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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종은 허수아비 왕으로 즉위 말에 외척을 내치고 조세 개혁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인물입니다. 당시 민란과 국정 혼란으로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신하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강화도에 살던 철종의 첫사랑 양순은 왕실에 의해 독살당했다고 합니다. 천민이라 궁에 들일 수 없고 들여도 중전이나 후궁에게 방해가 될 게 분명하니 살려둘 수 없었을 것입니다.
19세에 왕위에 올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철종의 이야기가 수탈당하는 백성들과 맞물리는건 계급 사회였던 조선이 얼마나 제 기능을 못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적인 개념의 복지와 민생에 대한 철학이 없어도 수탈이 극심하면 사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음을 모르지 않을텐데 권력의 단맛에 빠진 세도가들은 백성의 고혈을 한푼이라도 더 뜯어내기 바빴습니다.
드라마 '짝패'의 주인공들이 태어난 시기는 1840년 헌종 시기입니다. 극중 아이들의 나이가 15세라 하니 현재는 1855년경 철종 즉위 6년후 쯤일 것입니다. 계속 강화도에 살았으면 아무것도 아닌 그냥 왕족으로 죽었을 철종, 그에게는 '민란이 가장 많았던 시기의 왕'이란 별명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민란은 철종이 죽기 한해 전인 1862년 절정에 달했고 63년 고종이 등극한 후에도 이어지게 됩니다.
흔히 이 시기의 문제점으로 일컬어지는 '삼정의 문란'이라고 하면 전정(田政), 군정(軍政), 환곡(還穀)에 얽힌 부정과 비리를 뜻합니다. 각기 정당하게 백성에게 징수해야할 세금에 억지 세금을 붙여 아전이나 현감 등이 부당 이익을 취한다는 뜻인데 가지지도 않는 땅에 세금을 걷고 기저귀찬 아이에게 군포를 걷는 등(황구첨정) 그 방법이 워낙 다양해 현대인들도 혀를 내두릅니다.
흔히 조선 시대는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던 시대라고 생각하지만 조선 후기에는 돈으로 산 양반이 늘어나 모든 양반이 귀한 대접을 받던 것도 아니고 가난하고 힘없는 양반들은 몰락하여 천민들과 비슷한 대접을 받곤 했습니다. 동녀(진세연)가 기생집에서 받는 구박이나 금옥(김소현)이 거지아이 도갑(최우혁)에게 이년저년 소리를 듣는 것도 길에서 김진사(최종환)가 돌팔매를 맞는 것도 시대상을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달이(이선영)가 현감(김명수)을 저격한 일 때문에 용마골의 모든 포수들이 잡혀가고 고문을 당합니다. 그러나 그 어느 포수도 용의자를 지목하지 않습니다. 막순(윤유선)이 일하는 주막집 주모의 말대로 현감은 이미 마을 사람들에게 '오살할 놈'이란 욕을 듣고 있는 처지였습니다. 있지도 않은 세금을 부과해 사람들을 고문해 죽이는 양반이 대접받기란 애초에 글러먹은 것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현청을 공격하고 백성들에게 총을 쏘는 관군과 대적하는 강포수(권오중)와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현감이 도망간 현청을 습격해 불사르고 옥문을 열고 평소 백성들을 두들겨 패며 뜯어먹던 육방관속(六房官屬)들을 응징하는 그들은 자신들은 난적이 아니라 착한 백성들이라 이야기합니다. 백성들의 고혈을 뜯어먹고 달아난 현감이야 말로 난적의 수괴라 말하는 그들의 외침은 어쩐지 측은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굶고 지친 백성들의 민란을 싫다할 사람들은 양반네들에게 얻어먹고 사는 노비들과 아전들 말고는 없습니다. 집안을 뒤져 먹을 것을 추려가는 거지패들을 바라보는 업득네(라미란)나 친아들 귀동(최우식)을 몰래 양반가의 자제로 숨겨둔 막순 정도나 양반네의 우환을 걱정해줄 뿐입니다. 지배하는 사람들이 강요하는 기존의 조선 질서를 백성들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강포수를 따라 끝까지 남아 관군과 대적하기로 한 천둥은 도망치던 김진사와 마주칩니다. 마을 사람들의 분노를 피해 숲 속으로 숨어든 김진사를 발견한 천둥은 스승님의 원수라며 김진사에게 칼을 들이댑니다. 당시 질서로 보아 분명 그 지방엔 안핵사가 내려와 민란을 다스릴 것이고 강포수와 천둥은 쫓기는 몸이 될 것입니다. 서로가 핏줄임을 모르는 김진사와 천둥은 서로를 해치려 들 것이 분명합니다.
