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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사는 한 도시에 대한 코미디를 찍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그것도 '건전'이나 '상식'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는 풍자 코미디를 찍는다면 'Hi, Seoul'이나 '잔디'를 사랑하는 서울 시장님들은 도시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당장 난리를 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그 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가보지 않은 다른 도시에 대한 이야기니 웃기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그닥 상관없을 것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루저 코미디물'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The Office'처럼 모큐멘터리 형태로 재미를 추구하는 것들도 있고 'Little Brain'처럼 같은 출연자가 여러 역할을 교대로 맡아가면서 연출하는 종류도 있습니다. 'It's Always Sunny in Philadelphia'처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비꼬는 루저물도 인기를 끌고 있죠. 이번에 새로 등장한 코미디 '포틀랜디아(Portlandia)'는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코미디입니다.
포틀랜드엔 90년대의 꿈이 살아 있다네, 타투 잉크가 마를 날이 없지
이 드라마의 시작은 LA에 사는 프레드 아미센(Fred Armisen)과 캐리 브라운스타인(Carrie Brownstein)이 포틀랜드에는 90년대의 꿈이 살아 있다고 '뮤직 비디오'를 찍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아니 대체 90년대가 어땠길래 90년대의 꿈이 살아 있다고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가 싶어 잘 들어봐도 그닥 좋은 점이라 할 수 없는 것들 같기만 합니다. 피어싱이 어땠느니 지구 보호가 어쩌구 저쩌구 서커스가 어땠느니 하는 엉뚱한 이야기로 넘어가버리죠.
미국 오레곤주의 포틀랜드는 상대적으로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미국의 도시들 보다는 낯선 곳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 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에피소드당 3-4개쯤의 작은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이 드라마에서 프레드와 캐리는 다양한 역을 맡아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미드에서 흔히 보기 힘들었던, 포틀랜드 링컨가, 도서관, 포틀랜드 시장사무실, 농장 등지에서 두 사람이 묘사하는 내용은? 그게 쉽게 설명이 안되는군요.
포틀랜드 시장이 포틀랜드를 위한 노래를 작곡해달라고 링컨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는가하면 식당에서 밥을 먹던 부부가 개가 묶여있다고 난리를 치기도 합니다. 여성주의 서점에 책을 사러 들어갔던 손님이 고역을 치루기도 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다 원산지가 궁금해서 농장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뭐 이런 저런 대중없는 내용들인데 무언가를 풍자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아시겠지요.
두 사람은 원래 밴드 출신으로 SNL(Saturday Night Live) 캐스트도 겸했던 만능 엔터테이너 들입니다. 또다른 공동 제작자는 '콜버트 레포트'의 앨리슨 실버맨입니다. 제작비는 백만달러가 들었다는군요. 공동작업으로 이 코미디가 탄생했고 현재 Independent Film Channel(IFC)에서 방영중입니다. 1시즌은 6개 에피소드가 방영되지만 2시즌은 10개 에피소드가 이미 주문된 상태로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포틀랜드에 대한 기억은 상당히 짧습니다. 항만 도시로 아름답고 특이한 다리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도에서 위치를 살펴보니 캐나다 바로 아래쪽인데다 LA에서도 가깝고 두 개의 강이 만나는 곳이라 다리가 많을 만 하더군요. 드라마 오프닝에도 특이한 형태의 개폐식 다리가 등장합니다. 덕분에 '다리의 도시'란 별명도 있지만 해마다 장미 축제가 열려 '장미의 도시'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포틀랜디아(Portlandia)'가 임의로 지은 드라마 제목이려니 생각했는데 포틀랜드 다운타운에 위치한 한 조각상의 이름이 '포틀랜디아'더군요. 포틀랜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뜻 이외에도 포틀랜드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니 양쪽 모두를 의미한다고 봐도 될 듯합니다. 오프닝 중간에 등장하는 독특한 자세의 조각상이 바로 그 포틀랜디아입니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쿠퍼 레푸세(copper repoussé, 돋을새김) 동상입니다(1위가 자유의 여신상).
중간중간 등장하는 카메오들도 상당히 볼만한데 첫회부터 영화배우 스티븐 부세미가 등장하는가 하면 가수겸 작곡자 에이미 만과 사라 맥라클란도 등장하고 실제 포틀랜드 시장인 사람이 극중 시장의 조수역으로 들락달락하며 잔심부름을 해주기도 합니다(한국같으면 쉽지 않은 일일 걸요). 이외에도 헤더 그레이엄 같은 배우들이 꾸준히 출연하며 드라마의 '망가지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는데 몰래카메라에서 당하는 연예인들처럼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특히 캐리와 프레드가 남녀 역할을 바꿔 한쌍의 부부로 출연하는 파트를 보고 나면 '카카오'라는 단어만 들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는 자신을 발견하실 지도 모릅니다. 뮤지션 출신이라 그런지 드라마 곳곳에 재미있는 사운드를 잘 이용하곤 하는데 '무드있는 음악'에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카카오'와 '바닐라'를 듣게 되면 '뭐 이런게 다 있지' 싶은 생각이 들죠(이 에피소드 음악 절묘합니다).
일각에선 이들이 표현하는 내용이 전형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라고도 하고 최신 유행을 따르면서도 대중들과 자신들이 공유하는 문화 코드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지적 우월감에 찌든 '힙스터(hipster)'들을 조롱한다고도 분석합니다.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문화가 다르지만 인터넷 세대들에겐 어떻게 보면 익숙하고 어떻게 보면 생소한 장면들이 펼쳐집니다. 그럼에도 그닥 심심하지 않다는게 드라마의 재미겠네요.
