지를 끼우며 사랑을 고백한 민재는 결혼할 수 없다는 인기의 대답을 듣지만 서로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게 됩니다. 민재는 오늘 밤 사람들 앞에서 약혼했단 발표를 하게 되겠죠.



인간이 욕망을 성취하는 다양한 방법

온갖 욕심과 야심의 집합체인 나영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희한하게 눈길이 가는 건 그녀가 악행을 통해서라도 시원시원하게 목적을 이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 있지만 그 욕심을 다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나의 욕심과 야망이 다른 사람과 충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때로 모든 욕망이 성취가능한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윤나영의 욕심처럼 재벌가의 소유주가 되겠다는 욕심은 일부 소수의 사람들만 이룰 수 있는 야심입니다. 가장 약한 적인 언니 윤정숙을 비정하게 밀어내고, 정당한 후계권을 가진 김태진의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을 다치게 하거나 떨어트려야만 얻을 수 있는, 누군가의 불행을 딛고 올라가는 자리입니다.

그녀의 생존은 자신을 잔인하게 버린 박덕성(이세창)의 방식에서 배운 것이기도 합니다. 자식가진 애인까지 해꼬지하는 돈의 더러움을 직접 맛보았으니 윤나영은 못할 짓이 없습니다. 딸의 뺨을 세게 내려치며 재산을 물려받을 아들 민재를 보호하는 나영은 미친듯이 아들에게 집착합니다. 그녀의 광기는 20년 넘게 버린 딸의 '섹스 비디오'까지 유출했으면서도 멈출 줄을 모릅니다. 모든 것이 공개되면 남는 건 파멸 뿐이겠지요.


물론 인간의 모든 욕망이 더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인기와 민재가 서로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 그들의 욕망도 양인숙이 아들을 되찾고 싶었던 마음도, 불륜이라는 손가락질에도 서로를 포기할 수 없는 정숙과 영준의 사랑도, 이루어질 수 있든 없든 간에 소중한 욕망인 것이 분명합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후계자가 되어 승리하고 싶다는 대서양 가족들의 욕망도 모두 부당하다고 할 수 만은 없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은 부분 자신이 원하는 걸 체념하고 살아갑니다. 혹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를 입히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위해 연인을 위해 미래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숨겨진 많은 욕망들이 활활 타오르기도 전에 사람들 마음 속에서 사그라듭니다. 모든 한계를 깨부수고 위로 올라가려는 나영의 끝없는 욕심은 사람들에게 숨겨진 체념과 욕망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지독한 일들, 욕망을 이루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현실세계에도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애리의 약점을 쥐기 위해 박덕성을 시켜 불륜 장면을 촬영한 윤나영처럼 한 중견재벌 며느리가 자신의 손아랫 동서와 시누이 남편이 불륜이란 걸 알아내고 심부름 센터를 시켜 두 사람의 개인정보를 조사했다고 합니다. 재산을 위해 가족도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곤 하니 인간의 욕망은 어떻게 뻗어나갈 지 모를 일입니다.



악행의 대가는 딸의 목숨일까

누구나 알고 있는대로 과한 악행은 법의 처분을 받습니다. 때로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아 처벌받지 않는 죄(예를 들어 나영이 언니의 인생을 망가트린 것, 양인숙의 아이를 몰래 입양한 것 같은)가 있다 치더라도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은 죄지은자의 목숨을 단축시키기도 하고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하기도 합니다. 나영은 자신의 욕망이 이루어지지 못해 안달을 내기도 하지만 민재와 인기 때문에 눈물을 흘립니다.

백인기와 윤나영의 갈등이 극에 달한 'MBC 욕망의 불꽃' 시청률은 어제 방송으로 20.8%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야망의 실현을 위해 딸을 버리고 언니를 망가트리고 아버지의 목숨까지 거둔 악녀 윤나영, 그녀와 백인기의 서슬퍼런 대결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백인기의 윤나영에 대한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지만 윤나영은 절대 그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평생 꾸려온 자신의 모른 것을 버릴 수 없이 때문이죠.


영준과의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언니 정숙에게 사랑한다면 차지해버리라고 말하는 나영은 사랑이든 재산이든 지위든 원하는 것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얻고 싶은 본능이 최고조에 달한 인물입니다. 그녀가 지나간 길은 상처 밖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송진호(박찬환)가 강도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후 민재가 친아들인지 아닌지 알 길 없는 영민은 조금 더 냉정하게 아들을 대합니다. 자신이 남의 자식이라 확신하는 민재는 나영만 아니면 집을 나갈 기세로 반항을 계속 합니다. 윤나영은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루고 자신의 악행을 뒤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딸의 죽음이든 아들의 실종이든 인연을 거스른 욕망엔 나쁜 결과가 뒤따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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