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짝패

짝패, 분노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Shain 2011. 2. 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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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세계 타전된 리비아의 유혈 사태, 시위대에 군대가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는 소식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우기 시민에게 발포하길 거부했다 처참하게 화형당한 여섯 군인의 동영상은 인간이 권력 앞에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 지 끔찍하기 짝이 없단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집트에서도 시위 중 수백명이 죽었지만 이후 경찰과 군인은 시위대 공격을 거부했습니다.

리비아 군인들은 용병까지 동원해 국민들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42년 카다피 정권은 이제 시민들의 피 앞에 무너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과 이집트의 혁명은 그들의 독재자를 몰아내게 만들었고 두 나라에 새로운 질서를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불기 시작한 개혁의 바람은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수백명이 참가한 소규모 기습 시위가 있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언어도 역사도 다른 우리 나라 사람들이 그들의 시위와 민주화에 공감하고 기뻐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이집트 군부가 발포 거부했단 소식에 왜 안심하게 되었을까요. 독재, 부정부패와 빈부 격차, 생활의 곤란을 참지 못한 그들이 혁명을 일으켰단 것이 반가운 것인지 그들의 심정에 동감하고 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동시에 걱정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과일 노점상이 벌금 때문에 분신자살을 해야하는 형편인데 튀니지 벤 알리의 딸과 사위는 호화로운 별장에서 각종 사치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빼돌린 재산에 화가난 국민들은 벤 알리의 부인 별장을 불태웠습니다. 물가는 높고 극빈층 사람들은 전기나 수도 조차 쓸 수 없는 가난에 시달리고 청년들은 40% 가까운 실업률에 허덕이고 있는데 정부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선전해왔습니다.

민주주의가 무언지도 모르고 살았지만 우리 땅의 사람들도 한 때 '민란'을 일으켜야 했던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었습니다. 허수아비 임금은 정치도 모르고 옥새를 찍어대고 세도 정치에 바쁜 양반들은 백성의 고혈을 짜내 제 배를 불리느냐 민생을 살피지 않으니 백성들은 배곯지 않으려 노비가 되고 거지가 됩니다. 그거 조차 못해 일년 내 번 돈을 몽땅 뜯기면 굶어죽으나 맞아죽으나 똑같으니 낫자루를 손에 쥐게 되는 것입니다.



맞서 싸울 수 밖에 없는 네 아이의 운명

사람사는 곳이 다 똑같기에 견디기 힘든 슬프고 마음아픈 일들이 일어나는 건 비슷합니다. 거기에 험한 꼴 당하며 살던 신분낮은 천민들은 수탈당하는 삶을 당연한 줄 알고 받아들이곤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높은 자들이 사람들을 길들이는 법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에게 과한 환곡을 부과하면 처음에는 반발하지만 그들 중 돈내놓을 수 없다고 반항하는 사람은 얻어맞거나 죽음을 면치 못합니다.

관에 의해 무고한 백성이 죽어나가도 잘못된 일이라 나서는 양반과 백성이 없으니 힘없는 사람들은 찍소리 못하고 무거운 세금을 받아들입니다. 풍년이라도 들면 다음해 먹을 거리 정도는 남길 수 있지만 흉년이 든 해엔 풀뿌리로 연명하는 삶을 살면서도 납부할 돈은 꼬박꼬박 내야 목숨을 부지합니다. 뜯어낸 세금으로 윗사람에게 돈을 주어 백성죽인 일을 무마한 관리들은 손해를 메꾸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요구합니다.

무서운 세상은 백성들에게 단 한가지 진리를 가르쳐 줍니다. 황노인(임현식)의 말처럼 탐관오리는 뒤집어 봐야 그놈이 그놈이니 얻어맞는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순순히 고개숙이며 수탈에 익숙해질수록 관아나 양반가에서 원하는 돈은 늘어나기만 하고 윗전의 힘만 믿고 날뛰는 중간 관리인, 아전, 청지기, 마름들의 횡포는 나날이 심해지기만 합니다.