'내 취향은 남들과 다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마음에 든다고 하실 듯합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최근 유행하는 '루저 코미디물'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The Office'처럼 모큐멘터리 형태로 재미를 추구하는 것들도 있고 'Little Brain'처럼 같은 출연자가 여러 역할을 교대로 맡아가면서 연출하는 종류도 있습니다. 'It's Always Sunny in Philadelphia'처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비꼬는 루저물도 인기를 끌고 있죠. 이번에 새로 등장한 코미디 '포틀랜디아(Portlandia)'는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코미디입니다.
포틀랜드엔 90년대의 꿈이 살아 있다네, 타투 잉크가 마를 날이 없지
이 드라마의 시작은 LA에 사는 프레드 아미센(Fred Armisen)과 캐리 브라운스타인(Carrie Brownstein)이 포틀랜드에는 90년대의 꿈이 살아 있다고 '뮤직 비디오'를 찍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아니 대체 90년대가 어땠길래 90년대의 꿈이 살아 있다고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가 싶어 잘 들어봐도 그닥 좋은 점이라 할 수 없는 것들 같기만 합니다. 피어싱이 어땠느니 지구 보호가 어쩌구 저쩌구 서커스가 어땠느니 하는 엉뚱한 이야기로 넘어가버리죠.
미국 오레곤주의 포틀랜드는 상대적으로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미국의 도시들 보다는 낯선 곳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 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에피소드당 3-4개쯤의 작은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이 드라마에서 프레드와 캐리는 다양한 역을 맡아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미드에서 흔히 보기 힘들었던, 포틀랜드 링컨가, 도서관, 포틀랜드 시장사무실, 농장 등지에서 두 사람이 묘사하는 내용은? 그게 쉽게 설명이 안되는군요.
포틀랜드 시장이 포틀랜드를 위한 노래를 작곡해달라고 링컨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는가하면 식당에서 밥을 먹던 부부가 개가 묶여있다고 난리를 치기도 합니다. 여성주의 서점에 책을 사러 들어갔던 손님이 고역을 치루기도 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다 원산지가 궁금해서 농장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뭐 이런 저런 대중없는 내용들인데 무언가를 풍자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아시겠지요.
두 사람은 원래 밴드 출신으로 SNL(Saturday Night Live) 캐스트도 겸했던 만능 엔터테이너 들입니다. 또다른 공동 제작자는 '콜버트 레포트'의 앨리슨 실버맨입니다. 제작비는 백만달러가 들었다는군요. 공동작업으로 이 코미디가 탄생했고 현재 Independent Film Channel(IFC)에서 방영중입니다. 1시즌은 6개 에피소드가 방영되지만 2시즌은 10개 에피소드가 이미 주문된 상태로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포틀랜드에 대한 기억은 상당히 짧습니다. 항만 도시로 아름답고 특이한 다리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도에서 위치를 살펴보니 캐나다 바로 아래쪽인데다 LA에서도 가깝고 두 개의 강이 만나는 곳이라 다리가 많을 만 하더군요. 드라마 오프닝에도 특이한 형태의 개폐식 다리가 등장합니다. 덕분에 '다리의 도시'란 별명도 있지만 해마다 장미 축제가 열려 '장미의 도시'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포틀랜디아(Portlandia)'가 임의로 지은 드라마 제목이려니 생각했는데 포틀랜드 다운타운에 위치한 한 조각상의 이름이 '포틀랜디아'더군요. 포틀랜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뜻 이외에도 포틀랜드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니 양쪽 모두를 의미한다고 봐도 될 듯합니다. 오프닝 중간에 등장하는 독특한 자세의 조각상이 바로 그 포틀랜디아입니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쿠퍼 레푸세(copper repoussé, 돋을새김) 동상입니다(1위가 자유의 여신상).
중간중간 등장하는 카메오들도 상당히 볼만한데 첫회부터 영화배우 스티븐 부세미가 등장하는가 하면 가수겸 작곡자 에이미 만과 사라 맥라클란도 등장하고 실제 포틀랜드 시장인 사람이 극중 시장의 조수역으로 들락달락하며 잔심부름을 해주기도 합니다(한국같으면 쉽지 않은 일일 걸요). 이외에도 헤더 그레이엄 같은 배우들이 꾸준히 출연하며 드라마의 '망가지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는데 몰래카메라에서 당하는 연예인들처럼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이 조각상의 이름이 포틀랜디아(Portlandia)
특히 캐리와 프레드가 남녀 역할을 바꿔 한쌍의 부부로 출연하는 파트를 보고 나면 '카카오'라는 단어만 들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는 자신을 발견하실 지도 모릅니다. 뮤지션 출신이라 그런지 드라마 곳곳에 재미있는 사운드를 잘 이용하곤 하는데 '무드있는 음악'에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카카오'와 '바닐라'를 듣게 되면 '뭐 이런게 다 있지' 싶은 생각이 들죠(이 에피소드 음악 절묘합니다).
일각에선 이들이 표현하는 내용이 전형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라고도 하고 최신 유행을 따르면서도 대중들과 자신들이 공유하는 문화 코드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지적 우월감에 찌든 '힙스터(hipster)'들을 조롱한다고도 분석합니다.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문화가 다르지만 인터넷 세대들에겐 어떻게 보면 익숙하고 어떻게 보면 생소한 장면들이 펼쳐집니다. 그럼에도 그닥 심심하지 않다는게 드라마의 재미겠네요.
'내 취향은 남들과 다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마음에 든다고 하실 듯합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http://stumptownmag.com/archives/2304
http://tv.nytimes.com/2011/01/21/arts/television/21portlandia.html
http://www.oregonlive.com/movies/index.ssf/2011/01/portlandia_premiere_and_party.html
http://tv.nytimes.com/2011/01/21/arts/television/21portlandia.html
http://www.oregonlive.com/movies/index.ssf/2011/01/portlandia_premiere_and_part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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