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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리갈, 법에도 감정이 존재한다

Shain 2011. 3. 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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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고 그만큼 많은 제도와 법을 만들었지만 법은 모든 사람들을 살펴줄 만큼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엄격한 법적용을 위해 노력하는 법관이 있는가 하면 인간적인 법적용을 위해 노력하는 법관도 있습니다. 즉 법대로 모든 사건을 판단해야한다는 가치관이 있는가 하면 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본래 목적대로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가치관도 있죠.

결국 제도와 법의 적용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늘 완벽할 수는 없고, 때로는 엄격한 법적용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때도 있습니다. USA Network의 미국 드라마 페어리 리갈(Fairly legal)의 전직 변호사 출신 중재인 케이트 리드(Kate Reed)는 양쪽의 사정을 모두 감안해 법적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끌어내도록 노력하는 인물로 '리드앤리드'라는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잘 나가는 샌프란시스코의 변호사가 왜 그 일을 그만 두고 중재인이 되었을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선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최근에 사망한 아버지 테디는 변호사로 로펌 '리드앤리드'의 사장이었고 그의 뒤를 이어 새롭게 로펌을 맡은 새엄마 로렌은 케이트 또래의 젊은 여성으로 역시나 변호사입니다. 그녀의 남동생 스펜서도 변호사였지만 최근엔 잠시 아이를 기르고 있습니다. 케이트의 전남편 저스틴은 현직 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케이트가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가 법조계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인데 케이트는 어쩐지 그들의 '법을 적용하는 방식'을 싫어하는 듯 합니다. 아빠를 대신해 슬픈 마음으로 추스리고 로펌을 경영하는 로렌과 대립하고 자신이 맡은 사건을 두고 전남편과 언쟁을 벌일 때도 있습니다. 그녀가 바라는 '공정한 법'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법이 사람들에게 공정하거나 공평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걸까요.



아름다운 여배우 사라 사이, 다시 돌아오다

페어리 리갈의 두번째 에피소드 중 하나엔 죄도 없이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20년을 허비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변호사와 샌프란시스코 정부는 그의 보상금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그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은 검사는 어쩔 수 없이 중재인 케이트 리드를 투입합니다. 창창한 미래를 보장받고 있었던 한 젊은이가 모든 가능성을 빼앗겼는데 일이백만 달러로 해결이 되느냐 묻는 변호사, 그러나 주 정부는 법률상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맞섭니다.

미드를 즐겨 보시는 분이라면 이 내용이 NBC 드라마 '라이프(Life, 2007)'와 일부분 일치한다는 걸 아실 것입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경찰이 감옥에 가고 누명이 풀려 돌아와 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보상비를 받기는 했지만 떠나버린 아내, 잃어버린 감정은 어떻게 해도 보상이 되지 않습니다. 경찰에 복직해 새파랗게 어린 대니 리즈 형사와 함께 수사하자니 모르는게 많아 얼떨떨하기만 합니다.

데미안 루이스가 맡았던 찰리 크루 형사의 파트너였던 대니 리즈가 바로 이 페어리 리갈의 주인공 사라 사이(Sarah Shahi)입니다. 당시에도 아름다운 외모와 독특한 분위기로 화제가 되었고 아랍계의 공주 혈통이란 이야기가 한때 기사거리가 되기도 했었죠.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사건 해결을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하는 '중재인'의 케이트 리드의 캐릭터가 아주 잘 드러맞습니다.


케이트 리드는 특이한 방법으로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등록합니다. 오즈의 마법사를 향해 걸어가는 도로시의 친구들과 그 테마 음악을 지정 등록해 발신음과 화면만 보아도 누구에게 온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로펌의 비서 리오나르도는 사자로, 가정적이고 따뜻한 남동생 스펜서는 허수아비로, 이혼했어도 주변을 맴돌고 있는 남편 저스틴은 틴맨으로, 그리고 새엄마 로렌은 사악한 마녀로 저장해둔 그녀의 마법사는 바로 아버지 테디 리드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들이라면 당연히 케이트 리드 자신은 도로시라는 이야기가 되겠죠. 노란 길을 따라 함께 걸어나가지만 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신이 갖고 있는 그런 소녀란 뜻입니다. 500달러를 요구하며 카페 주인에게 총을 들이대는 청년과 되도록 적게 손해를 보고 싶은 가게 주인 사이에도 끼어들어 협상을 할 수 있는게 케이트 리드의 자세입니다.

재벌 후계자와 흑인 청년들 간의 자동차 충돌 사고, 같은 차에 탄 두 청년 중 하나는 상대를 향해 총을 들이댔고 운전을 하던 나머지 한 청년 네이썬은 그를 만류합니다. 상대편 차를 향해 총기를 들이대는 행위는 10년형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본인은 어떤 처벌이라도 할 말이 없지만 같은 차에 탔다는 이유로 10년형을 받아야하는 네이썬은 예일대 장학생이자 모범 학생으로 판결을 받아들이기 너무나 억울합니다. 케이트는 그런 결과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도로시라면 동료들과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법정물이지만 가볍게 볼 수 있는 내용

USA Network는 여름 드라마 전문 채널이라 인식될 정도로 가볍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머리 아프지 않은 내용의 드라마들을 다수 방영하는 채널입니다. '번노티스(Burn Notice)'처럼 가벼운 첩보물도 있고 '로열 페인즈(Royal Pains)'처럼 유쾌한 의학물도 있습니다. 페어리 리갈 역시 법정물이지만 그닥 심각한 상황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거나 하지 않습니다. 여주인공 케이트의 사랑과 새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게 풀려나갑니다.

흥미로운 건 한국 내에 맥가이버로 잘 알려진 리차드 딘 앤더슨이 '데이비드 스미스'라는 미지의 인물로 드라마에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새엄마 로렌, 케이트, 남동생 스펜서와 함께 아버지 테디의 재산을 1/4 물려받은 사람이지만 다들 그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한동안 방송 활동을 중단해 은퇴했다는 이야기까지 듣던 배우인데 아직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을 만나고 있는 듯 해 반갑습니다.



케이트의 전남편 역으로 나오는 마이클 트루코(Michael Trucco) 역시 미드 팬들에겐 '배틀스타 갈락티카' 등의 SF 드라마로 잘 알려진 배우인데 메인 캐스트로 확정된 건 간만인듯 하군요. 그를 양철맨이라고 부르는 케이트는 종종 전남편의 성향을 두고 다툼을 벌이기도 합니다. 요트족인 케이트를 노리고 있는 옆집 남자 앤드류와의 삼각관계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대인적 분쟁 해결, 중재인이란 제도가 생소한 편이고 어떤 상황이든 '협상'의 과정으로 몰고가야하는 드라마 구성이 과장되어 보이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자들의 뒷치닥거리를 해주는 '로열 페인즈'의 왕진 의사 행크 로손이 늘 올바른 의료에 대해 고민하듯 '공정한 법'에 대해 고민하는 케이트 역시 대부분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현지의 반응도 괜찮아 추가 에피소드가 주문된 상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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