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로열패밀리

로열패밀리, 지훈의 곰인형에 숨겨진 비밀?

Shain 2011. 3. 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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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 드라마 '로열패밀리'의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김인숙(염정아)을 K라고 부르며 가장 경멸하던 공순호(김영애)가 한지훈(지성)의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믿고 진숙향(오미희)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인숙을 JK클럽의 사장으로 내세우게 됩니다. JK에 이익이 되는 일을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공순호 회장의 성격과 꼼꼼한 재벌회장답게 날카로운 안목이 돋보입니다.

JK그룹의 공순호 회장은 상대방이 자신을 믿고 따르도록 만드는 타입의 지도자라기 보다 '언제든지 제거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조장해 상대방을 다스리는 인물입니다. 거대 재벌 JK의 사람들을 운용하는 그녀의 원칙에는 딸도 아들도 예외가 없습니다. 공회장은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한지훈에게는 '믿어도 되겠냐'며 신뢰를 기반으로 김인숙에 대한 책임을 맡겼지만 K와 지훈에 대한 반응은 말 그대로 예외의 경우입니다.


K를 '바지사장'이라 부르며 조현진(차예련)이 성장할 동안 얼굴마담을 시키겠다는 공순호는 정치권의 비자금 등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신 잡혀갈 허수아비 사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K가 JK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에 등용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이중삼중으로 둘째 며느리에 대한 안전장치를 확보해두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김인숙'을 믿는다는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서 공순호는 이 여자를 테스트해보기로 합니다.

한지훈 검사는 K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믿고 있기에 김인숙이 변할 경우 자신의 손으로 제거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계산이 정확한 정치인의 부인 진숙향은 '이왕이면 제가 믿는 사람'으로 JK의 사장을 앉혔으면 좋겠단 뜻을 간곡히 전합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지훈의 엄마 서순애(김혜옥) 역시 '마리'를 무한히 신뢰하고 지지하는 착한 여자입니다. 과연 K는 그들의 무한한 믿음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여자일까요.



곰인형 때문에 살인자로 몰렸던 지훈

TV에서 방영중인 '욕망의 불꽃' 등의 재벌 드라마를 볼 때 마다 그 드라마의 실제 모티브가 된 사람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삼성가의 이병철 회장에게는 맹희, 찬희, 건희란 세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가 아시다시피 막내 아들은 삼성 전체를 물려받았지만 두 형들은 재산을 제대로 분배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두 아들 중 한 사람은 혼외자에게 양육비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고 아들 중에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자살한 사람도 있습니다.

친조카와 자손들을 돌보지 못할 만큼 재벌 간의 후계 싸움이 치열한 것인지 그 세계의 질서가 원래 냉정한 것인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극중에서처럼 자신의 가족을 K라 부르는 사람들에게 배신과 믿음을 운운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극중 JK는 아마존 정글과 같은 곳으로 유일한 딸인 조현진 조차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다기 보단 냉정한 경영인으로 키워집니다.

18년 동안 가족 취급을 받지 못한 인숙이 자신의 인맥을 기반으로 JK를 차지하고 나섰을 때 경악한 사람들은 있지만  배신감을 느낀 인물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JK클럽의 계약직 컨시어지에서 조동희 회장의 비서로 JK가의 며느리로 입지를 쌓아온 그녀가 예상 보다 막강한 경쟁자였음을 알고 놀랐지만 18년간 정체를 숨겨왔다고 비난하지 못합니다. 인간적인 신뢰는 한지훈같은 평민 출신 인간들이나 운운하는 이야기입니다.


JK가의 사람으로 타인의 신뢰를 밟고 일어서는 김인숙은 어린 시절의 이름이었던 '마리'를 버렸습니다. 떳떳치 못한 자신의 비참한 어린 시절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위장을 했거나 이름을 바꿨다는 뜻일 것입니다. JK 클럽에서 컨시어지로 일하고 조회장의 목숨을 구해 비서가 되고 다시 조동호의 아내가 되는 과정을 밟는 그녀는 '마리'를 버리면서 어린 한지훈을 고아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서순애가 미쳐버린 것도 '마리' 때문입니다.

고아가 된 한 지훈은 살인사건 현장에 놓여 있던 '곰인형 테디' 때문에 살인자로 지목되었습니다. 김인숙의 도움으로 풀려나던 날 김인숙은 더러워진 곰인형을 수선해 지훈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지훈이 고아가 되었을 순간부터 그 곰인형을 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와 마찬가지라며 인숙을 따르는 지훈과 김여사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기도 합니다.

김인숙과 한지훈의 비밀을 담고 있는 곰인형, 이후 이 곰인형은 드라마에 다시 한번 등장합니다. 흑인 청년 조니는 다른 곰인형을 들고 친엄마를 찾으러 돌아다닙니다. 살인을 당하는 조니가 왜 같은 곰인형을 갖고 있을까? 마리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들, 지훈의 엄마인 서순애는 마리의 과거를 모두 떠올리게 될까요? 포스터 속에도 등장하는 지훈이 애지중지하는 곰인형이 오히려 김인숙이 한지훈을 배신했다는 증거가 될 지도 모릅니다.



행복한 웃음 뒤에 다가오는 위기

한지훈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 도저히 밝힐 수 없는 이 과거를 엄집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이 '마리'였다는 것도 알고 있는 엄집사는 '잘해보고 싶다'며 행복하게 웃음짓는 김인숙을 흐뭇하게 쳐다봅니다. 이는 지훈 모자에 대한 그녀의 배신을 용납할 수 있을 만큼 불행한 과거를 겪었다는 뜻입니다. 공순호의 캐릭터가 지독하고 무서웠던 만큼 그녀의 성공은 더욱 소중해 보입니다. 간신히 자신의 손으로 얻은 행복이야 말로 '인간'이라는 증거인지도 모릅니다.

극중 공순호의 캐릭터는 히틀러처럼 JK를 지배하는 여성으로 K가 천한 신분의 평민이라는 이유 만으로 무시하는 것처럼 묘사되었고 '퀸'의 뜻을 거부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녀는 분명히 K의 행복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회가 거듭할수록 K를 떼어내고 싶어했던 공순호의 행동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시아버지와 스캔들이 날 뻔 했던 며느리를 좋아할 시어머니는 없을 것입니다.


한 그룹을 이끌어가는 여성이 경제계에서 약점을 잡히지 않는다는 건 중요한 문제입니다. 꼼꼼하게 계산되지 않은 정책은 그룹 휘하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 짐을 어깨에 메고 가야했던 공순호가 'K'를 반대했다가 이제서야 받아들이는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 대단한 공순호가 이제서야 김인숙의 가능성을 조금쯤 인정해주었는데 꺼림칙한 과거 때문에 K의 행복은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냉혹한 재벌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드라마의 초점은 미스터리한 한 여성이 존중받고 싶은 마음과 죄책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내용입니다. 지훈을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진숙향에게 후원 사실을 공개하게 해 지훈이 나설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도 K입니다. 이런 의문스러운 과거를 가진 인숙이 과연 죄책감 앞에 무릎을 꿇게 될지 작가의 역량을 기대해 봅니다.

* 드라마 '로열 패밀리'를 촬영 중인 배경은 아무래도 SBS '대물'에 등장하던 '헤리티지 클럽'과 같은 장소인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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