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내 마음이 들리니

내마들, 사랑하는 마루를 보내고 싶은 동주

Shain 2011. 5. 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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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외톨이라고 여겨왔던 아이들, 자신에겐 피가 섞인 혈연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고 생각해왔던 아이들에게 '의붓형제'의 존재는 뭔가 특별하고 신기하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 미숙씨(김여진)를 제외하면 피붙이가 단 한명도 없는 봉우리(황정음)에게 봉영규(정보석)는 둘도 없는 아빠이고 황순금 할머니(윤여정)은 친할머니 보다 더 중요한 존재이며 봉마루(남궁민)는 하나 밖에 없는 오빠입니다. 늘 자신을 윽박지르는 김신애(강문영)은 어찌 되었든 간에 마루의 친어머니이자 고모라고 부를 수 있는 단 한사람입니다.

늘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데 익숙한 봉마루도 희한하게 봉우리의 존재가 신경쓰입니다. 어릴 때는 오빠라고 부르지 말라며 구박했었고 이 '바보같은' 사람들이 내 가족이 아니라 부인했었는데 그래도 '법적으로'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이라 그런지 눈길이 가나 봅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16년이 넘게 잘 보살펴 온 것이 기특해서 그런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둘은 '의붓남매' 사이입니다. 마루에겐 숨겨진 부모가 있지만 그를 보살펴준 혈연은 순금할머니 뿐입니다.

차동주(김재원)에게도 숨겨진 형제가 하나 있습니다. 동주는 꿈에도 그가 자신의 '의붓형제'란 걸 생각해본 적 없겠지만 최진철(송승환)의 아들, 최마루라고 불리웠어야 할 형제가 자신의 곁에서 장준하란 이름으로 피붙이 보다 더 사랑스러운 '형'으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엄마 태현숙(이혜영)의 원한이 얼마나 깊은지 준하형을 친아들처럼 동주의 그림자무사처럼 최진철 앞에 내세우지만 알고 보면 진철과 준하는 숨겨진 핏줄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게 하다니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복수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릴 때부터 동주는 어머니에 대해 예민했습니다. 잔정 많고 다정한 성격이라 처음 본 아이 '봉우리'가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 졸라도 잘 들어주곤 했습니다. 동주는 어쩐지 자신 보다 준하를 더 챙기는 것 같고 다독이는 것처럼 보이는 어머니에게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마루의 가족들인 봉영규와 봉우리에게 마루를 보내지 않는다는 점이 불만입니다. 아무리 자신이 귀가 들리지 않는다지만 준하를 밑거름 삼아 자신과 해야하는 일, 그 복수극에 마루를 끼워넣는다는게 싫습니다.



점점 더 서로를 닮아가는 준하와 동주

아직까지 동주는 마루의 숨겨진 비밀, 친부모가 누구인지 전혀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모든 걸 알고 있는 태현숙이 동주의 그림자로 키우기 위해 장준하를 가까이 두었고, 그로 인해 누구 보다 사랑하는 '의붓형제'처럼 자랐을 뿐입니다. 현숙은
마루를 장박사(윤동환)의 아이로 입양까지 시킨 이유, 가족들과 떨어져 동주 옆에서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동주' 때문이라고 했음이 틀림없습니다. 사실은 치밀하게 준비된 복수극의 한 부분, 친부모인 신애와 진철이 마루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 그를 위장시킨 것에 불과하지요.

늘 솔직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바보라했을 정도로 거칠고 냉정하기까지 했던 준하는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할 것이 두려웠던 어린아이였습니다. 지금은 어린 시절 이상적인 어머니처럼 생각했던 현숙의 양자로 현숙이 원하는대로 어린 시절 동주의 모습을 점점 닮아가고 있습니다. 진철 조차 장준하를 보며 동주를 닮았다고 투털거렸을 정도입니다. 현숙을 대할 땐 늘 다정하고 재치있고 붙임성있는 성격, 무엇 보다 진철 앞에서 자신의 속셈을 숨기며 동주의 대리인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준하는 그것이 어머니에게 보답하는 길이며 현재의 자신이 해야할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동주는 동주대로 자신의 독순술과 일상생활 적응을 도와준 마루의 속마음을 눈치채고 있습니다. 같이 지내면 좋아하는 만큼 서로를 닮는다더니 본심을 숨기고 조금쯤 거짓으로 자신의 마음을 말하는 어린 시절 준하처럼 속에 없는 말로 우리를 놀리기도 합니다. 냉정하게 뿌리치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마루 오빠라며 동주에게 매달릴 만도 합니다. 자신의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형제, 그런 준하가 가족들과 떨어져 자신에게만 매달리는게 미안하고 알 수 없는 어머니의 속내가 불안한 동주.

