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근초고왕

근초고왕, 근초고왕과 닮은 후연의 모용수

Shain 2011. 3. 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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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는 많은 나라의 침략을 받아 그런지 그 어느 지역의 사람들 보다 단단하고 강인했던 것 같습니다. 극중 왕후의 시녀장이었던 고구려의 여성이 백제 출신 공주 부여화(김지수)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모질게 굴었던 것은 자신의 나라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그들의 기질을 표현한 것이라 봅니다. 지혜로군 국상 조불(김응수)와 막리지 소우(원상연)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어째서 그들이 삼국의 그 어떤 나라 보다 국가의 근간을 제일 먼저 세울 수 있었는 지 짐작해 보게 합니다.

그들이 북방의 침략에 맞서 강건하게 대응하자면 단단한 구조의 국가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드라마 '근초고왕'에서 불운한 태왕 고국원왕(이종원) 사유는 백제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백제에 정복당할 운명에 처한 마한의 군소국가들을 부추킵니다. 백제의 근초고왕(감우성)은 마한을 정복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연나라에게 자신의 요서 지역을 침략 당하고, 고구려가 대방 땅을 압박하는 등 삼중고에 시달립니다.


고민하던 근초고왕은 군을 이끌고 요서 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마한엔 자신의 외숙부 진고도(김형일)를 보내고 대방땅은 기존에 고구려에 대응하던 말갈 출신 부간태(정의갑)을 보냅니다. 한성왕궁은 부여몽(김도현), 진승(안재모), 진정(김효원)과 자신의 할아버지 흑강공 사훌(서인석)에게 맡겨 안전을 도모한 근초고왕,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전장에 상황 보다 궁궐 안의 내분이 더욱 심각하고 부여찬(이종수)와 부여민(안신우)이 왕자의 난을 일으킬 듯 합니다.

예상외로 마한과의 전쟁을 쉽게 만들어준 건 학자 고흥과 장래 부마도위를 삼기로 약속한 사기의 활약 덕분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요서 지역의 두 성을 지키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그것은 전연의 다섯번째 황자인 모용수(정재곤)의 등장으로 근초고왕과 모용수가 서로 자신들의 적이 '고구려'라는 점에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백제 침략을 원하던 고구려는 다시 한번 북방의 위협을 받게 될까요? 기록에 의하면 전연이 멸망할 때까지 제법 사이가 좋았다던데 궁금한 부분입니다.



조금은 묘한 모용씨들과 부여 출신들과의 관계

위례궁의 해녕(김기복)을 전장으로 끌고온 근초고왕의 생각은 해녕을 일종의 인질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왕자들은 위례궁 백성들의 탐탁치 않은 시선 때문에 남겨두고 온 것입니다. 전장의 군사들을 세 방향으로 나눈 그는 군을 분배하고 권력관계를 분배함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위홍란(이세은)과 부여화의 갈등을 짐작하고 있음에도 짐짓 무시하고 떠났던 것도 더이상 힘을 짜낼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위례궁의 원한, 해씨, 진씨의 갈등 그리고 고구려의 무거운 압력, 이처럼 왕실의 위기는 어느 곳에서 출발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각기 목적과 출신이 다른 사람들을 섞어 놓았을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한 정책이 한쪽의 이익에 부합해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면 나머지 한 부족은 극구 반대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위해 죽은 사충선의 아들에게 높은 지위를 보장했지만 국씨와 연씨는 사기의 조정 진입을 마뜩치 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 얼싸안으며 반가워하고 요서를 나눠갖자 합의한 모용수(慕容垂), 그 모용수는 위대한 근초고왕의 자질을 알아보고 배포크게 '우리 싸우지 말자' 제안할 만큼 멋진 인물이지만 위비랑(정웅인)과 아지카이(이인), 두고(정흥채), 고흥(안석환) 등 부여 출신 유민들에게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전연의 황자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주군을 동명왕의 다른 후손인 백제의 왕으로 삼았다지만 부여의 국력이 흔들리게 만든 것(285년)도 마지막으로 부여의 숨통을 끊어버린 것도 이 모용씨들의 행적(346년 모용황)입니다.


