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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음침한 금란 캐릭터 찬반논란

Shain 2011. 5. 2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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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이야기를 하지만 제가 이 드라마 'MBC 반짝반짝 빛나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그 드라마가 나쁜 드라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세상엔 꽤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이런 저런 사는 모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하나의 '이야기'로서 그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권선징악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어느 쪽이 선인지 어느 쪽이 악인지 때에 따라 구분이 모호해질 때도 있습니다. 극중에서 현재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한정원(김현주)은 초라한 자신의 인생을 인지하게 된 황금란(이유리)에게 악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30년 가까이 모진 고생을 해야했던 친딸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이 길러온 딸을 박하게 대하는 이유가 되는 금란의 친모 진나희(박정수)의 행동도 한정원에게는 나쁘게만 느껴질 수 있고 가난하고 힘겨운 자신들의 처지 때문에 30년 만에 되돌아온 친딸의 생일상도 제대로 차려주지 못하는 이권양(고두심)의 처지도 감히 악하다 선하다를 따질 수가 없습니다. 말그대로 어쩔 수 없이 사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감정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신데렐라'처럼 부잣집 딸이라는 '로또'를 잡은 황금란은 극중에서 점점 더 '악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전까진 사랑한 적도 없고 더우기 자신의 남자도 아닌 송승준(김석훈)을 차지하기 위해 송승준의 사채업자 어머니(김지영)에게 찰싹 달라붙는가 하면 한정원의 다이어리를 빼돌리고 회사 안에서 각종 물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같은 업체에서 일하는 연인과 결혼하고 싶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처럼 출판인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한정원의 '건전한' 꿈은 모조리 빼앗아 버리고 싶은 듯합니다.

물론 그녀의 악행은 자연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황금란의 캐릭터는 모든 걸 다 갖추고 살았던 부잣집 딸, 어려움이라곤 전혀 모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면 되는, 불편부당한 사회의 진실은 전혀 모르고 건전하고 입바른 소리만 하고 살아도 되는, 그런 부잣집 딸 한정원에 대한 컴플렉스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자신에게 따뜻하지도 않고, 늘 고생만 하게 하는 그런 집에서 성실하고 착하게 일만 했는데 세상은 그런 자신에게 보답을 주기는 커녕 모욕만 잔뜩 안겨주었습니다.



황금란은 동정받지 못하나

원래 인기 1위를 달리는 드라마들도 홈페이지가 붐비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홈페이지는 벌써 3만개 가까운 글이 올라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모든 걸 뺏고 싶은 황금란의 악행을 이해할 수 있고, 황금란이 힘겨웠던 인생에 대한 보상으로 송승준과 맺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그래도 황금란이 악행을 저지르는 건 '막장'이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느낌의 주장도 있습니다. 어렵게 살았다고 해서 모두 남의 것까지 탐내는 악행을 자연스러워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종료된 드라마 '49일'에서도 주인공인 신인정(서지혜)과 강민호(배수빈)는 지독하고 힘겨웠던 자신들의 처지에 반발해 부자들의 재산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길 원했던, 망가진 '캔디' 역할이었습니다.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삶의 진실 중 하나는 사회적 약자인, 빈곤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혹은 서러운 대접을 받기 억울해서 남의 것을 탐내게 될 때가 있습니다. 혹은 아무리 노력해도 넘어설 수 없는 환경에 좌절감을 느끼고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가난한 집 출신 캐릭터들은 신인정과 강민호처럼 '악당'이 되거나 헛꿈을 꾸고 독하고 어리석은 캐릭터가 됩니다. 혹은 황금란처럼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남의 것을 빼앗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혹은 극중 검사가 되는 윤승재(정태우)처럼 철저히 속물이 되어 인간의 도리라던가 양심같은 건 모두 버리고 순간의 이익을 쫓는 캐릭터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를 모시고, 지능이 남들 보다 낮은 아버지 봉영규(정보석)과 함께 힘겹게 먹고 사는 '내 마음이 들리니'의 봉우리(황정음)처럼 그 어떤 순간에도 밝고 씩씩하고 긍정적이고 용기를 잃지 않는 가난한 집 아이는 그런 컴플렉스를 잠재워줄 수 있는 빛나는 캐릭터이긴 합니다만 현실이 척박한 사람들은 그런,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들에게 어느 순간 질리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답이 없는 현실, 그런 순간에도 밝은 캐릭터가 되길 강요하는 듯해 지겹게 느껴질 만도 하지요.