무엇 보다 진철과 자신의 일은 준하가 해결해줘야하는 그런 일이 아닙니다. 준하는 자신의 고용인이나 하인이 아닐 뿐더러 진철과 자신 사이의 일에 끼어들게 할 수도 없습니다. 얼마전까지 동주는 진철 때문에 준하의 새어머니였던 미숙씨가 죽었단 일 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동주가 새롭게 런칭한 '에너지셀'의 일로 지쳐서 쓰러지곤 하지만 제조 공장의 소유주를 준하로 만들거나 각종 공식업무에 준하를 대리로 내세워 진철의 타겟으로 만드는 일은 차마 할 수 없습니다.

'엄마가 보내지 않으면 내가 보내겠다'는 동주의 마음은 진심입니다. 봉우리와 봉영규가 마루를 찾기 위해 슬퍼하는 모습을 잘 알고 있고 봉마루가 그 모습을 보면서 구슬프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모두 보았는데 자신의 복수가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마루를 '붙잡고 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현숙만 알고 있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고 해도 동주는 마루를 그닥 미워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진철의 아들이 봉마루이다? 동주는 큰 충격을 받겠지만 진심으로 마루를 미워하진 못할 듯합니다.

진철이 준하의 뒷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준하를 앞에 내세운 현숙은 이미 상처입은 자신의 아들 동주, 그 동주의 손에 피를 묻힐 수는 없다고 다짐합니다. 진철과 준하는 당분간 서로에 대한 묘한 끌림에도 불구하고 경계하고 대립하는 사이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현숙이 보고싶어했고 바란 일이겠지요. 10년이 넘게 숨어있는 여자 노릇을 했던 신애는 남들 앞에서 자신이 우경 그룹 사모님이라며 허세를 떨어보곤 하지만 아들의 존재가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두고볼 일입니다.


점점 더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내마들

봉우리의 접근을 거부하던 차동주는 불이 꺼진 공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포를 겪고 난 후 힘없이 비틀거리게 됩니다. 자신에게 따지러 왔다가 창백한 자신을 보며 괜찮다고 묻는 봉우리, 그녀를 붙잡고 목소리가 들린다고 힘겹게 중얼거리던 차동주는 우리와 영규에게 마음의 평화를 얻곤 합니다. 타인들의 입술로 말귀를 알아듣고 눈치껏 모든 일을 처리한다는 것, 들키지 않도록 준하가 옆에서 전화를 대신 받아주며 보조해준다 쳐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수해야하는 일입니다.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 세상은 너무나 무섭습니다. 그렇지만 슬픈 영규와 봉우리를 위해서는 자신의 옆에서 손을 잡아주던 준하를 보내줘야 합니다. 물고기밥을 주고, 꽃밭을 가꾸는 꽃바보 봉영규는 이제는 몸이 아픈 차동주를 위한 밥까지 퍼놓기 시작합니다. 이제 봉영규가 미숙씨랑 함께 가꾸고 싶어했던 꽃밭엔 황순금 할머니, 봉우리, 봉마루, 차동주가 모두 함께 자라게 됐습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따뜻해서 자꾸 시선이 가는 거겠지요.

'내 마음이 들리니'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귀가 들리지 않는 동주에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복수에 눈이 멀어버린 엄마는 더이상 동주의 마음을 들어보려 하지 않습니다. 친아버지로 알고 자란 최진철은 이제 남보다 못한 적이고 마루의 정체가 밝혀지는 건 시간 문제겠지요. 마루를 알아보고 눈물흘리는 순금 할머니의 애원, 그 애원으로 인해 봉마루와 신애가 만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봄날의 꽃처럼 활짝 피어난 미소가 아름다운 차동주의 미소가 지켜지길, 이 소망이 꼭 피부가 유난히 하얀 배우 탓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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