명색이 마여왕의 후손으로 부여 재건을 위해 근초고왕의 목숨까지 도모하고자 했던 위비랑이, 앞으로 부여 유민들을 이끌고 요서군의 총수가 될 그 장군이 묵은 앙금을 다 털어내고 모용황의 일족과 일을 도모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근초고왕이 모용수와 '평화협정'을 맺고 그들과 함께 공공의 적인 고구려를 공격하는 정도로만 합의할 것도 같지만 나라를 망하게한 원수를 눈앞에 둔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근초고왕에 대한 사서 기록은 차남이며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성공했다는 정도이지만 드라마는 근초고왕 부여구가 요서로 쫓겨나 스스로 왕위를 차지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리고 있습니다. 소금장수였다는 고구려 미천왕처럼 아무것도 없이 맨주먹으로 나라를 차지한 인물처럼 묘사되곤 하지요. 모용황의 다섯째 황자인 모용수 역시 황자로 태어났지만 왕위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인물로 형들로 인해 이웃나라 전진에 망명한 인물입니다.

전진의 부견과 협력해 전연을 망하게 하고 다시 부견을 배신해 또다른 '연나라' 즉 후연을 세웁니다(384년). 이후 진연은 402년, 404년 고구려의 침입을 받아 멸망할 때까지 북방을 점령하는 한 나라가 됩니다. 현재 드라마상의 시기가 근초고왕이 즉위한 346년이니 근초고왕은 이 모용수의 후연을 보지 못하고 죽습니다(고국원왕 371년 사망, 근초고왕 375년 사망). 346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326년 출생인 모용수의 나이는 20세, 극중 근초고왕의 나이가 애매하지만 실제로는 아랫 연배가 아닐까 합니다.


두 영웅의 알 수 없는 꿍꿍이

모용수와 함께 모용황이 살고 있는 용성으로 향하는 근초광을 두고 많은 부하들이 우려합니다. 연나라 황제 모용황이 누구입니까. 고국원왕 사유(이종원)의 아버지 미천왕의 시신을 파헤쳐 훔쳐가고 사유의 모친 주씨와 제 1왕후를 함께 포로로 끌고가 고구려에 깊은 원한을 남겼던 바로 그 인물입니다. 그런 모용황의 성정을 알면서 연나라 수도를 밟겠다는 것은 만용이거나 용기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서로를 포옹하며 각자 자신 만의 목적을 상기하는 두 남자의 성격과 별개로 위비랑의 우려대로 모용황은 음험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니 해녕(김기복)이 어떤식으로든 근초고왕의 목숨을 노릴 지도 모릅니다. 아지카이에게 죽간을 건내주며 고구려왕 사유에게 전해주라는 근초고왕의 의중엔 어떤 작전을 숨기고 있는 지 알 수 없지만 연나라로 떠나는 그는 어떻게든 일만 대군의 목숨을 보존할 듯 합니다.

연나라의 다섯째 황자가 한 나라의 수장인 근초고왕과 우정을 나누는 듯한 장면도 흥미롭지만 극중 '황하' 유역으로 묘사된 장소가 작년 MBC 드라마 '김수로왕'을 찍던 촬영지였습니다. 배우 정재곤이 철작업장의 사복으로 출연했었고 이종원이 김수로왕의 양아버지 역할을 맡았었는데 이제는 황자가 되어 같은 장소를 밟는 감회가 새로웠을 거라 봅니다. 사극을 했다 하면 단역이라도 이미지가 강한 역할을 맡는 걸 보니 전문배우라 불러도 될 듯 합니다.

* 이 글은 KBS 근초고왕 홈페이지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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