홈페이지에는 이런 컴플렉스를 두고 아니다 맞다라는 논란 심지어는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게으르고 부정적이고 꼬여 있다'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습니다. 반면 황금란의 행동이 피해망상이자 열등감의 표현이라며 악플을 달길 서슴치 않는 시청자들도 있습니다. 사채업자에게 팔려갈 뻔하고 윤승재에게 버림받는 황금란의 인생은 여러 모로 억울하지만 그게 한정원이나 다른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그들이 보상해줄 문제도 아니다, 즉 분노를 정원에게 표현하는게 맞느냐는 글도 있습니다.

드라마 속 부유한 자에 대한 편견, 즉 욕심많고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그런 편견도 있었지만 드라마 속 가난한 자에 대한 편견 캔디 유형이거나 헛된 꿈을 꾼다는 등의 편견도 많은 경우 반복되어 온게 사실입니다. 극중 자신의 인생을 비참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패배감으로 가득찬 황금란의 분노나 울분은 '그럴만도 하다'란 공감을 얻고 있지만 그녀의 악행까지는 공감을 얻지 못하는 듯합니다. 결국 '빈부'에 대한 가치관과 경험의 문제, 사람 마다 공감하는 부분이 다를테니 그 차이가 찬반 논란을 불러올 수 밖에 없겠습니다.


황금란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나

원칙만 놓고 따진다면 서민들의 팍팍한 삶에 '희망'을 주기 보다 어두운 느낌을 주는 황금란의 캐릭터는 재고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자들의 돈자랑에 치이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에 치이고 생존이 걸린 직장생활에 치인 서민들에게 '돈벼락'을 맞아도 금란처럼 음침한 캐릭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약간은 '현실적인' 묘사가 암담하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최소한 그런 악행까지는 저지르지 않는다는, 스스로에 대한 긍지가 있는데 황금란은 그 부분을 과감히 깨트려버린 캐릭터입니다.

반면 사람의 인생은 각기 그 경험치가 다르기에 황금란처럼 짓밟히기만 하던 삶을 살다 그 모든 걸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눈이 뒤집히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극중 승준모가 금란을 보며 '독하다'고 평가하는 것처럼 돈을 움켜쥐는 것 지키는 것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자로 자라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면 송승준까지도 자신의 왕자님이었을 테니까요. 이제야 말로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결과만 좋다면 악행 따윈 문제가 되지 않을 거란 가치관, 살다 보면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그런 모습도 익숙합니다.

게시판에 가서 이런 저런 글을 읽으며 세상엔 다양한 편견이 존재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상대방에 대한 가학적인 말을 서슴치 않는 글도 있고 그래도 황금란의 선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세상의 이치를 따지는 글도 있습니다. 확실한 건 부자였다 추락한 한정원은 동정을 많이 받는데 가난한 집 딸로 자라 자기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기를 쓰는 황금란의 악행은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 같군요. 최소한 심정적으로라도 감정이입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때로는 금란이 강대범(강동호)를 두고 승재를 속물스럽게 선택했으니 불행은 자업자득이란 글까지 보이는데 평범한 연애까지 평가받을 수 있는게 가난이란 잣대는 아닌지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둘 중 어느 쪽에게 공감을 느끼던 그건 시청자의 자유일 것 같습니다. 삶의 모습이 다양한 만큼 가난과 부유함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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