부패한 관청과 양반에 대한 서글픈 분노, 사또를 총으로 쏘아버린 달이의 모습이 속시원한 것처럼 울부짖는 백성들의 거사도 불안하지만 감동적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왜 백성들의 원성을 정확히 알아보는 위정자가 드문 것일까요. 민란은 대항하는 백성을 범죄자로, 난적으로 만드는 세상에선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조선시대에 수없이 많은 민란이 일어났지만 한번도 성공한 민란이 없습니다. 민란의 원인과 상황을 분석해서 조정에 보고해야할 책임을 가진 안핵사(按覈使)가 오히려 관리와 결탁해 백성을 수탈했던 사례도 없잖아 있습니다. 억울한 사람들만 그 민란의 책임을 지고 참수를 당하거나 죽어갔던 기억,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할 군졸들이 사람들에게 총을 쏘며 위협하던 이야기들은 끔찍스러운 조선 후기의 시대상입니다.
드라마 '짝패'는 그 무겁고 힘겨운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결코 유머러스한 감각을 잃지 않고 드라마를 이끌어 갑니다. 두들겨 패고 뜯어먹는 장꼭지(이문식)과 끼니 마다 밥한톨이 아쉬운 거지패들의 이야기는 서민들을 짓눌러 윗놈의 배를 불리는 시대상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지 주제에 첩까지 둔 장꼭지와 그의 아들 도갑, 작은년(안연홍)이 자루들고 닭을 훔치는 모습은 빌어먹기도 귀찮아 공것을 날로 먹어보자는 가진 자의 욕심과 다를 바 없습니다.
동녀를 기생집에서 구하겠다며 기생으로 곱게 분장한 귀동의 모습은 더욱 익살스럽습니다. 운심이라고 여장한 자신에게 고운 이름까지 붙인 귀동은 자신의 앞모습이 완벽하다며 '앙증맞고 귀엽다'고 스스로를 평가합니다. 자신의 집안을 '더러운 가문'이라 할 정도로 진지한 청년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넉넉하기만 하지요. 이런 캐릭터들이 '짝패'의 무게감을 덜어주는 일등 공신입니다.
김진사의 아내 권씨가 멍청한 현감 동생을 무고하다 평가하듯이 감사 앞에서 아픈 척 말도 못하는 척 연기하는 현감이 자신의 죄를 뉘우칠 리는 없습니다. 그런 양반네들을 상대하는 천민과 백성들의 힘은 시대를 넉살 좋게 시대를 감내하는 배포 밖에 없을 것입니다. 벌써부터 천둥이 아래(我來, 내가 왔다)라는 정체불명의 의적패가 되어 재등장하는 모습이 기다려집니다.
19세에 왕위에 올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철종의 이야기가 수탈당하는 백성들과 맞물리는건 계급 사회였던 조선이 얼마나 제 기능을 못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적인 개념의 복지와 민생에 대한 철학이 없어도 수탈이 극심하면 사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음을 모르지 않을텐데 권력의 단맛에 빠진 세도가들은 백성의 고혈을 한푼이라도 더 뜯어내기 바빴습니다.
드라마 '짝패'의 주인공들이 태어난 시기는 1840년 헌종 시기입니다. 극중 아이들의 나이가 15세라 하니 현재는 1855년경 철종 즉위 6년후 쯤일 것입니다. 계속 강화도에 살았으면 아무것도 아닌 그냥 왕족으로 죽었을 철종, 그에게는 '민란이 가장 많았던 시기의 왕'이란 별명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민란은 철종이 죽기 한해 전인 1862년 절정에 달했고 63년 고종이 등극한 후에도 이어지게 됩니다.
흔히 이 시기의 문제점으로 일컬어지는 '삼정의 문란'이라고 하면 전정(田政), 군정(軍政), 환곡(還穀)에 얽힌 부정과 비리를 뜻합니다. 각기 정당하게 백성에게 징수해야할 세금에 억지 세금을 붙여 아전이나 현감 등이 부당 이익을 취한다는 뜻인데 가지지도 않는 땅에 세금을 걷고 기저귀찬 아이에게 군포를 걷는 등(황구첨정) 그 방법이 워낙 다양해 현대인들도 혀를 내두릅니다.
