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로열패밀리

로열 패밀리, JK는 도심 속의 아마존

Shain 2011. 3. 1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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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고 불리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살아가던 김인숙(염정아)이 엄기도(전노민)와 손을 잡고 JK를 손에 넣기 위한 작전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며 김인숙을 자신의 천사같은 후원자로만 알고 있는 한지훈(지성)은 알송달송한 JK의 세계에서 김인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인숙이 가진 비밀은 무서운 이중인격 뿐 만이 아닙니다.

어제 방송분에서 한지훈은 요양원에 있는 서순애(김혜옥)를 만나고 서순애는 지훈에게 '여보'라고 부르며 아는 척을 합니다. 김인을 마리라 부르는 서순애와 지훈의 만남을 두려워 하는 김인숙. 기억에 의하면 인숙은 서순애가 낳은 한지훈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K는 어떤 이유에선가 지훈을 고아로 만들었고 두 모자와 연락하고 지내면서도 만나게 하지 않았습니다.


겹겹이 누적된 퇴적층처럼 아름답고 힘없는 얼굴에 가려진 인숙의 과거는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고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내용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JK그룹의 지주회사인 JK클럽의 사장이 된다해도 그녀의 과거는 언제든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18년 이상 자신을 미워하던 공순호(김영애)가 아니라도 K의 뒷조사를 할 사람들은 아주 많습니다.

울부짖으며 한지훈에게 '내가 인간임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소리치던 K의 말대로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JK의 최고봉이 되는 길 뿐입니다. 그곳에서는 혈연도 나이도 최소한의 사회적 지위 조차 자신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맹수처럼 몰아치며 JK를 운영하는 공순호라는 수장이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란 생각이 듭니다. 정가원은 도심 속에 세워진 현대판 아마존 같습니다.



아마조네스의 수장같은 여인 공순호

2005년경 '도전 퀴즈 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하러 갔다가 연예인 정정아가 아나콘나에 물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촬영하러 갔던 곳은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부족, '야르보족'으로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아마조네스들의 마을이었습니다.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프로그램은 비난받았지만 제작진 중 한명이었던 카메라 작가 정승희는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야르보족은 고대 전설 속 아마존 여전사들과는 다릅니다. 야르보족은 200년전쯤 문명인들이 아마존의 원주민들을 끌어다 착취할 때 탈출했던 여성들이 모여 여자들 만의 마을을 이루고 아나콘나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정도로 강한 삶을 살아간다고 합니다. 효율적인 전투를 위해 가슴한쪽을 잘라냈다고 하는 전설의 여전사들과는 다르지만 강인한 전사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큰아들 부부의 딸 지은의 섹스 비디오가 유출되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막음하는 공순호는 손녀딸의 낯뜨거운 장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정도로 지독합니다. 며느리의 면전에 물을 쏟아붓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공격적인 성격의 공순호는 자신도 모르는 새 이용당하는 것 조차 무능하다고 여기는 성격으로 조현진(차예련)이 지훈과 인숙의 비밀을 폭로하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공순호의 막내 조현진은 그런 어머니에게 제대로 조련된 여성으로 타고난 사업가 기질을 갖춘 인물입니다. 지훈과 K 따위가 자신을 속였노라 분노하고 노발대발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드러내는 것 보다 아직까지 두 사람을 이용해 JK클럽의 사장 자리를 맡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합니다. 타고난 기질이기도 하겠지만 현진의 그런 면은 혹독한 공순호의 교육 덕이라고 봐야겠지요.

대한민국 상위 0.01%만이 출입할 수 있는 사교클럽을 운영하는 여자들, 그들이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건 차기 대통령 후보의 아내 진숙향(오미희)입니다. 정치계의 퍼스트 레이디가 될 인물이 재계의 수장과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장면도 흥미진진합니다. 재벌 드라마가 그동안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전투는 이례적인 구경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드라마 '싸인'의 종결, 로열패밀리의 운명은?

수목 드라마 최강자였던 'SBS 싸인'이 최종회가 방영되었습니다. KBS의 '가시나무새'와 MBC의 '로열 패밀리'는 10%가 넘지 못하는 시청률로 고전했지만 흡입력있는 이야기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하지만은 않은 '로열 패밀리'의 미스터리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이중인격인 것도 반전인데 아직까지 K의 비밀은 반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나이많은 후원자로만 생각해왔던 한지훈이 그녀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인가 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재벌가의 질서에 익숙한 새끼 사자 조현진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지도 큰 변수입니다. 원작의 주제도 적절히 섞여 놓았지만 전반적으로 갈등 구조가 아주 잘 엮여 있는 듯합니다. 대한민국 상위 0.01%가 되어야만 인간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상황이 제법 자극적입니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했던 원작의 무게, 사회문제와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다루면서도 극의 재미를 잃지 않았던 '인간의 증명'의 여운이 상당하지만 격하게 휘몰아치는 K와 공순호의 대결도 만만치 않게 재미있습니다. 작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면서 원작에는 없는 '공순호'와 '조현진'이라는 재벌가 괴물을 탄생시켰네요. 아마존 밀림 버전으로 재탄생한 '로열 패밀리'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 오늘 블로그 디자인 수정 중이라 화면이 종종 깨질 수 있습니다. 이상한 링크는 신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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