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짝패

짝패, 아역들이 인기끄는 이유 있다

Shain 2011. 2.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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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연기자들의 촬영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MBC 짝패'의 아역들이 12월부터 고생하며 촬영한 분량이 지금 방영 중에 있습니다. 올 겨울이 여느해 보다 추웠다고 하던데 네 아이들의 그간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는지 점점 시청률이 오르고 있다고 하더군요. 천둥의 아역인 노영학, 동녀의 아역인 진세연은 방송 출연 경험이 있지만 귀동의 아역인 최우식과 달이의 아역인 이선영은 이번이 첫출연이라고 합니다.

경력을 쌓은 베테랑 연기자도 아닌데 첫출연에서 화제를 모으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의바르고 반듯한 자세의 천둥은 '꽃거지'란 별명을 얻었고 물동이에 얼굴을 비춰보는 공주병 아씨 역을 맡은 진세연은 성인 역할 한지혜를 쏙 빼어닮았다는 평을 얻고 있습니다. 배짱좋은 개구쟁이 얼굴의 최우식은 신인답지않은 배포를 보이고 마상총 든 모습이 다부진  달이는 서구적인 외모로 우리 나라 사람이 맞냔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합니다.

'MBC 짝패'의 아역 4인방, 천둥(노영학), 동녀(진세연), 귀동(최우식), 달이(이선영)


전체 32부작 중 총 8회 동안 출연할 이 아역들은 드라마 전체의 이미지를 잡아주는 역할이기도 하지만 초반의 시청률을 그러모을 최고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네 아이들이 한마을에서 티격태격 다투거나 충돌하는 이야기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슬며시 웃음이 나게 합니다. 김운경 작가는 'KBS 황금사과(2005)'에서도 박지빈, 이영아 등의 아역을 출연시켜 드라마의 초반 시청률을 올려놓기도 했었습니다.

드라마 초반부를 인지도 낮은 아역들에게 맡긴게 우려스러울 수도 있지만 김운경 작가는 'KBS 파랑새는 있다(1997)'의 주인공 병달(이상인)처럼 무명이어도 캐릭터에는 적격인 배우를 고르는 눈이 탁월하다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드라마의 색을 조율하는 능력이 좋다는 것인데 12월 중 몹시 급하게 선정했다는 배우 천정명과 이상윤, 한지혜, 서현진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합니다.



웃음을 거둘 수 없었던 최우식의 애드립

MBC '짝패'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드라마 제작 조연출이 고정적으로 글을 올리는 공간이 있습니다. 현장 비하인드 스토리나 미처 대처할 수 없었던 고증의 진실(?) 등을 이실직고하는 이 게시판에는 극본상 소를 끌고 가야하는 장면이었지만 구제역 때문에 소를 단 한마리도 구할 수 없어 말을 끌고 갔다는 웃지 못할 상황, 조선 시대에 한자는 모두 세로쓰기를 했지만 시청자를 의식해 가로쓰기를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올라오곤 합니다.

지난 주 방송분 중 귀동이 동녀 앞에서 잘난 척 하느냐 아이들을 이끌고 귀신이 나온다는 상여막에 가기로 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귀동은 귀신을 잡으면 동녀가 칭찬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방바닥을 홀로 뒹굴다 '이러시면 아니되오, 동녀!'라며 킬킬거립니다. 이 장면이 아역 최우식의 애드립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군요. 임태우 감독도 김운경 작가도 애드립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방영이 된 모양입니다.

조연출은 덧붙여 드라마에서 애드립을 시도하는 이는 황노인 역의 임현식, 강포수 역의 권오중, 그리고 귀동 최우식 단 세사람 뿐이라고 합니다. 임현식은 여러 사극이나 드라마에서 애드립을 자주 넣기로 유명한 배우이자 선배이지만 첫 출연인 최우식의 애드립은 배짱이 좋다 해야할 지 기특하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애드립계(?)의 대선배 임현식씨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이 드라마의 장점은 비참하고 천시받는 천민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표현하기 보다 웃음으로 받아들인다는데 있습니다. 쫄쫄 굶다 못해 오그라든 거지들의 행동거지는 불쌍하기 보다는 웃음이 납니다. 자신을 두들겨 팬 강포수에게 복수하겠다며 동네 거지 꼭지들을 불러 모으는 웃음기 없는 장꼭지(이문식)의 표정과 능청스런 작은년(안연홍)의 연기는 드라마를 시청하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강약을 조율하듯 심상치 않은 사회 분위기와 출생의 서글픔을 묘사할 때는 진지하게 거지패들의 삶을 묘사할 때는 가볍고 해학스럽게 넘어가는 이 방식은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드라마를 생기있게 만들어줍니다. 사회 가장 밑바닥층을 살았던 서민들의 삶이 마음 아프기만 하다면 아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테니까요. 분명 백성들의 삶은 절대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진지한 무게'를 지닌 내용입니다.

탐관오리들의 수탈에 못 이겨 죽어가던 시대의 고통을 벌써부터 무겁게 접근하기 시작하면 드라마는 초반부에 가라앉기 시작할 것입니다. 익살스런 거지패들과 자발맞은 어린 귀동의 재치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줍니다. 왈자패 판술(치우), 장꼭지의 아들 도갑(최우혁), 금옥(김소현) 등도 이 드라마의 약방 감초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아역들에게 깊이 빠져들어야 앞으로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낄 수 있겠죠.



도둑에게도 지켜야할 도가 있거늘

귀동과 천둥, 두 아이는 아기장수의 전설을 타고난 아이들답게 범상치 않게 자라납니다. 거지들 속에서도 걸인의 의를 논하는 천둥이나 양반이면서도 신분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승부를 겨루다 짝패가 되자는 귀동이나 평범한 아이들하고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각자 자신의 환경에 물들어 나쁜 인물이 될 법도 한데 두 사람 모두 올바른 생각을 가진 멋진 아이들로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남자아이들이 싸우면서 큰다지만 싸우고 또 싸우고...


갖바치 황노인의 제자가 되기로 한 천둥은 거지패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됐습니다. 강포수와 도척의 도, 성용의지인[각주:1](聖勇義知仁)을 논하는 천둥은 도척을 성인이라 칭합니다. 그의 앞길이 어떻게 풀려나길 지 알 수 없지만 '의적'으로 살게 될 앞날을 이런식으로 예고하고 있나 봅니다. 천하의 나쁜 놈이라는 도둑에게도 지켜야할 도가 있다는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천둥의 깊은 속마음을 알 길 없습니다.

서로에게 질 수 없어 며칠에 걸쳐 다툼을 하고 주먹다짐 중에 친해진 천둥과 귀동이 신분을 떠나 짝패가 되기로 했다는 건 앞으로의 운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지고 싶지 않아 지쳐쓰러질 때까지 다투는 두 사람은 그만큼 서로를 신뢰하게 될 수도 미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과 처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도둑의 도를 논한 천둥에 맞서 귀동은 아마도 성초시(강신일)의 다른 면을 정신적 지주로 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 우선 집에 뭐가 감춰져 있는지 척 보고 알아야 한다. 이는 성이다. 담장을 넘을 때는 맨 앞에 선다. 용이다. 맨 뒤에 빠져나오는 것은 의다. 장물의 가치를 분별하는 지, 제 몫을 공평하게 나누는 인도 필요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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