조선팔도는 바야흐로 민란의 시대로
흔히 조선 시대는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던 시대라고 생각하지만 조선 후기에는 돈으로 산 양반이 늘어나 모든 양반이 귀한 대접을 받던 것도 아니고 가난하고 힘없는 양반들은 몰락하여 천민들과 비슷한 대접을 받곤 했습니다. 동녀(진세연)가 기생집에서 받는 구박이나 금옥(김소현)이 거지아이 도갑(최우혁)에게 이년저년 소리를 듣는 것도 길에서 김진사(최종환)가 돌팔매를 맞는 것도 시대상을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달이(이선영)가 현감(김명수)을 저격한 일 때문에 용마골의 모든 포수들이 잡혀가고 고문을 당합니다. 그러나 그 어느 포수도 용의자를 지목하지 않습니다. 막순(윤유선)이 일하는 주막집 주모의 말대로 현감은 이미 마을 사람들에게 '오살할 놈'이란 욕을 듣고 있는 처지였습니다. 있지도 않은 세금을 부과해 사람들을 고문해 죽이는 양반이 대접받기란 애초에 글러먹은 것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현청을 공격하고 백성들에게 총을 쏘는 관군과 대적하는 강포수(권오중)와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현감이 도망간 현청을 습격해 불사르고 옥문을 열고 평소 백성들을 두들겨 패며 뜯어먹던 육방관속(六房官屬)들을 응징하는 그들은 자신들은 난적이 아니라 착한 백성들이라 이야기합니다. 백성들의 고혈을 뜯어먹고 달아난 현감이야 말로 난적의 수괴라 말하는 그들의 외침은 어쩐지 측은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굶고 지친 백성들의 민란을 싫다할 사람들은 양반네들에게 얻어먹고 사는 노비들과 아전들 말고는 없습니다. 집안을 뒤져 먹을 것을 추려가는 거지패들을 바라보는 업득네(라미란)나 친아들 귀동(최우식)을 몰래 양반가의 자제로 숨겨둔 막순 정도나 양반네의 우환을 걱정해줄 뿐입니다. 지배하는 사람들이 강요하는 기존의 조선 질서를 백성들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강포수를 따라 끝까지 남아 관군과 대적하기로 한 천둥은 도망치던 김진사와 마주칩니다. 마을 사람들의 분노를 피해 숲 속으로 숨어든 김진사를 발견한 천둥은 스승님의 원수라며 김진사에게 칼을 들이댑니다. 당시 질서로 보아 분명 그 지방엔 안핵사가 내려와 민란을 다스릴 것이고 강포수와 천둥은 쫓기는 몸이 될 것입니다. 서로가 핏줄임을 모르는 김진사와 천둥은 서로를 해치려 들 것이 분명합니다.
부패한 관청과 양반에 대한 서글픈 분노, 사또를 총으로 쏘아버린 달이의 모습이 속시원한 것처럼 울부짖는 백성들의 거사도 불안하지만 감동적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왜 백성들의 원성을 정확히 알아보는 위정자가 드문 것일까요. 민란은 대항하는 백성을 범죄자로, 난적으로 만드는 세상에선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드라마의 무게감을 조율하는 거지패와 귀동
조선시대에 수없이 많은 민란이 일어났지만 한번도 성공한 민란이 없습니다. 민란의 원인과 상황을 분석해서 조정에 보고해야할 책임을 가진 안핵사(按覈使)가 오히려 관리와 결탁해 백성을 수탈했던 사례도 없잖아 있습니다. 억울한 사람들만 그 민란의 책임을 지고 참수를 당하거나 죽어갔던 기억,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할 군졸들이 사람들에게 총을 쏘며 위협하던 이야기들은 끔찍스러운 조선 후기의 시대상입니다.
드라마 '짝패'는 그 무겁고 힘겨운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결코 유머러스한 감각을 잃지 않고 드라마를 이끌어 갑니다. 두들겨 패고 뜯어먹는 장꼭지(이문식)과 끼니 마다 밥한톨이 아쉬운 거지패들의 이야기는 서민들을 짓눌러 윗놈의 배를 불리는 시대상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지 주제에 첩까지 둔 장꼭지와 그의 아들 도갑, 작은년(안연홍)이 자루들고 닭을 훔치는 모습은 빌어먹기도 귀찮아 공것을 날로 먹어보자는 가진 자의 욕심과 다를 바 없습니다.
동녀를 기생집에서 구하겠다며 기생으로 곱게 분장한 귀동의 모습은 더욱 익살스럽습니다. 운심이라고 여장한 자신에게 고운 이름까지 붙인 귀동은 자신의 앞모습이 완벽하다며 '앙증맞고 귀엽다'고 스스로를 평가합니다. 자신의 집안을 '더러운 가문'이라 할 정도로 진지한 청년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넉넉하기만 하지요. 이런 캐릭터들이 '짝패'의 무게감을 덜어주는 일등 공신입니다.
김진사의 아내 권씨가 멍청한 현감 동생을 무고하다 평가하듯이 감사 앞에서 아픈 척 말도 못하는 척 연기하는 현감이 자신의 죄를 뉘우칠 리는 없습니다. 그런 양반네들을 상대하는 천민과 백성들의 힘은 시대를 넉살 좋게 시대를 감내하는 배포 밖에 없을 것입니다. 벌써부터 천둥이 아래(我來, 내가 왔다)라는 정체불명의 의적패가 되어 재등장하는 모습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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