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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밝고 맑은 마음이 있으면 어둡고 무서운 마음도 있는 것처럼 아무리 꽃바보 봉영규(정보석)가 열심히 꽃들을 다독이고 물을 주어도 꽃들에겐 춥고 두려운 밤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봉영규는 미숙씨(김여진)이 살아 생전 가꾸려던 꽃밭을 홀로 보듬으려는 듯 봉우리(황정음)도 차동주(김재원)도 봉마루(남궁민)도 순금할머니(윤여정)도 모두 소중하게 보호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봉영규의 이런 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네 사람에겐 늘 힘든 일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순금할머니의 친손자이자 봉영규의 잃어버린 아들인 '마루'에겐 고통스런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의 열혈 캐릭터,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캔디처럼 씩씩하고 용감한 봉우리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꿋꿋이 헤쳐나가는 성격인데다 그녀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같은 것은 아직까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순금 할머니가 어떻게 영규를 거두게 된 사연, 영규에게도 출생의 비밀이 있는데 봉우리는 그런 종류의 과거하곤 거리가 먼 아이입니다. 차동주 역시 양아버지 최진철(송승환)과 갈등하긴 해도 자신만 모르는 비밀은 없습니다. 반면 봉마루에게는 '친부모'의 존재가 아직도 미궁입니다.
마루는 처음부터 봉우리를 동생처럼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동주와 친하게 지내는 우리를 보며 약간의 묘한 마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피한방울 안 섞인 사이인데다 둘이 남매처럼 같이 살았던 시기도 턱없이 짧으니 지금 마루가 봉우리에게 느끼는 감정은 자신의 역할을 대신 해준 감사함과 미안함이 반쯤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은 체하던 차동주와 동주의 비밀을 눈치챈 봉우리는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장준하과 이승철(이규한)은 봉우리에 대한 마음을 쉽게 포기할 수 없나 봅니다.
버린 엄마와 속인 엄마 사이에서, 애매한 감정의 장준하
양아버지에게 배신당하고 어머니의 복수에 휘둘리는 차동주, 청력을 잃은 베토벤처럼 자신의 날개를 펴기가 힘겨운 동주가 겉으로는 가장 불행하지만 지난 주 방영된 내용처럼 동주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귀가 막힌 사람들은 어머니 태현숙과 현숙에게 휘둘리는 장준하입니다. 독하게 봉마루는 죽었다고 하는 준하는 동주 보다도 마음이 약한 캐릭터인가 봅니다. 그는 자신을 속이고 휘두르는 어머니, 양어머니 태현숙을 쉽게 거부할 수 없습니다. 자신을 순금 할머니에게 맡기고 도망간 신애 만큼이나 무서운 여자인데 시골 마을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 만으로도 은인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어찌 보면 친부모와 양부모들 사이에서 힘겨운 선택을 강요 당하는 봉마루가 극중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인지도 모릅니다. 어릴 적 바보 봉영규와 할머니 순금 사이에서 저당잡힌 미래 때문에 우울해하고 짜증내던 봉마루이지만 속마음은 누구 보다 여리고 착했던 아이였습니다. 마루는 지금 영규와 순금을 버리고 우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단 죄책감에 시달려 자신을 가장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에게 그런 선택을 하도록 만든, 자신도 모르는 비밀 때문에 가장 동정이 가는 인물입니다.
청력을 잃었다는 불행을 하나 가지고 있지만 차동주는 평생 봉마루가 넘어설 수 없는 것들을 가진 아이입니다. 일단 동주에게는 우경그룹 상속을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있고 동주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엄마가 있습니다. 친엄마가 살아 있지만 자신을 통해 잇속이나 챙기려 드는 허영덩어리이고 친아버지도 살아 있지만 다른 여자와 결혼해 재산 뺏기에 열중해 있으니 동주가 가진 것은 처음부터 봉마루라는 아이가 뺏을 수도 노력해서 얻을 수도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사랑의 감정이 노력한다고 한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동주는 영원히 부러워할 수 밖에 없는 아이입니다.
한편, 장난스레 봉우리를 놀리는 준하과 동주 사이에서 우리가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며 '치킨'을 튀기며 애태우는 한 남자, 바로 어린 시절부터 봉우리의 가족이나 다름없이 살아온 승철이는 돈 오백만원 떼어먹고 첫키스 당한 사건 이후 친구로 생각했던 봉우리가 여자로 보입니다. 치킨 대학 다니느냐 최근에 봉우리 얼굴을 자주 못 봤더니 동주랑 점점 더 가까워지는 거 같아 속이 좀 상한 모양이네요. 준하는 자신의 애매한 호감을 쉽게 인정할 리 없고 승철이는 죽어도 친구라 생각할 거 같고 하여튼 봉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새 사각관계에 빠진 거 같습니다.
조금만 삐끗하면 출생의 비밀이 폭로될텐데
순금할머니는 최진철이 우경 그룹의 사위라는 건 정확히 모르지만 김치주러 신애에게 다녀올 때 한두번씩 만났으니 마루의 아버지가 누군지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할머니에겐 대학까지 고생해서 나온 딸아이, 재벌의 비서로 착실히 살지 않고, 신애가 헛된 욕심을 이루려 첩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만 중요하지 멀쩡한 남의 가정을 깨트려 부자가 되겠단 그녀의 욕심에 동조할 리가 없습니다. 진철과 신애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 세계는 사람을 망가트리는 곳인지 부모 자식에 대한 정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는 신애, 할머니의 속이 타들어갑니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봉우리 마저 동주의 짝이 된다면 처음부터 준하의 것은 한가지도 없었던 것일까. 시청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시피 꽃바보 봉영규와 순금 할머니 만은 봉마루를 끝까지 기다려줄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슬픈 눈동자를 가진 봉마루의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힘든 여정이 되겠지요. 사각관계의 허탈한 결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밝은 눈빛으로 웃을 수 있는 봉마루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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