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욕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 경고, MBC 어떻게 하나

Shain 2011. 2. 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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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드라마 'MBC 욕망의 불꽃'이 또한 번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고 합니다(2월 24일). 비윤리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방송했고 지나친 간접광고를 넣었다는 부분으로 지적을 받았다고 하는데 아침 드라마인 'MBC 주홍글씨' 역시 비윤리성을 문제로 '주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KBS 드림하이'는 미성년자 납치, 협박 그리고 특정 어플리케이션 반복 노출 등으로 '주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성인용 방송 시간대에 방영되는(10시 이후) 욕망의 불꽃에 대한 두번째 처분은 과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최근 MBC 드라마의 경향성과 두드러진 PPL[각주:1] 광고를 생각하면 한번쯤 경고 처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늦은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방송 3사를 모두 합쳐 비싼 자동차나 스마트폰 광고가 삽입되지 않은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MBC가 더욱 심했다는 뜻입니다.


작년 1월 개정된 방송법으로 드라마 상에 간접광고 특히 로고나 상품명이 들어간 광고까지도 가능해졌습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제작비가 모자란 드라마들은 수없이 많은 PPL을 삽입했고 'SBS 시크릿 가든'의 경우 CF 보다 멋진 현빈의 자동차 장면으로 눈길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최근 방영되는 대부분의 오락 프로그램, 현대극은 자연스럽게 광고를 삽입하려는 노력 때문에 드라마가 아니라 CF를 보는 기분이라는 평까지 듣고 있습니다.

최근 MBC의 많은 드라마들이 PPL시비, 막장 시비가 붙어 갑자기 왜 이런 드라마들이 증가하는지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고 비난하는 분들도 많지만, 올해초 허가난 종합편성채널의 오픈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MBC의 선택은 '옳은' 선택은 아니지만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종편채널이 생긴 후엔 심해지면 심해졌지 좋아지진 않는다는 뜻인데다 시청자들이 포기하고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는 뜻이죠.



MBC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막장 드라마 뿐

우리 나라의 국영방송, 민영방송, 민간방송(상업방송)은 시청자 입장에선 그닥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케이블 채널이 아닌 메인 방송사, KBS, MBC, SBS 모두 방송광고를 도입하고 있고 KBS는 수신료를 걷고 있긴 하지만 역시 광고가 수입의 일부를 차지합니다. SBS는 처음부터 민간방송으로 출발했고 KBS는 국영방송이었다 공영으로 전환되었고 MBC는 민간방송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방통위와 방문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입니다.

그중에서도 MBC는 공영방송이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수입을 얻는 특이한 형태로 수신료 없이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수익 증대를 위해 시청률에 목매면서도 프로그램의 공익성까지 생각해야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방송국이 되어버렸지요. SBS가 출발부터 민간방송이라 광고 수입이나 시청률에만 의존했던 것과는 다른 입장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BBK 의혹과 삼성, 광우병 문제를 취재한 MBC가 어떤 형태로든 보복을 당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은 정확히 적중했고 이는 현정부 이전에는 광고 수익 1위를 달성하던 MBC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나라당은 드러내놓고 민영화 전환을 언급했고 방문진은 새로운 사장을 선임하기에 이릅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문에 대부분의 방송사가 광고가 줄었다지만 유독 MBC의 타격이 컸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종합편성 채널을 추가하면서 제일 먼저 대두된 문제가 그들의 운영비를 과연 어디서 뽑을 것이냐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현재 한국 방송시장의 광고는 더 이상 추가로 투여할 수 있는 자본이 없습니다. 방송 3사와 케이블 일부가 쥐고 있던 광고를 종편 채널에 나눠줘야 하는 형편이죠.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2010년 PPL 규제를 풀었고 종편채널 사업자들은 중간광고를 비롯한 관련 법들을 풀어달라 요구중입니다. KBS 발빠르게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SBS는 처음부터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움직였으니 현행법 그대로 PPL이나 중간광고를 활용하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이러지도 못하는 MBC의 입장입니다. '정부나 광고주의 영향을 받지 않고 국민에게 독립되고 공정한 정보와 양질의 프로그램을 서비스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영방송이 종편채널과의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고 좀 더 많은 돈을 벌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적자로 돌아서 드라마 제작 자본도 부족한데 오락 프로그램은 계속 해서 시청률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시청률이 안나온다는 핑계로 공영방송의 책임임 시사 프로그램 'W', '뉴스 후'도 폐지했습니다. 수익 증가를 외치는 신임 사장 앞에서 가장 자본이 적게 들면서도 '히트할' 가능성이 높은 드라마는 역시나 선정성 높은 막장 드라마 뿐이라는 답이 나옵니다.



MBC는 공영방송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MBC가 민간방송으로 돌아서느냐 공영방송으로 남느냐가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문제로 보이겠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그게 그렇지만은 않죠. 영국 BBC는 지난번에도 설명드린 바와 같이 비싼 수신료(일년 36만원상당)를 받고 있지만 대신 PPL 규제가 강해 어린이 프로그램이나 수신료로 제작된 프로그램은 PPL을 허가하지 않고 사용하더라도 P 마크를 삽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PPL로부터 시청자를 보호하는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또 BBC는 공영방송으로 그 프로그램의 질이 높기로도 유명하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로도 신뢰를 얻고 있는 방송국입니다. 국민들에겐 이런 공영방송의 존재가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사회 소외층에 대한 특별 프로그램도 옴부즈맨 프로그램도 시사 교양 프로그램도 책임지고 제작해주는 곳들이 이들 공영방송이고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권력층에 대해 조사하는 곳도 이들 공영방송입니다.


아랍권의 대규모 시위 사태를 면면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독재자들이 교묘하게 관영방송 등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장을 유리하게 선전해왔다는 걸 알게 되실 것입니다. 방송국이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고 있다는 이탈리아의 이야긴 두말할 것도 없죠. MBC가 그동안 그 역할을 제대로 해왔느냐에 대한 점수는 다른 차원의 문제겠지만 일단 KBS와는 또다른 성격의 공영방송으로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분명 MBC 뿐만 아니라 PPL은 타 방송국도 큰 문제입니다. 시청률을 선점하기 위한(부정할 수 없는 건 이런 드라마들이 시청률이 높다는 점)막장 드라마 논란은 MBC 보다 상대 방송국이 더 심각할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MBC의 행보가 아쉬운 건 요즘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얼굴을 요즘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일 것입니다. 종편 채널이 방영되기 시작하면 점점 더 이 논란은 가열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1. Product Placement의 약칭이다. 영화나 드라마 화면에 기업의 상품을 배치해 관객들의 무의식 속에 그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심는 간접광고를 통한 마케팅 기법 (다음 백과사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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