억지 세금에 항의하던 붓들 아범의 죽음


백정 마을의 붓들은 군포(병역을 대신하는 옷감)를 내지 못해 끌려가고 억지 세금인 우마세를 내지 않았다며 두들겨패는 현감 때문에 붓들아범(임대호)이 형틀에 묶여 죽어가는 처지가 됩니다. 양반가의 젊은 귀동은 그를 구해 보려 하지만 돈에 눈먼 무정한 양반네들은 백성의 눈물도 젊은 도령의 입바른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죄없는 사람을 죽이는 일 따위에 죄책감을 느낄 현감이 아닙니다.

한편 함께 주먹질하던 천둥(노영학)이 심지가 굳고 사내다운 놈이라며 동녀(진세연)를 포기하겠다 선언하는 귀동(최우식), 갖바치 황노인의 제자가 되기로 한 후 강포수(권오중)에게 무술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강포수의 사촌형님인 무지렁이 황노인은 비싼 밥먹고 무술을 배운다며 강포수를 나무랍니다. 달이(이선영)에게 가죽을 다듬고 손질하는 법을 배우는 천둥은 달이에게 갖은 구박을 당하고 있습니다.

행복했던 유년시절의 끝은 슬픈 소식과 함께 찾아옵니다. 어린 귀동은 믿고 따르던 유모 막순이 계모 권씨(임채원)의 명으로 떠나자 어미 잃은 아이처럼 슬퍼합니다. 천둥은 갑자기 생긴 양반 친구 귀동이 자신의 생모인 막순을 소중한 사람이라 소개하자 서글퍼서 어쩔 줄 모릅니다. 갖바치 달이는 가족처럼 지내던 백정 마을의 붓들 아범이 죽고 할아버지가 잡혀가게 됩니다. 동녀는 소두로 나선 성초시(강신일)의 죽음으로 크나큰 운명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위정자는 호민을 무서워한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호민론은 윗사람이 백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호민(豪民)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황노인처럼 시키는대로 받들고 윗사람에게 부림받는 항민(恒民)도 붓들 아범이나 강포수처럼 시키는대로 하되 탄식하며 원망하는 백성인 원민(怨民)은 무서울 것도 없고 두려워할 이유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분노해야할 때 떨치고 일어나는 호민(豪民)이 있어야 윗사람들이 백성을 두려워할 줄 알게 된다고 합니다.

많은 민란이 일어났던 조선 후기, 많은 호민들이 백성들을 이끌고 앞장섰을 때 조선을 바꿔보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학정에 시달리다 지친 사람들은 분노했고 세상을갈아엎자는 전봉준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수탈이 극심했던 마을 수령을 바꿔보고자 탄원도 해보고 애원도 해보았지만 조정은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일어서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의 많은 서글픈 죽음들, 튀니지와 이집트의 혁명이 한 사람의 분신으로 시작되었듯 사람의 죽음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듭니다. 22일 리비아의 카다피는 시위대를 '악마를 숭배하는 자들'이라 비난하고 자신은 퇴진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고 합니다. 그는 사람들의 죽음 앞에 물러나기 보다 전투기와 군용 헬리콥터를 동원해 시민들을 학살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천인공로할 이 모습에 어쩐지 익숙함을 느끼는 건 '역사' 탓일 것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번 중동의 여파가 자신들에게 미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그곳의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시민 발포 명령을 두고 UN안보리가 카다피 정권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많은 국가들이 리비아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전세계의 호민들이 들고 일어날까 두려운 정치인들이 한두명이 아닌듯 하단 생각이 듭니다.

믿고 따르던 스승의 죽음과 양반가에 빼았겼던 어미에 대한 원망, 그리고 부당한 자신의 마을에 눈뜨기 시작한 천둥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귀동과 천둥은 사람들이 바라는 희망, '호민'이 될 운명, 아기장수의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성초시를 죽인 현감(김명수)을 찌르고 달아날 의적 천둥의 미래가 다음주에 결정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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